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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수험생들, 논술시험 겨냥 학사운영 각종 편법 물의
[CBS사회부 강인영 기자]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상위권 수험생들이 논술학원 수강 등 명문대 수시 전형 준비에 집중하면서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해 주거나 기말고사를 아예 면제해 주는 등 학사운용에 각종 편법들이 만연하고 있다.
◈학교 아닌 논술학원으로 출석
2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3 김모(18) 양은 학교가 아니라 서울 목동의 한 논술학원으로 등원했다. 이번 주말에 실시되는 수시 2-2 서강대학교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 양은 “학교 수업이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해 오전 11시 30분에 끝나지만 학교에서 편의를 봐줬다”며 “지난 주 연세대와 고려대 논술을 준비하면서도 학교 차원에서 결석처리를 하지 않고 학원 수업을 듣게 해줬다”고 털어놨다.
지난 13일 2009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 뒤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수능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오전 중에 자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 학원에서 진행되는 서강대 논술 오전반에는 수험생이 가득 차 1개 반을 더 개설했고, 오전 7시에 시작해 오전 11시에 끝나는 서울대 수시 2-2 논술 준비반도 만원인 상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오전 논술반을 듣는 수험생 가운데 검정고시나 재수, 삼수생들도 있지만 현역 고3 학생들이 절반을 넘는다”면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각 학교별 논술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나눠 논술지도를 해왔지만 대학별로 특화를 시킨 것은 없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에서 챙길 여지가 없어 개별적으로 학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말고사 '대충 찍고' 논술전념…중상위권大, 내신 반영률 낮아
수능시험이 끝난 뒤 기말고사를 치는 고등학교들에서는 중·상위권 고3 수험생들이 시험 답안을 찍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난 10일부터 26일까지 기말고사를 본다는 영등포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 군은 “기말고사 문제는 학교 교재에서 풀었던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답을 빨리 찍고 자는 학생들이 많다”며 “일단 논술이 제일 급하니까 이번 주말 시험 준비에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일고등학교 3학년 정모(18) 군은 “지난 한 주 동안 기말고사를 봤지만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에 몰려 있는 주요대학 논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정시에서도 내신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들어갈 지도 모르고 실제로 중·상위권 대학은 내신을 보지 않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내신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유고등학교 3학년 이모(18) 양은 "우리 학교는 내일까지 기말고사지만, 일부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기말고사를 주요대학 수시 논술시험이 끝나는 다음 주로 미루기도 했다"며 "기말고사에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명문대 수시 2-2 시험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의 기말고사 성적을 중간고사 성적으로 대체하고 있어 특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특혜는 명문대 수시 준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지방의 고등학교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3학년 진학 담당 교사 윤모(34) 씨는 “정시의 경우 학생부 중심 전형도 있지만 대입전형이 수능 위주가 돼 버려 학생들의 생각 속에 기말고사는 안중에도 없어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며 “대학별 고사와 시험일정이 겹치는 경우에는 중간고사 성적을 100% 인정을 해 준다”고 밝혔다.
한 명이라도 더 명문대에 넣어야 한다는 일선 학교의 강박증과 불충분한 공교육 시스템내의 논술지도 여건 때문에 학교들은 공교육기관으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Kang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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