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오전 기말고사-오후 논술대비... `苦3`은 끝나지 않았다

설경. 2008. 11. 17. 16:15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서울 대치동에 사는 고3 수험생 최모(18) 군의 일상은 그렇게 한가해지지 않았다. 아니 더 바빠졌다. 14일, 오전에는 등교해 가채점을 하고, 오후에는 근처 논술학원에 가서 수시 대비 논술 대비반 등록을 마쳤다. 일찌감치 9월에 수시 전형 원서를 낸 대학에서 이번 토요일인 22일 논술고사와 면접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수리 영역 점수가 예상보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김군은 정시전형으로는 자기가 지망하는 학교를 가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5일부터 주말도 없이 6일동안 있는 수업에 ‘올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 날부터 계속되고 있는 기말고사도 김군에게 큰 짐이다. 수시에서 떨어지면 이번 기말고사까지 학생부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오전 기말고사, 오후 논술학원, 밤 기말고사ㆍ논술 준비. 최군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수험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 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전에는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오후에는 수시 전형에 대비해 논술학원을 다니느라 쉴 틈이 없다.

올해는 사정이 더 심해졌다. 올 수능이 수리ㆍ외국어 영역 등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가채점 결과 점수 편차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능 점수가 재수생들보다 낮게 나온 재학생들은 수시 2-2 전형에 ‘올인’하고 있다. 벌써부터 서울 강남 등 전국의 유명 학원가에 위치한 논술학원들에는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능 성적을 표준점수나 백분위로 반영하는 정시 전형과 달리, 수시 전형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등급만 반영한다. 수시에서 수능은 ‘4개 영역 중 2개 영역이 2등급 이상’ 식으로 자격요건으로만 활용되고 있어, 학생부ㆍ논술ㆍ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가령 수리 가형에서 원점수로 각각 78점을 받는 A와 100점을 받은 B, 두 수험생이 있다. 입시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둘은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표준점수는 각각 136점과 163점으로 27점이나 차이가 난다. 수험생 A는 표준점수가 적용되는 정시전형보다는 등급만 적용되는 수리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재학생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수능 점수가 재수생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대신 재학생은 학생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시전형이 유리하다”며 “결국 수시전형의 당락을 판가름하는 논술이나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재학생들이 수시에 집중하면서 논술학원들은 각 학교별로 대비반을 세우고 수험생들을 받고 있다. 대부분 대학들의 수시 2-2 전형 논술ㆍ면접 고사일이 이번 주말인 22일과 23일에 몰려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학원들은 수능 이틀 후인 15일 개강해 시험 전전알인 20일 또는 21일쯤 종강하는 ‘1주일 모드’로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6일동안 하루 5시간에서 50만~70만원 정도로 만만찮은 돈이지만, 단기간에 논술ㆍ면접 점수를 올려야겠다는 절박함에 강좌는 속속 마감되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논술전문학원 관계자는 “15일 개강하는 고려대 논술 대비반의 경우 25명 정원 클래스를 6개 정도 만들어놓았는데 13, 14일 이틀 동안 (정원이) 다 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시 2-2 전형을 치르는 대학 중 가장 앞선 16일 논술고사를 치른 성균관대 대비반의 경우, 14일 하루만 강의하는데도 수능 전 미리 가접수를 시켜놓은 학부형들 때문에 금새 마감됐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점수가 오르지 않는 논술ㆍ면접의 특성 상, 그리고 논술ㆍ기말고사 등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하는 재학생들의 불리함 탓에 학원에서 대비반 수업을 듣더라고 큰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논술과 면접이 대학에 따라 길게 10일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만, 독서량이 많고 기초가 탄탄한 학생들이 아니면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말고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전형요소다. 정시 전형에서는 2학기 기말고사까지가 학생부 성적에 반영된다. 실질 반영률이 줄어든 학생부라지만 1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소홀히 봤다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수시 2-2 원서를 내지 않은 학생이라면, 집중력 분산으로 세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보다 우선 기말고사에 전력하고, 이후 정시전형 대비 논술 공부를 하면서 지원전략을 짜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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