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서울대 인문계 1800字 ‘통논술’ 출제

설경. 2009. 1. 14. 22:56

[동아일보]

예상밖 장문 요구… 문항마다 교과서 지문 사용

고려 - 연세대 제시문 예년보다 까다롭고 길어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가 12일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뉘어 5시간씩 실시됐다. 마라톤 논술이다.

지난해 서울대 논술은 문항이 많고 1000자 이하의 짧은 답안을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었으나 올해는 문항은 줄어들고 답안 길이가 길어졌다.

문항마다 교과서 지문을 사용한 건 처음이고 교과서의 내용을 최대한 활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장문의 ‘통논술’을 요구하는 새로운 유형 때문에 기출문제 중심으로 준비해 온 학생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학원에서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푼 학생들은 긴 답안을 버거워했다.

인문계 1교시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간단한 지문을 제시한 뒤 이 제시문의 논리 구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삶의 다양성이 필요한가’라는 글을 1800자로 쓰도록 했다. 정해진 답의 방향이 전혀 없고 미완성의 제시문을 논리적으로 완성하는 새 유형이었다.

사회과학계열에 지원한 서울 인문계고의 배모(19) 군은 “통논술 형태를 예상하지 못해 분량을 맞추기가 힘들었다”며 “다양한 사례를 하나의 글에 모두 녹여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크게 과학논술 3문항과 수리논술 1문항이 나오고 세부 논제로 문항당 4, 5개가 출제됐다.

교과서 지문을 활용해 제시문은 평이했지만 세부 논제가 높은 분석력과 추론 능력을 요구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리 논술은 미분방정식에 대한 개념을 제시문으로 낸 뒤 세부 논제를 증명하게 하는 문제여서 난도가 높았다.

서울 중앙대사대부속고의 이모(19) 양은 “수학과 과학으로 분야가 나뉘어 문제가 나오긴 했지만 어느 문제가 어느 과목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합적이었다”며 “문제를 풀면서도 무슨 과목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3일과 9일 치러진 연세대와 고려대 논술은 인문계만 실시됐다.

두 대학 모두 제시문이 길고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시모집과 달리 수리형 논술은 나오지 않았다.

연세대는 3개의 제시문을 ‘창조와 파괴’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고 표 자료를 주제와 연관지어 해석하게 하는 문제가 나왔다.

제시문은 니체의 ‘유고’와 경제학자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으로 경제와 관련돼 있고 고전에서 발췌한 것이 특징이다.

제시문 비교나 표 해석을 요구하는 것은 연세대 기출문제에서 자주 나온 유형이지만 제시문이 고전 위주라서 체감난도가 높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려대도 예년에 비해 제시문과 문제가 까다로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정시모집 논술의 경향대로 인문·사회 분야의 제시문을 요약, 비교, 분석하는 문제들이 나왔다.

특히 제시문과 문제에 주어진 여러 조건을 통해 수험생이 논리력을 얼마나 발휘하는가를 집중적으로 평가한 것이 특징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