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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안 다녀도 영재교육원 얼마든지…” “생활과학교실서 모든것 배웠

설경. 2009. 1. 21. 13:44


[동아일보]

“학원 안 다녀도 영재교육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어요”

남매 합격시킨 문소라 씨 “생활과학교실서 모든것 배웠죠”

《문소라(37·서울 강남구 도곡1동) 씨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고도 박예리(운현초 6), 보겸(운현초 4) 남매를 영재교육원에 합격시켰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생활과학교실에 아이들을 3년째 꾸준히 보내고, 주말마다 온 가족이 과학체험학습을 찾아다닌 덕분이었다. 강남엄마 문 씨의 ‘행복한 과학영재 만들기’ 비법을 들었다.》

○학원 도움 없이 영재교육원 보내기

문 씨는 두 아이를 모두 영재교육원에 보내게 된 일등공신으로 ‘생활과학교실’을 꼽았다. 생활과학교실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국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하는 과학체험 프로그램. 두 아이는 이곳에서 학원에 가지 않고도 자연스레 중고등학교 과학 과목을 선행학습할 수 있었다.

문 씨는 아이들이 사정이 생겨 수업에 참석할 수 없을 때면 다른 동의 주민자치센터라도 가서 수업을 듣게 했다. 아이들이 못 가면 자신이 대신 가서 설명을 듣고 실험 단계별로 사진을 찍거나 실험 과정을 일일이 적어왔다. 집에서라도 실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생활과학교실은 영재교육원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반 정도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쓰는 수업방식이 닮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생활과학교실 강사는 아이들에게 실험과정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반면, 영재교육원 교사는 이론만 설명하고 실험과정은 아이들이 직접 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재교육원 쪽이 쉬웠다. 박 양은 “영재교육원 수업내용이 생활과학교실에서 이미 다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체험학습도 무던히 다녔다. 남매가 과학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우연히 방문한 서울과학관에서였다. 보통 아이들은 조금 뛰어놀다가 이내 싫증을 내고 엄마한테 집에 가자고 조르는데 이제 막 초등학교 1, 3학년이 된 두 아이는 전시회를 다 보고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했다. 주말이면 산이나 바다, 놀이공원에 놀러 다니던 문 씨의 가족은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과학 체험학습을 일부러 찾아다니게 됐다.

주말 과학교실(고려대, 한양대), 일일 과학체험(서울과학관, 서울대 의학박물관, 어린이대공원 동물교실, 과천박물관 등), 과학캠프(항공과학캠프, 한양대 과학캠프 등) 체험학습 종류도 가리지 않았다.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과학 체험학습이라면 무엇이든 찾아갔다.

“이론 설명을 들어봤자 기억에 오래 안 남잖아요. 자신이 직접 만들어봐야 이론이 딸려 나오는 거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학습 위주의 체험학습을 선호했는데 점점 만지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학습만 찾아다니게 됐어요.”(문 씨)

체험학습 정보는 어린이 과학 잡지나 신문 과학섹션에서 나와 있는 ‘이달의 행사’ 코너를 참조한다. 일부러 도서관을 찾아서 행사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뒀다가 부부가 함께 잊지 않고 인터넷 접수를 하곤 한다.

○ 과학이 취미인 아이들

문 씨의 집은 과학 실험도구로 가득 찬 ‘과학관’이다. 나무로 만든 공룡 뼈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직접 만든 풍향계·풍속계, 전구 등 실험도구가 박스째 구석에 쌓여 있다. 문 씨에게는 ‘잡동사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어린 ‘장난감’이다. 두 자녀는 틈틈이 실험도구를 꺼내 갖고 놀면서 “엄마 우리가 이거 만들 때 말이야”라며 설명을 한다. 과학 이야기를 꺼낼 때 아이들 눈 반짝반짝 빛난다.

실험도구를 그냥 갖고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수고 변형시키고, 여기서 떼어낸 걸 저기에 갖다 붙이는 식으로 응용해서 조립도 한다. 박 군은 “전기회로를 뜯어서 발광다이오드(LED)에 붙이고 스위치랑 건전지를 연결해서 불을 켜면서 놀기도 해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실험도구가 있으면 다른 데서 뜯어서 갖다 붙여보는 건데 그게 재미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가장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도 KBS ‘과학카페’다. 이 프로그램을 할 때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든다. 아이들은 과학 이야기에 신이 나고, 부모는 흥분해서 설명을 해주는 아들, 딸이 귀여워서 신이 난다.

박 양의 꿈은 의대 교수가 되는 것. 미세현미경 실습 등 생물 쪽에 관심이 많다. 장래에는 로봇 팔로 수술을 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로봇 조립도 연습해보고 있다. 서울대 의학박물관이 박 양이 좋아하는 체험학습 장소다. 박 군의 꿈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다. 항공과학캠프에 가거나 모형항공기를 조립하는 것을 특히 재미있어 한다.

문 씨의 현재의 목표는 장차 아이들을 과학고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과학 관련 대회나 학력경시대회에 보낼 마음은 없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한국과학창의재단 ‘생활과학교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48개 지역 448개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하는 과학체험 프로그램. 대표 프로그램인 ‘읍면동생활과학교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로 실험을 하거나 체험학습을 한다. 수강료는 없고 재료비만 3개월에 1만∼4만 원으로 부담이 적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재료비가 면제된다. 분기별로 신청할 수 있고, 생활과학교실 홈페이지(life.kofac.or.kr)를 방문해 거주지역 인근의 책임운영기관을 확인해 연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