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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기업 셈코(SEMCO)의 최고 경영자인 리카르도 셈러. 그가 펴낸 <셈코 스토리>가 2년 전 서점가에서 화제였습니다. 그는 책에서 “경영은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다”며 “일률적 근무시간을 고집할 경우 얻는 것은 획일성이요, 잃는 것은 생산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사장의 경영철학이 이렇다 보니 이 회사는 일요일에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면 월요일에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하루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을 골라서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월급은 본인 스스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셈코는 이 같은 ‘막가파(?)식 경영’으로 3000명의 직원이 연간 2억달러 매출을 올리며 연평균 40%씩 성장했습니다. 셈코의 파격적 기업문화가 먹혀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직원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믿음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킴 폴레이제이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꽃으로 칭송받았습니다.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그녀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UC버클리로 가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개발하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녀가 자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기술이 아닌 일하면서 마신 커피 덕분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하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자바’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지요. 그 때 마셨던 커피 브랜드가 바로 ‘자바’였습니다.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그녀는 “나는 일할 때도 춤을 췄고 춤을 출 때도 일을 했다”며 “춤추는 데 경계를 두지 않았던 게 성공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부터 ‘디지로그’란 개념을 주창한 이어령 박사는 이를 ‘쉬엄쉬엄 경영’으로 규정짓고 우리의 전통문화에 이미 담겨져 있었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훌륭한 경영철학을 서양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며 안타까워합니다.셈러나 폴레이제이의 경영철학이나 방식을 꼭 정답으로 생각하거나 억지로 따르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믿음이나 자발성, 정화 능력이 없는 조직에겐 이 같은 방식이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CEO가 되려면 ‘나는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에 어울리는 경영자인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지식정보 사회에 어울리는 경영철학이나 리더십, 조직관리법 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배워야 하겠지요. 세상은 발전해가고 있는데 자신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든지, 아집과 독선으로 군사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기업문화를 고수하고 있다면 기업과 국가 경제를 위해 하루빨리 물러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본인이 물러나기에 앞서 ‘조직의 힘’에 의해 퇴출당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미국의 리더십 컨설팅 업체인 ‘리더십 IQ’가 밝힌 CEO 해고 이유 중 첫 번째는 리더십 부재로 인한 변화관리 실패였습니다. 시대 흐름과 함께하면서 조직을 관리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CEO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한 취업 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가장 존경할 만한 집단이 있다면’이란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많은 응답자인 21.8%가 ‘기업 CEO’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교육인(17.1%)이나 시민단체(10.3%)보다 CEO를 더 존경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을 받고 있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불황일 때는 CEO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불황을 극복한다는 명분 하에 감원이나 감봉, 비용절감만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2류 CEO입니다. 혹시나 불황을 빌미로 그동안 맺힌 한(恨)을 직원들에게 풀려든다면 당신은 3류 CEO입니다. 실제 불황을 명분으로 내세워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려는 CEO가 많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될 일이겠지요. 이 글을 읽고 머리가 복잡해졌다면 우선 손쉬운 것부터 실행에 옮겨보세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면 힘을 빼십시오. 수행원이 자동차 문을 열어줬다면 지금부터는 직접 여십시오. 직원들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며 짧은 대화를 나누십시오. 혹시나 사우나에서 직원을 만났다면 어깨라도 주물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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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불황, 그리고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nomy.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