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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없는 자율신청高 뿔났다/내신기준 낮고 학생선발 자율권 '전무'…

설경. 2009. 6. 9. 08:22

내신기준 낮고 학생선발 자율권 '전무'…

일부 집단 반발 움직임

교육과학기술부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내신 제한 기준을 석차 상위 50~100%로 당초 예상보다 낮춰잡음에 따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자율고 전환을 신청한 사립고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학교들을 중심으로 집단반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8일 자율고 신청 학교들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들은 지난 5일 석차 상위 50~100%로 발표한 서울지역 자율고 내신 기준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몇몇 학교들은 "교과부나 시교육청 등에 정식으로 얘기해야 한다"며 단체로 항의할 뜻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청학교 교감은 "자율고라고 해놓고 자율이 있느냐"며 "몇몇 뜻을 같이하는 교감 및 주임교사들과 함께 교육당국에 정식으로 우리의 뜻을 알리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신청 학교들은 당초 상위권 학생들의 타깃으로 여겨져왔던 자율고가 사실상 중ㆍ하위권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 불만이다. 또 학생 선발 방식도 신청 학교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자율고는 오직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당초 교과부는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성적순대로 모집정원의 3~5배수를 추려낸 뒤 추첨하는 '3단계 국제중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청학교의 주임교사는 "기준을 낮춰잡으면 최하위권 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사실상의 '로또식 전형'"이라며 "일반계 고교 등록금의 3배를 받는데, 별 차이 없는 학생들이 입학하게 되면 어느 학부모가 그 많은 돈을 부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신청학교의 한 교사는 "똑같은 교사에 재정상태도 불투명하다고 소문 났는데, 우수학생 유치까지 안 되면 누가 자율고 하겠냐는 게 신청 학교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교과부가 시교육청과 논의 과정에서 내신 성적 기준을 당초 상위 30%에서 50~100%로 완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또 다른 신청 학교의 주임교사는 "시교육청으로로부터 교과부와 내신 상위 30%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하는 것으로 전형방식을 논의해왔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특목고(과학고ㆍ외국어고)에 이어 자율고가 또 다른 '사교육의 온상'이 될 것을 염려한 교육당국이 또다시 전형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특목고 전형, 고교선택제, 학원 심야교습 단속 등 여러 사안에서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교과부와 시교육청 사이의 또 다른 엇박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 입시부터 도입될 고교선택제 때문에 교육청은 자율고 정책에 미온적이었지만 교과부 때문에 준비해왔는데 혼란스럽게 됐다"며 "구체적 계획이 없지만 전례로 봤을 때 교과부 안을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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