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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김승연 교수 "십수년간 목격한 미대 입시비리, 이제는 입 열어야"

설경. 2008. 11. 21. 19:07

홍대 김승연 교수 공식입장 발표…대학·학원간 '뒷거래' 주장도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17년간 교수로 재임하면서 수많은 실기시험 부정과 입시 비리를 목격해왔습니다.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익대학교(총장 권명광)가 미술대학 교수 2명의 입시부정 행위를 밝혀내 최근 이들을 징계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학교 측에 최초로 이 같은 사실을 고발한 김승연 홍익대 미대 판화과 교수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2일 학교 측에 미대 소속 교수 7명을 상대로 입시부정 의혹에 대해 학교 측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학교 측은 이후 7개월간의 조사 끝에 비리가 일부 확인돼 2명의 교수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김 교수는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1월 홍대 미대 입시 출제조작 문제가 언론에 불거졌지만 학교 측에서 계속 은폐·축소해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발을 결심하게 됐다”며 “17년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본인도 청탁을 종종 받았으며, 수많은 입시 비리를 목격해 왔다”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입시위원들이 실기 시험장 안에서 들어가 귓속말이나 눈짓으로 특정 수험생의 번호를 은밀하게 퍼트리고, 실기 작품에 특정 표시를 해 점수를 높이는 등의 입시 비리 전반에 관한 의혹들이 상세하게 제시돼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2008년 미술대학원 면접 전형에서 교수들이 면접위원들에게 청탁을 받은 수험생들을 잘 봐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건넸다는 정황을 증명하기 위해서 쪽지 복사본을 학교 측에 증거물로 제시했다.

한편 홍익대 미대에서 주최하는 중·고등학생 실기대회에서도 특정 학원 출신이 주로 당선되는 등 부정의혹이 있다는 지적도 고발장에 포함됐다.

김 교수는 “전국 중고 실기대회에서 유독 특정미술학원 출신의 작품이 수상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수상자는 입시 때 가산점을 받게 되는데 이를 노리고 심사위원들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학원 측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김 교수의 문제제기로 실기시험 가산점제도를 2009년도 입시부터 없애기로 최근 결정해 사실상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4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학교측에서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김 교수의 고발 내용에 대해 약 3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김 교수가 제출한 쪽지 등 물적 증거물을 토대로 2008년 미술대학원 면접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확인해 회화과 K교수와 J교수에 대해 각각 감봉월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특히 J교수는 올해 초 2008학년도 미대 입시 전형을 앞두고도 미대에 지원한 아들이 그린 그림 5점을 연구실에 걸어놓고 입시 채점위원으로 선정된 교수들을 불러모아 보여준 사실도 드러나 감봉보다 무거운 정직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물증이 없는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확인 작업을 거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정은수 홍익대 교무처장은 “학교에서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참고인 진술과 자료들만으로는 의혹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징계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징계 수위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 학교 측에 여러차례 항의했으나 따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학교 내부 고발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돼 당혹스럽다"면서도 "대학입시에 낙방해 자살하는 학생들까지 있는데, 그러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입시가 더 깨끗해 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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