논술자료

[교과서 뒤집어읽기]사이버 모욕죄 논란

설경. 2008. 10. 21. 16:56

[동아일보]

사람 목숨 앗는 악플… “엄격한 처벌” vs “표현의 자유 우선”

사이버 모욕 근절 ‘솔로몬의 지혜’는?

배우 최진실 씨의 자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최진실 씨는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에 자신이 관련됐다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악플)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사이버상의 모욕 행위는 일반적인 모욕 행위보다 더 엄히 규제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 조항을 폐지해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이버 공간의 ‘악플 누리꾼’에 대한 국가의 처벌과 관련한 다양한 생각을 통해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일반적 인식

『“정보사회에서는 사생활의 침해, 가상공간에서의 언어폭력 등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악영향을 막기 위한 장치가 요구된다. 정보 윤리 심의제도나 인터넷 정보 등급제, 형사 처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들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가능한 한 민간이 부정적인 정보와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익명성을 담보로 한 사이버 공간상에서의 무조건적인 비방과 명예훼손이 심각하다고 해서 자유로운 소통이 위협받을 정도로 인터넷 여론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핵심 영역에 들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의견 표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잘못된 정보의 유통 등에서 비롯하는 해악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것이 ‘표현의 자유’ 정신이다. 특히 본인의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면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힘을 실어주게 되어 심각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악플은 누리꾼들의 시민의식으로 자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법규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

얼굴도 이름도 숨긴 채 등 뒤에서 욕이나 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정’될 것이라고 무작정 보호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현대사회처럼 인터넷의 영향력이 빠른 상황에서는 더욱 문제가 된다. 사이버 공간이 건전한 비판과 토론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제약 없는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말 그대로 사이버상에서 죄가 성립되었을 때에만 적용되는 처벌이다. 앞으로 부작용을 막으려면, 그것이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법과 제도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올바른 인터넷 문화의 정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어떨까?

인터넷 누리꾼에 대한 처벌을 곧 인터넷 문화의 정립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플은 악플 누리꾼만의 문제가 아닌 인터넷 환경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먼저, 정부와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주체들이 나서 인터넷 이용 환경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건전한 인터넷 이용질서 확립, 정보보호 기반 조성 등 대책을 제시해야 하고, 포털 사이트 또한 불법 누리꾼에 대해 글쓰기 기능 제한 및 차단 같은 조치로 신뢰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개별 주체들이 맡은 역할에 대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한 이후에야 처벌 또한 타당성과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 악플 누리꾼을 처벌한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처벌의 범위 또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남경석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