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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 ‘하나고’ 왜 더 눈에 띄지?

설경. 2009. 6. 9. 08:19

최근 교육 당국은 특목고를 사교육의 온상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서 특목고는 올 입시에서 지필형 면접 고사가 폐지(외국어고)되고, 2011학년도 입시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이 신설(과학고)되는 등 전형이 대폭 손질됐다. '사교육 대책'에 따라 특목고가 신입생 선발에서 자율성에 제약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자립형 사립고, 그 중에서도 하나고가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뜨고 있다.

하나고 학교설명회는 지난 1일 은평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4일까지 4차례나 열렸다. 참석자 수 누계만 2000명을 넘는다. 하나고 관계자는 "최근 교육계 분위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배너를 거는 것 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늘 자리가 찬다"며 "10일 을지로1가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마지막 설명회도 벌써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하나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서울 지역 유일의 자립형 사립고라는 점이다. 전국에 자립형 사립고는 총 6개. 하지만 민족사관고(강원 횡성), 상산고(전북 전주) 등 유명 학교들이 전부 지방에 있어, 수도권 학생들은 진학하기 쉽지 않았다.

자립형 사립고는 재단 전입금 비율이 25%로, 자율형 사립고의 5배나 되지만 대신 교과과정이나 학생 선발에 있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하나고는 자체적으로 교과서를 제작하고, 수능 과목 심화학습 및 AP(대학 과목 선행학습. 미국 유명대학 진학 위해 필요) 전문과정을 신설해, 국내 명문대학 및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유학하고 있다.

정철화 하나고 교감은 "개교 때부터 전체 정원의 4분의 1인 50명 정도로 국제반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 중에서는 대원외고, 명덕외고, 한영외고, 용인외고, 민사고 등 일부 학교만이 해외 진학반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전형 방식은 민사고 등 기존 자립형 사립고와 비슷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순위 나열 식의 정량화(定量化)보단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정성화(定性化)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전형안(가안)에 따르면 중학 내신ㆍ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ㆍ교사 추천서로 1차 평가가 이뤄지고, 이 중 우수자 30%가 2차평가 없이 우선선발된다. 외고와 달리 내신에서 수학 등 일부 과목에 대한 가중치 제한이 없다. 나머지 정원 중 2.5배수(약 250명) 내에서 1차 합격자를 뽑아 이틀에 걸쳐 구술면접ㆍ인성면접ㆍ체력검사를 진행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열린 설명회에서는 학부모 외에 조퇴를 나온 중3 학생, 학원 및 교육업체 관계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몇몇 특목고 전문 학원들은 설명회장앞에서 '하나고 전문반 개설 및 설명회 개최'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사교육 관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면서도 조심스러웠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저정도 수업과정이면 AP도 충실하고 파괴력이 있겠지만 정원(200명)이 적어 문제"라면서도 "하나고에 맞춘 교육 컨설팅 아이템을 생각중"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만족 속에서도 조심스러웠다.

하나고가 위치할 서울 은평구의 구파발동에 사는 김지숙(50) 씨는 "재정이 불안해 보이는 자율형 사립고에 비해 하나고 같은 재정적 지원이 좋은 학교로 아이(중3)를 보내고싶다"면서도 "1년에 등록금이 1200만원 정도 된다니, 부담이 너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정원(40ㆍ서울 대치동) 씨는 "사교육을 반대하지만 이런 학교에 들어가려면 안할 수 없겠다"며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첫 회 (입학)이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ㆍ김주영 인턴기자/ken@heraldm.com

▶사진설명= 1일 서울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 지역 최초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 학교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학교 시설, 교육 과정, 입시안 등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400여명의 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하나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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