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SK㈜ 사장이 마라톤을 시작한 사연은 길다.
운동,약,치료 등 좋다는 것은 빼놓지 않았다. 헬스클럽에서 자전거 타기는 365일 매일 한다는 각오로 365회,33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스트레칭은 33회를 했다. 그러던 중 2001년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주최한 국제아동돕기 행사에서 한국암웨이의 김희진 부사장을 만났다. 역설적으로 퇴행성 관절염에는 마라톤이 좋다는 김 부사장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해부터 마라톤을 하기로 마음먹은 신 사장은 맹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3.6km 정도를 45분에 뛰었다. 하프코스를 뛰어보라는 권유에 7.2km,다음에는 왕복을 두 번 해 15km를 연습했다. 신 사장은 곧바로 모 신문사 주최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 도전했다. 걸어서라도 들어오자는 심사였다. 첫 완주 기록은 4시간39분.신기하게 다리의 통증이 없어졌다. 이후 마라톤은 신 사장과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운동이 됐다. 단지 운동이 아니라 신 사장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그 무언가가 된 것.신 사장은 마라톤과 경영에서 큰 공통점을 발견했다. 마라톤과 경영은,다른 사람이 단 1m나 한순간도 안 도와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라톤이든 경영이든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내야 하죠.실행에 옮기면서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인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도 대신 해줄 수 없죠.마라톤도 그렇고 경영도 마찬가지죠." 신 사장은 요즘도 각 부문장들에게 "결국 결정은 나한테 미루는구먼.정말 고독해"라고 농을 건넨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신 사장 혼자만의 고민이 있다는 얘기다. 1955년.신헌철 SK㈜ 사장에겐 잊을 수 없는 해다.
신 사장은 하숙집을 하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 여객터미널을 오가며 호객행위를 했다. 손님을 모셔오다 중간에 여관으로 손님을 뺏기면 한숨을 쉬곤 했다. 이후 어머니와 함께 부산 해운대로 이사했다. 어머니와 행상을 하기 위해서다. 신 사장의 유년은 그랬다. 가난 때문에 신 사장은 인문계를 포기하고 부산상고에 입학했다. 장학제도 때문이었다. 은행원의 꿈을 안고 신 사장은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학 때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해야 할 정도로 형편은 계속 어려웠다. 대학은 서울대를 목표로 했다. 아쉽게도 1964년 서울 상대에 떨어지고 부산시립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했다. 이듬해 또 낙방했다. 결국 3수를 하고나서야 1966년 부산대학교에 들어갔다. 신 사장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병대에 입대했다.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다. 육군보다 2개월 짧았던 복무기간도 한 몫했다. 하지만 신 사장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제대를 4개월 앞둔 1968년 초 북한의 김신조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면서 복무기간이 무기한 연장된 것.결국 예정기간인 26개월보다 7개월 많은 33개월이 지나서야 제대했다. 제대 후 고시도 생각했었지만 형편상 취직을 했다. 아버지의 죽음,가난,3수,해병대,군복무 연장….어쩌면 일찍 여읜 아버지로 인해 신 사장의 고난이 커진 것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신 사장은 원망이나 그리움을 넘어 또 하나의 교훈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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