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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2008 대입논술 실전 해설]서울대"

설경. 2007. 9. 10. 23:59
[동아일보]

《대입 논술시험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대학별 논술고사의 유형을 파악하고 실전 요령을 익혀야 할 때다. 이번 호부터 ‘2008 대입논술 실전 해설’을 싣는다.

수험생이 막바지 단계에서 꼭 알아둬야 할 논술 고득점 요령을 예시문항과 함께 살펴본다.

대입전문 온라인 교육업체인 ‘스카이에듀’가 인문계는 ‘대학별 맞춤형 해설’을,

자연계는 ‘최근 출제 경향 해설’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제시문 단서로 논의 확장…구체적 해결방안 제시해야

서울대는 2008학년도 논술고사에 대해 인문계는 3문항, 자연계는 4문항을 각각 출제하며, 시험시간은 5시간이고, 문항 및 논제별로 등급화해 점수를 매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차에 걸쳐 발표한 예시문항과 2월에 치러진 논술 모의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모의고사와 예시문항을 종합해 볼 때 서울대 논술의 특징은 문항이 여러 개이고 각 문항에 복수의 논제가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모의고사의 경우 4개 문항에 총 9개의 논제가 주어졌습니다. 따라서 실전에서도 문항 수는 3개로 줄어들지만 논제는 적어도 6∼9개 주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문항 수와 논제를 여러 개 주는 것은 학생들의 능력을 다각도로 측정하겠다는 뜻이며, 또한 좀 더 정밀한 평가를 통해 평가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글자 수의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한 문제를 주고 2500자 내외를 쓰라고 했지만, 이제는 논제당 200∼1000자의 글을 써야 합니다. 짧은 글 속에 자신의 생각을 밀도 있게 담을 수 있는 능력을 보겠다는 의도인 듯합니다. 이는 또한 서론, 본론, 결론식의 구성이 아니라 묻는 바에 대한 집중력 높은 답안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특징은 문항별로 주어진 각 논제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논의를 기반으로’ 식의 문제가 바로 그러한데, 이는 한 문항 내에서 얼마나 일관성 있는 대답을 하는지를 측정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큰 주제에 대한 일관성 있는 논리 전개 훈련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각 논제들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분석력, 비판적 사고 능력(반론 혹은 재반론 제시), 그리고 창의적 사고 능력(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방안 찾기)을 묻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의 비문학 독해 부분에서 묻는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평소에 비문학 독해 연습을 치밀하게 하는 학생들은 그 자체가 서울대 논술 준비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 특징은 교과서 지문을 많이 활용해서 통합교과형 논술의 취지를 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시, 소설, 수치화된 데이터, 그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수리적 사고 능력을 묻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방법론적 틀 속에서 인문학적 감수성, 가치판단 능력, 문제해결 능력, 수리적 사고력 등을 통합적으로 측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평소에 언어영역, 사회탐구영역, 수리영역에 대한 학습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사고 능력을 반드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단서로 삼아 논의를 더 확장해 전개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제시문에 근거해서 논술하는 문제의 비중이 높은 다른 대학들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등학생 같은 규범적인 대답이 아니라 논리적 근거에 입각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08학년도 2차 예시문항을 보면서 함께 공부해보세요▼

(예시문항 전문은 서울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 서울대 논술의 주목할 특징,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2차 예시문항은 모두 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문항에 논제가 1∼3개씩 있어서 총 10개의 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관계로 여기서는 문항 1에 집중하겠습니다.

문항 1은 제시문을 4개 주고 그와 관련하여 3개의 문제를 묻고 있습니다. 제시문 (가)는 전자회사의 신제품 개발에 대한 수익성 판단, (나)는 비행기 개발과 관련한 상황변화에 대해 국방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다)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하여 농림부의 찬성 논거와 환경부의 반대 논거, 그리고 (라)는 영월 동강댐 건설에 대한 찬성론자들의 근거와 반대론자들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요.

[논제 1]은 제시문 (가)와 (나)의 상황에서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한 학생의 판단과 그 근거를 묻는 것이고, [논제 2]는 제시문 (다)와 (라)에서 새만금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이유, 영월 동강댐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논술하라는 것입니다.

두 문제 모두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해분석력을 측정하는 문제이고, 특히 두 번째 문제는 제시문에 나와 있는 논거들에 대한 비판적인 해석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이 어려워했고, 또 서울대가 다른 대학과 달리 독특하게 강조해서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문제가 [논제 3]입니다. [논제 3]은 앞서 서울대 논술 경향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해분석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초로 창의적인 사고력,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문제해결 능력을 묻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이 통상 문제이해 능력을 측정하는 데 큰 비중을 둔다면, 서울대는 한발 더 나아가 문제해결 능력까지 묻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논제 3]은 문제해결 능력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제시문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 밖에서 논의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깊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제시문을 토대로 논술을 하는 지금까지의 논제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은 이 점에 반드시 유의해야 합니다.

■ ‘사실’과 ‘가치’의 구별 → 사실 탐구 → 가치 탐구 → 대안

자, 그러면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죠.

[논제 3]은 “제시문 (가)∼(라)가 보여 주는 선택의 상황에는 여러 가지의 판단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각각의 판단 기준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술하시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원칙을 일반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 원칙을 적용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서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합리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원칙들이 필요할까요? 우선 ‘사실’과 ‘가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사실의 문제와 가치관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곤란하겠지요.

그 다음에는 정확한 ‘사실 탐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판단에 기초할 때 문제해결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탐구만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대립되는 관점과 기준들에는 가치 판단과 관련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가치관들이 존재하며 왜 대립하는지, 그러한 가치관에 관련된 문제들은 어떤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가치 탐구’의 문제라고 합니다.

사실 탐구와 가치 탐구에 기초해서 문제해결의 방향이 잡히면 이제 가능한 대안을 세우고 그러한 대안이 불러올 결과를 예상해 봐야겠지요. 이 예상 결과가 긍정적일 때 대립되는 기준들을 조화시키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기준을 적용시킬 만한 적절한 사례를 찾고, 구체화하는 것이고요.

선생님은 경주시의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유치 결정과정을 예로 들어 보려고 합니다.

■ 합리적 의사결정의 예, ‘경주시 방폐장 유치 결정’

방사능폐기물 처리장(방폐장) 문제는 아주 민감한 사안입니다. 전력 공급의 상당한 부분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폐기물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처리할 시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방사능 폐기물은 치명적인 위험물질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지역에 그 처리장이 들어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선 사실 문제와 가치 문제를 구분해 봅시다. 방폐장 건설과 관련된 원천적 문제인 ‘원자력 발전을 지속해야 하는가’는 가치의 문제이며, ‘원자력 발전 혹은 방폐장이 불러올 위험의 구체적인 내용과 수준은 무엇인가’는 사실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 ‘주민들의 의사나 이익을 반영하거나 보호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가치 문제인 반면, ‘주민의 이익을 어떤 방법으로 보호할 때 얼마나 보장되는가’의 문제는 사실 문제입니다.

이러한 구분에 기초해서 사실 탐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즉 방사능 폐기물이 위험하다는 근거, 사례, 위험성의 해소 방안,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은 방폐장과 관련된 가치 판단 문제를 연구하고 해법을 찾을 순서입니다. 가치 판단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합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마련될 수 있습니다.

방폐장 설치가 필요한가 혹은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가치 문제를 봅시다. 전력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가 없겠지요.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배제하고는 충분한 전기 공급이 어렵다는 점도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폐장의 필요성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특정 지역에 방폐장을 설치할 때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적 원칙으로 볼 때 당연히 반영해야 하며,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실현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겠지요. ‘특정 주민들에게 방폐장 설치와 관련된 물질적 보상이 필요한가’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많은 지역에서 기피하는 시설을 설치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협상과 타협이 필요한 문제이며 최종적으로는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표를 통해서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 탐구와 가치 탐구 과정을 거쳐서 방폐장 용지 선정을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대립되는 기준들이 조화를 이룰 때 합리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겠지요. 이렇게 볼 때, 경주시의 방폐장 유치는 사실적 근거에 기초하여 방폐장의 위험성을 둘러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민주적 방식의 의사결정과 보상을 통해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문제를 해결한 합리적 의사결정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 스카이에듀 대표

☞해설과 예시답안은 www.easynonsul.com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