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도 결국 '사람' 문제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융 당국자들이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은행(IB) 등 업계 종사자들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져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위기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 '픽싱 글로벌 파이낸스(Fixing global financeㆍ세계금융조정, 존스홉킨스대 출판부)'가 금융감독당국 관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고정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가 지은 책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 지난 몇 년간 세계 금융의 난맥상을 짚고 있다.
책은 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융 상황이 좋을 때 그 과실은 업계 종사자들만 향유했다.
과도한 스톡옵션과 성과급이 이를 대표한다. 주주들은 이를 견제하지 못했다. 이들 역시 막대한 배당이라는 형태로 열매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성이 경색되고 위기가 찾아오자 그 부담은 모든 경제주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과 전혀 관련 없는 시골 농부에게까지 공적자금을 위한 납세 형태로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 상황이 좋을 때는 그 열매를 주주나 경영진이 향유하고 상황이 나쁠 때는 그 짐을 모든 사람이 함께 부담한다는 게 마틴 울프의 지적"이라며 "특히 은행은 과도한 리스크를 지기보다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기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던 금융업계 종사자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당국자들의 책임인데 그 부담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업계 구조조정론, 업계 책임론 등 최근 금융업계 책임을 강조하는 금융당국 목소리는 이 책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틴 울프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업계 종사자와 금융당국이 어떻게 위기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우선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시장지식에는 수준 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충분한 신뢰가 조성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언제든지 바람직하지 못한 상대와 거래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몇몇 선두 업체 행태를 따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자신이 없으니 앞선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일종의 군집행동 발생이다.
군집행동은 시장에 덜 익숙한 참가자가 많을수록 강화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거품은 터지게 돼 있고 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이머징마켓에서 이 같은 위험은 더욱 커진다. 자유화에 대한 무지, 정치가와 은행 혹은 은행 소유주와 기업 간 부패의 연결고리, 은행에 부과되는 비경제적인 부담, 현명하지 못한 규제, 완비되지 못한 법체계 등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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