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논지의 오류를 논리적 근거로 반박하라

설경. 2008. 10. 27. 15:44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17. 반론제기

■ 기출문제 유형 1 - 2008학년도 인하대 수시2-2 [난이도 수준-중2~고1]

다음은 어느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40대 후반의 고인돌 부장과 40대 초반의 전신주 과장, 30대 중반의 벽창호 대리가 나누는 대화를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들의 대화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비판을 받는 세대의 입장에서 자신의 세대를 옹호하는 반론을 전개해 보시오. (고인돌 부장, 전신주 과장, 벽창호 대리 3명의 비판 의견 가운데 2개만 선택하여,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으로 반박할 것. 600±60자)

고인돌: 요새 우리 아들 녀석이 무슨 춤을 배워서 유시시(UCC)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다고 아주 야단법석이야. 벽창호 대리, 자네 요즘 유행하는 ‘원더걸스’의 ‘텔미’를 아나?

벽창호: 그럼요. 요즘 그거 안무 따라 하는 게 선풍적인 유행이지요.

고인돌: 자네도 그 춤을 출 줄 아나?

벽창호: 노래방에서 몇 번 따라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

전신주: 그걸 따라 한단 말이야? 벽창호 대리는 여전히 기운이 펄펄 넘치네. 부장님, 우리 딸도 요즘 그것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친구들하고 모이면 흉내를 낸다고 어찌나 수선인지…. 그런데 그 노래는 제 귀에도 쉽게 익숙해지는 게 별로 신세대 노래 같지 않던데요. 가사나 멜로디가 무척 단순해서, 저도 조금만 노력하면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벽창호: 춤도 그렇습니다. 70, 80년대에 유행한 디스코라는 춤과 상당히 비슷해요. 노래나 춤 모두가 복고풍이지요. 뮤직비디오를 보니 가수들 가운데 한 명은 원더우먼 복장으로 등장하더라구요. 원더우먼이 도대체 어느 시절 드라마예요. 기억도 까마득하네.

고인돌: 우리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봤던 그 원더우먼 말인가? 요즘 청소년들은 우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과 감성을 가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구먼. 결국 이 아이들이 우리 세대가 만들어놓은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그저 과거 세대가 만들어놓은 것을 부지런히 재활용만 하고 있으니…. 복고풍의 유행이란 결국 창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그런 점에서, 요즘 청소년 세대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나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체는 못 된다고 봐야겠어. 그저 이미 만들어진 것에 순응해서 묵묵히 따라가는 충실한 사용자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야.

전신주: 창의성 부족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어려운 일을 회피하려는 태도라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성장하다보니, 현실에 안주하는 속성이 몸에 배어 있지요. 그래서 익숙한 상황에 적응하는 건 잘하지만, 뭔가 낯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내 움츠러들더군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과감한 도전정신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힘들어도 부모에게 의지하려 들고…. 요즘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큰 성취감을 얻는 도전적인 분야보다는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안정적인 분야를 선호하는 것도 아마 현실안주적 성향 때문이겠지요. 어떤 조사 결과를 보니 이들 세대의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하더군요. 심각한 문제예요. 젊은 세대가 그저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어요. (이하 생략)


■ 해결 전략

논제에서는 ‘비판을 받는 세대의 입장에서 자신의 세대를 옹호하는 반론을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비판을 받는 세대는 청소년인 수험생이다. 즉, 청소년의 입장에서 기성세대의 비판에 대해 이유나 사례 등의 논리적 근거를 들어 반론을 제기해 나가라는 요구다. 주의할 점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통해 이성적인 반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을 통해 고인돌 부장, 전신주 과장, 벽창호 대리가 제시하는 비판적 논지를 정리해야 한다. 먼저, 고인돌 부장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청소년 세대는 문화의 소비자이고, 창의성이 부족한 성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전신주 과장은 청소년 세대가 도전정신이 부족해 현실에 안주하거나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의 과잉보호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벽창호 대리는 청소년 세대가 집단적 획일성을 보이기 때문에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익명성을 앞세워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을 표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반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창의성 부족에 대해 가능한 반론은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도전 정신의 부족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의 교육관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정보화시대의 특성상 무모한 도전보다 이성적인 접근이 상대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끝으로, 정체성의 약화는 청소년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체 세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익명성 문제는 인터넷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고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 자료 검색


영화 속의 복고풍-추억을 색칠하는 광속도 또다시 만난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 이 광고문구의 원조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2-리로디드>이니, 그들의 차기작 <스피드 레이서>의 이 ‘오버스러운’ 광고 문구는 제대로 된 ‘원조’를 찾아 달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2003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2>의 홍보사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카피로 영화를 소개했다. 전편인 <매트릭스>의 흥행으로 속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문구는 영화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 5년 동안 각종 광고와 안내글에 마구잡이로 쓰이면서 이제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수준으로 닳고 닳았다. (중략)

배경이 되는 이미지 역시 새롭다. 영화는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패션과 색감은 1960년대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밝은 톤으로 강조돼 있다. 오렌지색, 초록색, 자줏빛, 분홍색 등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은 마치 팝아트 작품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다. 미래도, 과거도 아닌 어중간한 세상. 그래서 낯설고 또 낯설다. 감독은 그런 낯선 세상을, 미래 세계에 복고풍 이미지를 뒤집어씌워 손쉽게 구현했다.

“좀더 넓은 층의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워쇼스키 형제의 소망대로 <스피드 레이서>는 어린 시절 <달려라 번개호>에 열광했던 30·40대에게 향수를, 그렇지 않은 10·20대 관객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한겨레21>, 2008.5.23


■ 관점 넓히기

‘촛불집회’ 참여 여학생이 많은 이유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자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천 광장에 모여들었다. 이 집회에 여학생이 인상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문제가 된 것이 여학생들이니 이들의 세대적 특성에 주목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들은 대개 1990년대 이후에 출생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이들을 하나의 독특한 세대로 규정한 역사적 경험이 존재한다고 하기 어렵다. 내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부모가 누구냐는 것이다. 이들의 부모는 세칭 386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 386이 아니라 386의 자녀가 처음 정치적 장면에 출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보수적인 20대의 부모는 40대 중반 이상, 대학을 다녔다면 70년대 학번, 50년대 생들이다. 386에 빗대면 475세대라고나 할까? 이들은 현재 한국의 주류인 동시에 보수적인 세대다. 그리고 이들의 자녀인 20대는 보수적이다. 이에 비해 386은 현실 속에서 많이 타협하고 좌절했다고 해도 이들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지금의 10대는 475세대의 자녀인 20대보다 진보적이다.

하지만 왜 청소년 일반 혹은 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이 새로운 현상의 중심에 있는지를 설명하자면 좀더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관찰자의 착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성차별적 시선은 여학생의 출현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그만큼 더 과대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착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같은 먹거리 문제가 그것에 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여학생을 더 많이 불러 모았을 가능성 또한 많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변화와 연대의 잠재력이 여학생에게 더 많이 축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이 자녀 수 감소다. 자녀 수의 감소는 딸과 아들에게 두루 교육투자와 배려를 증대시켰다. 이로써 여학생들의 능력은 매우 크게 신장되어 학업 면에서도 남학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청소년 세대에서 남녀의 분할선은 공사의 분할선과 대략도 일치하지 않는다. 여학생들이 공적 장면에 진출하는 데서 지적·교양적 장벽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남학생들보다 훨씬 소통 지향적이다. 남학생들이 입시경쟁의 소외를 ‘게임’에 몰두하며 피시방을 전전하며 사사화되고 있을 때, 딸들은 교양과 소통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 <한겨레>, 2008년 5월12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