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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로고스-사유능력, 어디서 오는 걸까?
세상엔 유독 굵직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타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시간을 뛰어넘어 영혼의 울림을 준다. 이런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로마 시대로 되돌아가 보자. 18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기번은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인류가 가장 행복하고 번영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죽음에서부터 코모두스 황제의 즉위 전까지라고 할 것이다.”
코모두스의 전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다섯 현제 중 마지막 황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 장군을 총애하던 인자한 성품의 황제가 바로 그다.
아우렐리우스의 삶은 신의 특별한 은총을 의심할 만큼 복스럽다. 그는 대제국 로마의 명망 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앞서 네 명의 현제가 닦아 놓은 풍요의 기반 위에서 통치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성품에 자기 절제력도 뛰어나 인간적으로도 완벽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가 황제로 등극한 이후 오랫동안 평화를 누려 오던 로마제국은 사방에서 침략해 오는 이민족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 했다. 흑사병과 가뭄으로 사망자가 속출해 내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연 재해가 덮쳤고 이를 수습하고 나면 다시 전쟁이 터지는 식이었다. 황제라는 지위 때문에 정작 아우렐리우스 자신은 정신적 긴장과 격무로 일생을 보내야 했다. 그의 평생 벗은 만성 위장병이었다.
바로 그가 겪은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명상록’이란 훌륭한 책을 얻었다. 아우렐리우스는 누구보다 평화를 사랑하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낮에는 사령관으로 밤에는 사상가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밤마다 막사에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책은 고매한 인격을 가졌으나 전쟁군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철학자가 남긴 가슴 아픈 영혼의 일기장이다. ‘명상록’의 글들은 대부분 경구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담은 긴 논증이 아니라 순간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생각들을 압축시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책의 밑바탕에 흐르는 그의 철학적 사유는 스토아 철학의 맥을 잇고 있다. 기원전 300년경 제논에 의해 시작된 스토아 철학은 후기 스토아학파로 분류되는 아우렐리우스에 이르기까지 400년 이상을 이어 온 철학이다.
“세계는 질서와 섭리의 통합체이다. 만물은 우주적 자연이 지시하는 대로 완성에 이른다.” 자연의 변화를 관통하는 섭리를 스토아 학자들은 ‘우주 이성(Logos)’이라 부른다. 그리고 거대한 대우주의 법칙 앞에 선 인간은 이성(logos)을 공유하는 덕분에 소우주가 되어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 능력은 로마 제국의 시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사유능력이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라면 이성의 소유도 보편적이다. 우리 모두는 동료 시민이며 세계는 하나의 도시이다.” 스토아의 자연법사상은 만인이 공유하는 이성의 법인 로마법의 철학적 바탕이 되었다. 여러 민족 상호 간에 규칙으로 통용되던 만민법이 로마의 통치 철학을 담은 로마법으로 한 단계 승화될 수 있도록 추상적인 이론 틀을 제공한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학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아첨하는 사람에 대한 혐오, 명예에 대한 욕심, 아무도 자신의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의 절망 등 그가 느꼈던 인간적 갈등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철인왕’의 실현 사례로 꼽히는 그에게서 앎과 삶이 통일되는 경지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다.
권희정 상명대 부속여고 철학 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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