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램 이매뉴얼은 현실적 감각이 뛰어난 실용주의자이지만,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정치권의 '람보'로 불리는 '파이터'다. 친화적인 스타일의 오바마 당선인에게 부족한 '투쟁성'을 보완해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매뉴얼이 앞으로 정치판에서처럼 계속 호전적이고 '거친 말'을 해댈지 두고 볼 일이다.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2001~2006년 재임)이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비서실장이 되는 법'을 설파했다. 카드는 비서실장의 필수조건으로 두꺼운 낯, 단호한 결의, 벨벳 장갑(부드러운 태도), 경청하는 귀를 요구했다. 카드는 무엇보다 단호한 결의, 즉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은 1970년대 중반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등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럼즈펠드 원칙'이란 참모론을 만들었다. 럼즈펠드는 비서실장의 자세와 관련, "대통령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 자리를 수락하지도, 머물러 있지도 말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백악관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이가 대통령실장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첫 대통령실장을 맡은 교수 출신의 류우익 전 실장은 "비서는 얼굴도 없고 입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대통령실의 대외적 자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말이 민심과의 소통, 정치권과의 관계 등에 윤활유와 같은 중개자로서의 역할에 족쇄를 단 것은 아니었던가 되돌아보게 한다. 교수 출신으로 화합과 설득형인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은 청와대를 별소리 없이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발(發)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는 때라서 결단과 직언이 요구된다. 카드와 럼즈펠드가 말하는 '백악관 비서실장 조건'들을 두루 겸비하면 완벽한 대통령실장이 될 것 같다.김종명 논설위원 myung7@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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