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 성공 노하우는
"'부부(父父) 자자(子子) 군군(君君) 신신(臣臣)'이라는 글귀를 늘 새기며 삽니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정말 맞는 말이다 싶어요.
사원은 사원답게,과장은 과장답게,임원은 임원답게,CEO는 CEO답게만 다들 해준다면 잘못될 회사가 어딨겠어요.
가끔 보면 사원이 자기 능력 있다고 부장 역할을 하려고 나서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임원이 됐는데도 부장일 때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죠.이런 회사는 잘될리가 없지 않겠어요?"
▲ CEO 꿈꾸는 후배에게
"한경에서 연재하고,책으로도 펴낸 CEO열전을 한번 읽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거기 보면 '꼭 CEO가 돼야지'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살았던 이는 아무도 없더군.근데 요즘 후배들은 입사 면접 때부터 CEO가 되는게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꿈을 크게 갖는 것은 좋지만,조급하게 생각하는 건 곤란합니다.
어느 회사나 막내로 들어가면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되잖아요.
이게 싫어서 지름길을 생각하며 회사를 때려치우는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MBA를 받아오면 달라질거야 하며 유학도 가고,고시로 빠지기도 하고.근데 CEO열전을 한번 보세요.
사원일 때 사원답게 뭐든 배우겠다는 자세로 주어진 일에 충실한 사람이 결국 CEO까지 되지 않았어요?"
▲ 돈이란…
"비서실에 있으면서 돈 원없이 가지신 분들을 모셔 보니까 알겠더라구.내가 관리할 수 없는 범위의 돈은 그게 자기 돈이 아니란 걸 말이야.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돈이라는 것은 먹고 입고,이런데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하잖아.나머지 돈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는 자식한테 조그만 아파트라도 물려 줄 수 있는 복을 갖긴 했지만,자식에게 근로에 대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일 수도 있지.그런 점에서 돈이 많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죠."
구학서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일선 실무를 챙기다 보면 직원들이 신경 쓰여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CEO는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부분적인 전술은 각 부문 책임자들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부터.학군단 8기로 육군 소위로 임관한 그는 "평소 숫기가 없고 조용한 성격인데 소대장을 맡고 보니 어떻게 부하들을 통솔해야 할지 막막했다"고.그래서 소대에서 꼭 지켜야 할 큰 원칙만 정해 놓고 경험 많은 선임하사에게 자율권을 줘 세세한 사병 관리를 맡겼다는 것.
"다른 소대장들처럼 병사들의 '조인트'를 까거나,기합 준 기억이 별로 없어요.
대신 훈련을 마치고 부대원 전원에게 통닭을 시켜준다든지,인생 고민을 들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개개의 병사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주로 맡았죠.기강을 잡는 일은 병 출신인 선임하사가 훨씬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비교적 늦깎이로 신세계에 합류해 유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건 부문별 대표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우는 '선임하사 경영론'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게 스스로의 진단이다.
구 부회장에겐 지금도 2명의 '선임하사'가 있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실과 점장,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잔뼈가 굵은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와 이마트에서 역시 점장,지원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이경상 이마트부문 대표가 그들이다.
두 대표는 요즘도 수시로 각각 책임지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매장을 매일 둘러볼 정도로 철저한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대신 구 부회장은 매장을 일절 찾지 않는다.
박주성 신세계 홍보담당 상무는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잘못했다고 무안을 주는 일이 거의 없다"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논리적으로 아랫사람을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구학서 부회장은…
194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기상고(1965년)와 연세대 경제학과(1970년)를 졸업한 뒤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삼성전자·삼성비서실 재무팀 과장·동경지점 관리부장·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 등을 거친 '재무형 CEO'다.
1996년 ㈜신세계로 영입돼 경영지원실장(상무)을 거쳐 99년부터 ㈜신세계의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2001년 사장에 올랐다.
지난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취미는 등산과 독서.평소 주말에 '주몽'과 같은 TV 드라마도 즐겨본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집(단독주택) 지하에 마련해놓은 노래방 기기 앞에 선다골프는 90대 후반.
▲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한 잔 하시고 부드럽게 시작하시죠?
"아이고.저 술 많이 못해요."
-오늘 기분 좋게 취하셔야 속에 있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텐데.
"술 센 기자분들에게 이렇게 둘러싸여 앉아 있으니 안 마셔도 마신 듯 얼콰해질 것 같습니다.
걱정마세요."
-주량은 얼마나 되십니까?
"소주 반 병 이상은 못 마셔요.
기분 좋으면 5잔까지도 버티지만,보통 땐 1~2잔 정도.오늘 컨디션도 좋은데 기록 한번 세워볼까?"(웃음)
# 부회장 승진과 월급쟁이 성공기
▲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7년 만의 승진이었죠?
"큰 의미는 두지 않아요.
전에도 대표이사였고,지금도 대표이사니까.
'구 사장'하던 사람들이 '구 부회장' 하려니 발음만 어렵고 말이죠."
▲ 월급쟁이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셨는데,언제 CEO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까?
"솔직히 그런 야망을 가져본 적은 없었어요.
그냥 월급쟁이가 되고 싶어서 된거니 만족스러워 열심히 일해왔을 뿐이지.평사원일 땐 그냥 사원으로,과장이 돼선 과장으로서 이렇게 각각 그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젊었을 때의 장래희망은 뭐였습니까?
"(주저 없이)월급쟁이가 제 꿈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는데,수입이 불규칙해서 집안이 늘 불안했거든.그래서 은행처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상업고등학교(1965년 경기상고 졸업)에 들어갔던 것이고.그 뒤 대학 진학까지 했지만 꿈은 바뀌지 않았어요.
은행 대신 삼성으로 방향을 바꿨지만,안정된 직장의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이 이렇게 CEO로까지 이어졌으니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지."
▲ 요즘 대학마다 학생들이 고시 준비에 매달려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마다하고 9급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이들도 많은데.
"참 걱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대학에 강연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 많이 벌고 싶지 않느냐.그렇다면 공직에 갈 생각 말고 기업으로 와라.CEO 월급이 장관보다 훨씬 낫다'고 말해줍니다.
경제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공직으로 가거나,여러분처럼 언론인의 길을 걷는 건 잘못된 것 아닙니까.
돈 보다는 명예,국민과 사회에 대한 봉사 등 다른 성취를 달게 여길 자세가 돼 있는 사람만 공직에 도전하라고 강조하죠."
▲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그런 각오 없이 기업 이외의 길을 걸은 사람들은 기업 가서 잘된 친구들 보면 속이 꼬이는 거죠.자기보다 공부 못했던 친구가 돈 많이 받고 성공하니까.
좀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에는 이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각의 지나친 기업때리기를 보면서 '질투는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는 말도 생각나고."
#도쿄지사 근무,오너가(家)와의 인연
▲ 직장인으로 지내오면서 좌절한 때는 없었나요?
"없다면 거짓말이겠지.하지만 그런 좌절이 대부분 저에겐 전화위복이 된 경우가 많았어요.
삼성에 있을 때 임원 승진 연차가 됐는데 한 해 물을 먹었어.굉장히 서운하더라고요.
알아봤더니 이병철 당시 회장께서 임원 승진자 명단을 보고받고는,거기에 올라 있던 제 이름을 발견하고 '구학서는 너무 어려' 하며 빼버렸다는 거예요.
대상자 중에서 내가 가장 친숙하셨는데,일종의 승진 군기잡기였다고 비서실장이 설명해주시더군.겸손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결과적으로 입사동기들 중에 제가 가장 오래 CEO로 남아 있게 됐습니다."
▲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이 꽤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게 됐습니까.
"1982년부터 4년 반가량 삼성물산 일본 법인에서 근무했는데,그때 선대 회장께서 일본에 자주 들르셔서 자연스레 모실 기회가 많이 있었던 거죠."
▲ 에피소드도 많으시겠군요.
"많죠.선대 회장은 기분이 좋으면 저한테 용돈을 쥐어주곤 하셨습니다.
어떨 땐 2만엔,또 한번은 5만엔,이런 식으로.기분 좋을 때란 주로 일본인들과 골프쳐서 돈 땄을 때였죠.한번은 회장께서 일본의 한 재벌 총수와 골프를 쳐서 돈을 땄는데,그 분이 지갑을 깜빡 잊고 나와서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못 받았나봐요.
나중에 제가 받아다 드렸는데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는 거예요.
정말 대단한 승부사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 이명희 회장과 인연도 일본 근무와 관련이 있습니까?
"선대 회장은 일본에 연간 네 번씩 다녀가셨는데,매번 따님들이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회장하고 같이 오셨어요.
당시 저는 부장이었지만 서울에 있는 웬만한 임원들보다 그 분들을 만날 시간이 훨씬 많았던 셈이죠."
▲ 이번에 같이 승진한 정용진 부회장의 '사부'로 알려져 있는데,두 분 관계는 어떻습니까.
"정 부회장이 세세한 것까지 저와 상의해줘서 참 고맙죠.기업들마다 오너 일가 사람들을 기용하는 방식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범(汎) 삼성가는 이병철 선대 회장 영향으로 기업 안에서 오너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예요.
저도 그게 맞다고 봅니다.
오너 가족들이야말로 기업과 운명을 같이 할 사람들이니까,고도의 결정은 직접 해요.
그런 역량을 반드시 쌓을 것을 요구받지요.
아직 정 부회장은 경험이 많이 부족해 제가 결정 내리는 걸 보고 배우고,참고한다고 본인이 말합디다."
▲ 정 부회장이 요즘 기자들도 자주 만나고,매장도 방문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던데.
"아직은 이것저것 배울 게 많은 단계라서 전투 현장을 속속들이 익히는 과정이죠 뭐.특히 식품쪽에 관심이 많아서 매장을 자주 찾아요.
식품 매장과 관련된 혁신적인 제안들도 많이 내놨어요."
# 유통업은 매력적인 사업
▲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과 더불어 유통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데,유통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재밌다'는 거죠.공장 대신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장을 갖고 하는 사업이라 계절 바뀌는 걸 회사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만 해도 그렇고."
▲ 어려운 점도 없지는 않겠죠?
"왜 없겠습니까. 유통업은 '부지 싸움'인데,이게 영 골치 아픕니다. 제조업 같으면 경쟁사 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우리가 더 잘 만들어 시장을 빼앗아오면 되지만,우리는 경쟁 매장이 잘된다고 입지를 빼앗을 순 없잖아요."
▲ 매장엔 얼마나 자주 나가십니까?
"직원들이 저 신경 쓰느라 일 못할까봐 신세계백화점이건 이마트건 매장엔 거의 가지 않습니다."
▲ 유통업체 CEO가 매장을 모르고 경영이 되세요?
"예전에 신세계가 삼성그룹 소속일 때 얘기를 하나 해드리죠.사장단 회의를 열면 다른 계열사 가지고는 별 말 없던 사람들도 신세계 얘기만 나오면 말들이 많았답니다.
다들 부인에게 듣고 와서 한마디씩 거드는 거죠.유통이 그만큼 사람들의 일상과 가깝기 때문에 '참견'할 거리도 많을 수밖에요.
저 역시 매장에 나가면 모르는 사이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게 될 겁니다.
장수가 전략은 안 짜고 전장을 돌며 개개의 전투하는 방식을 놓고 참견하기 시작하면 병사들이 잘 싸울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잘 나가지 않는 겁니다."
▲ 주말에 쇼핑도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힘들어요.
조용히 살 것만 사고 가려 해도 어느새 점장이 나타나 따라붙거든요.
맘 편히 쇼핑도 못하는 팔자죠.그래서 저한테 필요한 것은 웬만하면 아내가 사다줘요.
아직 집사람 얼굴은 직원들이 잘 모르니까."
#가족 이야기·팝송을 사랑하는 이유
▲ 애처가로 알려져 있는데,사모님과 부부 싸움은 해보셨습니까?
"왜 없겠어요.
젊을 때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몇 번 싸웠죠.근데 중년을 넘어섰을 때부터는 싸워본 기억이 없습니다."
▲ 비결 좀 알려주세요.
"우리가 결혼을 왜 하죠? 행복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행복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부부 간에 싸울 일이 없어요.
벤자민 프랭클린이 '다른 이가 나로 인해서 행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행복하려면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면 어느 한 쪽이 일부러 싸우려 해도 싸움이 되질 않죠."
▲ 공처가시라는 얘긴가?(모두 웃음)
"하하.저는 애처가이자 공처가죠.젊은 남편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애처가가 못 되면 공처가라도 되라고.이게 꼭 아내를 위한 게 아니에요.
가정에 평화가 있어야 나와서도 성공할 수 있는 거니까요."
▲ 노래는 잘 하세요?
"그냥 스트레스 푸는 정도죠 뭐."
▲ 애창곡은?
"라 노비아(Lanovia·토니 댈라라의 노래)랑 더 영 원스(The Young ones·클리프 리처드의 노래) 정도?"
▲ 주로 팝송이군요.
유통업체 CEO면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장착해 두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요새 젊은 사람들 노래는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요.
워낙 부침이 심해서 좀 외웠다 치면 금세 유행곡이 바뀌어 버리고.그렇다고 젊은이들과 노래로 어울릴 기회가 있을 때 '뽕짝'을 부르자니 창피하고,그래서 차라리 올드팝을 멋드러지게 불러서 '야코'를 죽이는 전략을 써요."
#직장인론
▲ 회사에 도움을 주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려내는 부회장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일단 줄서는 친구들은 제가 좋게 보질 않아요.
잘 나가는 자리에 있을 때 찾아와 아부하다 잠깐 회사를 떠나 있을 때는 연락 한 번도 없는 이들이 있었어요.
줄서기 잘 하는 사람 치고 회사에 도움되는 경우는 없어요.
출세 지향적으로 얄팍하게 행동하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절대 곁에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 직장생활에서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윗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누가 더 먼저 나가는지 보자.이 회사엔 내가 더 오래 있을 사람이다'는 식의 오기가 좀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지요."
▲ 기억나는 상사는 있으세요?
"그룹 재무팀장이었던 오광렬 전 보광그룹 사장이 제일 기억나네요.
원래 삼성 스타일이 아닌 분이었거든.자기 할 일만 딱 처리하면 6시에 칼퇴근하던 분이었으니까.
나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건강론
▲ 환갑을 넘기셨는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내 키가 170cm인데 몸무게를 69kg이 넘지 않도록 먹는 것을 조절해요.
운동도 틈틈이 하고."
▲ 무슨 운동을 주로 하시는지.
"아침마다 뒷산에 오르고,틈틈이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도 하고 그래요."
▲ 지금 지갑에 돈은 얼마나 있죠?
"한 번 보여 드릴까요?"(구 부회장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보여줬다.
10만원짜리 수표 석 장,현금 10만원가량이 들어 있었다.)
▲ 그걸로 오늘 술값 쏠 수 있어요?
"카드로 긁으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 한 달 용돈은 얼마나 쓰십니까?
"한 200만원 되나? 경조비가 많이 나가요."
#여전히 소박한 미래설계
▲ 오너가(家)의 신임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용진 부회장도 "구 부회장께 배울 게 아직 많다.
하셔야 할 일이 많다"고 하던데,언제까지 현직에 계실 것 같습니까?
"제가 집사람에게 자주 그래요.
'작년에 그만뒀어야 하는데'라고.이번 임기까지 마치면 대표이사만 3년씩 세 번을 하는 셈인데,위에서 이렇게 오래 버티고 앉아 있으면 인사 적체가 생기거든.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요."
▲ 너무 욕심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인터뷰라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정말 퇴직이 너무 늦어진다 싶어요.
이제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것을 좀 해보고 싶어요.
평생 일만 하고 돈만 벌다 갈 수는 없잖아요."
▲ 회사를 그만두신 뒤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한때는 전공(경제학)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더 해보고도 싶었는데,그건 좀 늦은 것 같아요.
여행 다니고,글 쓰며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해 나가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부부(父父) 자자(子子) 군군(君君) 신신(臣臣)'이라는 글귀를 늘 새기며 삽니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정말 맞는 말이다 싶어요.
사원은 사원답게,과장은 과장답게,임원은 임원답게,CEO는 CEO답게만 다들 해준다면 잘못될 회사가 어딨겠어요.
가끔 보면 사원이 자기 능력 있다고 부장 역할을 하려고 나서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임원이 됐는데도 부장일 때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죠.이런 회사는 잘될리가 없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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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서 연재하고,책으로도 펴낸 CEO열전을 한번 읽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거기 보면 '꼭 CEO가 돼야지'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살았던 이는 아무도 없더군.근데 요즘 후배들은 입사 면접 때부터 CEO가 되는게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꿈을 크게 갖는 것은 좋지만,조급하게 생각하는 건 곤란합니다.
어느 회사나 막내로 들어가면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되잖아요.
이게 싫어서 지름길을 생각하며 회사를 때려치우는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MBA를 받아오면 달라질거야 하며 유학도 가고,고시로 빠지기도 하고.근데 CEO열전을 한번 보세요.
사원일 때 사원답게 뭐든 배우겠다는 자세로 주어진 일에 충실한 사람이 결국 CEO까지 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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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에 있으면서 돈 원없이 가지신 분들을 모셔 보니까 알겠더라구.내가 관리할 수 없는 범위의 돈은 그게 자기 돈이 아니란 걸 말이야.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돈이라는 것은 먹고 입고,이런데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하잖아.나머지 돈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는 자식한테 조그만 아파트라도 물려 줄 수 있는 복을 갖긴 했지만,자식에게 근로에 대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일 수도 있지.그런 점에서 돈이 많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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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부터.학군단 8기로 육군 소위로 임관한 그는 "평소 숫기가 없고 조용한 성격인데 소대장을 맡고 보니 어떻게 부하들을 통솔해야 할지 막막했다"고.그래서 소대에서 꼭 지켜야 할 큰 원칙만 정해 놓고 경험 많은 선임하사에게 자율권을 줘 세세한 사병 관리를 맡겼다는 것.
"다른 소대장들처럼 병사들의 '조인트'를 까거나,기합 준 기억이 별로 없어요.
대신 훈련을 마치고 부대원 전원에게 통닭을 시켜준다든지,인생 고민을 들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개개의 병사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주로 맡았죠.기강을 잡는 일은 병 출신인 선임하사가 훨씬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비교적 늦깎이로 신세계에 합류해 유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건 부문별 대표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우는 '선임하사 경영론'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게 스스로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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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실과 점장,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잔뼈가 굵은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와 이마트에서 역시 점장,지원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이경상 이마트부문 대표가 그들이다.
두 대표는 요즘도 수시로 각각 책임지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매장을 매일 둘러볼 정도로 철저한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대신 구 부회장은 매장을 일절 찾지 않는다.
박주성 신세계 홍보담당 상무는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잘못했다고 무안을 주는 일이 거의 없다"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논리적으로 아랫사람을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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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기상고(1965년)와 연세대 경제학과(1970년)를 졸업한 뒤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삼성전자·삼성비서실 재무팀 과장·동경지점 관리부장·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 등을 거친 '재무형 CEO'다.
1996년 ㈜신세계로 영입돼 경영지원실장(상무)을 거쳐 99년부터 ㈜신세계의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2001년 사장에 올랐다.
지난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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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쌓이면 집(단독주택) 지하에 마련해놓은 노래방 기기 앞에 선다골프는 90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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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한 잔 하시고 부드럽게 시작하시죠?
"아이고.저 술 많이 못해요."
-오늘 기분 좋게 취하셔야 속에 있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텐데.
"술 센 기자분들에게 이렇게 둘러싸여 앉아 있으니 안 마셔도 마신 듯 얼콰해질 것 같습니다.
걱정마세요."
-주량은 얼마나 되십니까?
"소주 반 병 이상은 못 마셔요.
기분 좋으면 5잔까지도 버티지만,보통 땐 1~2잔 정도.오늘 컨디션도 좋은데 기록 한번 세워볼까?"(웃음)
# 부회장 승진과 월급쟁이 성공기
▲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7년 만의 승진이었죠?
"큰 의미는 두지 않아요.
전에도 대표이사였고,지금도 대표이사니까.
'구 사장'하던 사람들이 '구 부회장' 하려니 발음만 어렵고 말이죠."
▲ 월급쟁이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셨는데,언제 CEO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까?
"솔직히 그런 야망을 가져본 적은 없었어요.
그냥 월급쟁이가 되고 싶어서 된거니 만족스러워 열심히 일해왔을 뿐이지.평사원일 땐 그냥 사원으로,과장이 돼선 과장으로서 이렇게 각각 그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젊었을 때의 장래희망은 뭐였습니까?
"(주저 없이)월급쟁이가 제 꿈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는데,수입이 불규칙해서 집안이 늘 불안했거든.그래서 은행처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상업고등학교(1965년 경기상고 졸업)에 들어갔던 것이고.그 뒤 대학 진학까지 했지만 꿈은 바뀌지 않았어요.
은행 대신 삼성으로 방향을 바꿨지만,안정된 직장의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이 이렇게 CEO로까지 이어졌으니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지."
▲ 요즘 대학마다 학생들이 고시 준비에 매달려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마다하고 9급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이들도 많은데.
"참 걱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대학에 강연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 많이 벌고 싶지 않느냐.그렇다면 공직에 갈 생각 말고 기업으로 와라.CEO 월급이 장관보다 훨씬 낫다'고 말해줍니다.
경제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공직으로 가거나,여러분처럼 언론인의 길을 걷는 건 잘못된 것 아닙니까.
돈 보다는 명예,국민과 사회에 대한 봉사 등 다른 성취를 달게 여길 자세가 돼 있는 사람만 공직에 도전하라고 강조하죠."
▲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그런 각오 없이 기업 이외의 길을 걸은 사람들은 기업 가서 잘된 친구들 보면 속이 꼬이는 거죠.자기보다 공부 못했던 친구가 돈 많이 받고 성공하니까.
좀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에는 이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각의 지나친 기업때리기를 보면서 '질투는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는 말도 생각나고."
#도쿄지사 근무,오너가(家)와의 인연
▲ 직장인으로 지내오면서 좌절한 때는 없었나요?
"없다면 거짓말이겠지.하지만 그런 좌절이 대부분 저에겐 전화위복이 된 경우가 많았어요.
삼성에 있을 때 임원 승진 연차가 됐는데 한 해 물을 먹었어.굉장히 서운하더라고요.
알아봤더니 이병철 당시 회장께서 임원 승진자 명단을 보고받고는,거기에 올라 있던 제 이름을 발견하고 '구학서는 너무 어려' 하며 빼버렸다는 거예요.
대상자 중에서 내가 가장 친숙하셨는데,일종의 승진 군기잡기였다고 비서실장이 설명해주시더군.겸손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결과적으로 입사동기들 중에 제가 가장 오래 CEO로 남아 있게 됐습니다."
▲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이 꽤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게 됐습니까.
"1982년부터 4년 반가량 삼성물산 일본 법인에서 근무했는데,그때 선대 회장께서 일본에 자주 들르셔서 자연스레 모실 기회가 많이 있었던 거죠."
▲ 에피소드도 많으시겠군요.
"많죠.선대 회장은 기분이 좋으면 저한테 용돈을 쥐어주곤 하셨습니다.
어떨 땐 2만엔,또 한번은 5만엔,이런 식으로.기분 좋을 때란 주로 일본인들과 골프쳐서 돈 땄을 때였죠.한번은 회장께서 일본의 한 재벌 총수와 골프를 쳐서 돈을 땄는데,그 분이 지갑을 깜빡 잊고 나와서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못 받았나봐요.
나중에 제가 받아다 드렸는데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는 거예요.
정말 대단한 승부사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 이명희 회장과 인연도 일본 근무와 관련이 있습니까?
"선대 회장은 일본에 연간 네 번씩 다녀가셨는데,매번 따님들이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회장하고 같이 오셨어요.
당시 저는 부장이었지만 서울에 있는 웬만한 임원들보다 그 분들을 만날 시간이 훨씬 많았던 셈이죠."
▲ 이번에 같이 승진한 정용진 부회장의 '사부'로 알려져 있는데,두 분 관계는 어떻습니까.
"정 부회장이 세세한 것까지 저와 상의해줘서 참 고맙죠.기업들마다 오너 일가 사람들을 기용하는 방식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범(汎) 삼성가는 이병철 선대 회장 영향으로 기업 안에서 오너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예요.
저도 그게 맞다고 봅니다.
오너 가족들이야말로 기업과 운명을 같이 할 사람들이니까,고도의 결정은 직접 해요.
그런 역량을 반드시 쌓을 것을 요구받지요.
아직 정 부회장은 경험이 많이 부족해 제가 결정 내리는 걸 보고 배우고,참고한다고 본인이 말합디다."
▲ 정 부회장이 요즘 기자들도 자주 만나고,매장도 방문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던데.
"아직은 이것저것 배울 게 많은 단계라서 전투 현장을 속속들이 익히는 과정이죠 뭐.특히 식품쪽에 관심이 많아서 매장을 자주 찾아요.
식품 매장과 관련된 혁신적인 제안들도 많이 내놨어요."
# 유통업은 매력적인 사업
▲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과 더불어 유통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데,유통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재밌다'는 거죠.공장 대신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장을 갖고 하는 사업이라 계절 바뀌는 걸 회사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만 해도 그렇고."
▲ 어려운 점도 없지는 않겠죠?
"왜 없겠습니까. 유통업은 '부지 싸움'인데,이게 영 골치 아픕니다. 제조업 같으면 경쟁사 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우리가 더 잘 만들어 시장을 빼앗아오면 되지만,우리는 경쟁 매장이 잘된다고 입지를 빼앗을 순 없잖아요."
▲ 매장엔 얼마나 자주 나가십니까?
"직원들이 저 신경 쓰느라 일 못할까봐 신세계백화점이건 이마트건 매장엔 거의 가지 않습니다."
▲ 유통업체 CEO가 매장을 모르고 경영이 되세요?
"예전에 신세계가 삼성그룹 소속일 때 얘기를 하나 해드리죠.사장단 회의를 열면 다른 계열사 가지고는 별 말 없던 사람들도 신세계 얘기만 나오면 말들이 많았답니다.
다들 부인에게 듣고 와서 한마디씩 거드는 거죠.유통이 그만큼 사람들의 일상과 가깝기 때문에 '참견'할 거리도 많을 수밖에요.
저 역시 매장에 나가면 모르는 사이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게 될 겁니다.
장수가 전략은 안 짜고 전장을 돌며 개개의 전투하는 방식을 놓고 참견하기 시작하면 병사들이 잘 싸울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잘 나가지 않는 겁니다."
▲ 주말에 쇼핑도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힘들어요.
조용히 살 것만 사고 가려 해도 어느새 점장이 나타나 따라붙거든요.
맘 편히 쇼핑도 못하는 팔자죠.그래서 저한테 필요한 것은 웬만하면 아내가 사다줘요.
아직 집사람 얼굴은 직원들이 잘 모르니까."
#가족 이야기·팝송을 사랑하는 이유
▲ 애처가로 알려져 있는데,사모님과 부부 싸움은 해보셨습니까?
"왜 없겠어요.
젊을 때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몇 번 싸웠죠.근데 중년을 넘어섰을 때부터는 싸워본 기억이 없습니다."
▲ 비결 좀 알려주세요.
"우리가 결혼을 왜 하죠? 행복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행복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부부 간에 싸울 일이 없어요.
벤자민 프랭클린이 '다른 이가 나로 인해서 행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행복하려면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면 어느 한 쪽이 일부러 싸우려 해도 싸움이 되질 않죠."
▲ 공처가시라는 얘긴가?(모두 웃음)
"하하.저는 애처가이자 공처가죠.젊은 남편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애처가가 못 되면 공처가라도 되라고.이게 꼭 아내를 위한 게 아니에요.
가정에 평화가 있어야 나와서도 성공할 수 있는 거니까요."
▲ 노래는 잘 하세요?
"그냥 스트레스 푸는 정도죠 뭐."
▲ 애창곡은?
"라 노비아(Lanovia·토니 댈라라의 노래)랑 더 영 원스(The Young ones·클리프 리처드의 노래) 정도?"
▲ 주로 팝송이군요.
유통업체 CEO면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장착해 두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요새 젊은 사람들 노래는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요.
워낙 부침이 심해서 좀 외웠다 치면 금세 유행곡이 바뀌어 버리고.그렇다고 젊은이들과 노래로 어울릴 기회가 있을 때 '뽕짝'을 부르자니 창피하고,그래서 차라리 올드팝을 멋드러지게 불러서 '야코'를 죽이는 전략을 써요."
#직장인론
▲ 회사에 도움을 주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려내는 부회장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일단 줄서는 친구들은 제가 좋게 보질 않아요.
잘 나가는 자리에 있을 때 찾아와 아부하다 잠깐 회사를 떠나 있을 때는 연락 한 번도 없는 이들이 있었어요.
줄서기 잘 하는 사람 치고 회사에 도움되는 경우는 없어요.
출세 지향적으로 얄팍하게 행동하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절대 곁에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 직장생활에서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윗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누가 더 먼저 나가는지 보자.이 회사엔 내가 더 오래 있을 사람이다'는 식의 오기가 좀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지요."
▲ 기억나는 상사는 있으세요?
"그룹 재무팀장이었던 오광렬 전 보광그룹 사장이 제일 기억나네요.
원래 삼성 스타일이 아닌 분이었거든.자기 할 일만 딱 처리하면 6시에 칼퇴근하던 분이었으니까.
나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건강론
▲ 환갑을 넘기셨는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내 키가 170cm인데 몸무게를 69kg이 넘지 않도록 먹는 것을 조절해요.
운동도 틈틈이 하고."
▲ 무슨 운동을 주로 하시는지.
"아침마다 뒷산에 오르고,틈틈이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도 하고 그래요."
▲ 지금 지갑에 돈은 얼마나 있죠?
"한 번 보여 드릴까요?"(구 부회장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보여줬다.
10만원짜리 수표 석 장,현금 10만원가량이 들어 있었다.)
▲ 그걸로 오늘 술값 쏠 수 있어요?
"카드로 긁으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 한 달 용돈은 얼마나 쓰십니까?
"한 200만원 되나? 경조비가 많이 나가요."
#여전히 소박한 미래설계
▲ 오너가(家)의 신임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용진 부회장도 "구 부회장께 배울 게 아직 많다.
하셔야 할 일이 많다"고 하던데,언제까지 현직에 계실 것 같습니까?
"제가 집사람에게 자주 그래요.
'작년에 그만뒀어야 하는데'라고.이번 임기까지 마치면 대표이사만 3년씩 세 번을 하는 셈인데,위에서 이렇게 오래 버티고 앉아 있으면 인사 적체가 생기거든.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요."
▲ 너무 욕심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인터뷰라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정말 퇴직이 너무 늦어진다 싶어요.
이제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것을 좀 해보고 싶어요.
평생 일만 하고 돈만 벌다 갈 수는 없잖아요."
▲ 회사를 그만두신 뒤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한때는 전공(경제학)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더 해보고도 싶었는데,그건 좀 늦은 것 같아요.
여행 다니고,글 쓰며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해 나가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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