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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로스쿨, 새해엔 초심으로 돌아가라

설경. 2013. 12. 31. 18:59

김기환사회부문 기자 "로스쿨에서 변호사 시험을 못 보게 합니다."

 최근 한 지방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김모(28)씨로부터 이런 e메일을 받았다. 졸업시험에 떨어져 내년 2월 치르는 변호사 시험을 못 보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로스쿨이 정한 졸업 자격에 미치지 못했다면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로스쿨이 학교의 위상을 운운하며 졸업시험으로 탈락시켜서라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이런 유의 제보가 잇따랐다. 로스쿨생 학부모 양모(45)씨는 "아들이 다니는 로스쿨에서 졸업시험으로 정원의 30%를 탈락시켰다"며 "교수가 '사법시험 땐 졸업 후 1~2년 더 공부하는 게 당연했다'며 서운해하지 말라고 하는데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한 로스쿨 게시판엔 졸업시험을 비판하는 대자보까지 붙었다.

 올해는 유난히 로스쿨을 둘러싼 사건·사고가 많았다.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부산시 공무원 채용 공고에 대한 로스쿨생 집단 응시 거부 운동(4월)→"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90%로 올려달라"는 로스쿨 학생 대표단의 법무부 방문(4월)→"박정희·노무현 중 누가 낫느냐"는 로스쿨 교수의 신입생 면접(11월) 사건이 이어졌다. 지난 23일엔 교수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 문제를 유출한 로스쿨생이 영구 제적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도입한 지 5년밖에 안 된 로스쿨에 대해 벌써부터 개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로스쿨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 경쟁 때문에 로스쿨이 수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며 "로스쿨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방한한 가마타 가오루(鎌田薰) 와세다대 총장(로스쿨 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로스쿨은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로스쿨은 구조조정을 통해 걸러내라"고 조언했다.

 도입 초기인 만큼 로스쿨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허락하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는 2017년부터 로스쿨은 유일한 법조인 배출 통로가 된다.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변호사를 배출한다." 2009년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다. 이에 맞도록 로스쿨은 신입생을 공정하게 선발하고, 커리큘럼을 개혁하고, 윤리 교육을 강화해 믿을 수 있는 예비 법조인을 배출해야 한다. 새해엔 로스쿨이 초심으로 돌아가 달라지길 기대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김기환 기자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