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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신당주자 릴레이 인터뷰] 손학규 "국민 편하게하면 경제도 살아날

설경. 2007. 9. 12. 00:41
손학규 후보

지난 주말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의 표정에선 50분간의 인터뷰 내내 비장감이 묻어났다.

예비경선에서 진땀승을 거둔데다 타 후보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터라 "아직도 시베리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말이 엄살만은 아닌 듯했다.

특히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 생각) 논란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국민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는 대목에선 힘이 들어갔다.

―참여정부를 평가한다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햇볕정책을 승계해 남북관계를 안정시킨 점,FTA 체결 등을 통한 세계화에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룬 점,지역균형 발전 등은 평가한다.

그러나 국민을 편하게 하지 못한 게 실책이다.

분열과 대립 갈등구조를 심화시켰다.

열린우리당이 결국 문을 닫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 마음이 상한 국민들이 맹목적으로 한나라당으로 가는 이유가 됐다.

결국 우리가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표를 가져오는 길도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다음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550조원에 달하는 유동자금도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손 후보를 공격하는 이유를 뭐라 생각하나.

"모르겠다.

이해를 못하겠다.

국민들이 떠나는 대통령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마지막까지 딴 데 신경쓰지 말고 민생만 생각하고 오직 국정에만 전념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

퇴임 이후의 정치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노심(盧心) 논란이 일고 있는데.

"국민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국민은 현명하고 냉정하다."

―한나라당 탈당전력이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가.

"국민들이 진정성을 이해해주면 된다.

말싸움에서 꼭 이겨야 하나.

잔매 좀 맞아도 아프지 않다.

1등 때리기는 경선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나라당을) 나왔다.

꿈을 버릴 수 없고,내 능력을 재워두기 아까워서 나왔다."

―표를 모으기에는 손학규 만의 '색깔'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제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홍보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경제 브랜드를 가져갔으니 경제는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누가 진짜 경제 대통령인지,일자리 대통령인지 앞으로 국민에게 검증을 받겠다.

경제에서 이 후보를 이기고 플러스 알파로 통합의 가치를 높이겠다."

―이 후보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국민들에게 회사 사장을 하면 경제도 잘 할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국가경제에 대해서도 건설회사 사장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내륙운하다.

공약 자체는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 공약에 배인 멘털리티는 바뀌지 않는다.

이 후보가 만든 청계천,버스 전용차로제,서울광장 등은 일단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내가 경기지사 재직 시절 수원에 바이오센터와 융합기술원 등 3500억원을 투자한 것이나 4년 동안 중앙정부와 싸워가며 판교 신도시에 20만평 규모의 연구개발단지를 확보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경기지사 재직 시절 (이 후보의) 서울시에 가고 싶어하는 첨단기술 기업을 많이 끌어왔는데 이유는 서울시가 소극적이었다는 데 있다.

미래산업을 위한 비전은 원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이게 차이다."

―경제와 함께 통합을 화두로 던졌는데.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과 생활했고,민주화운동을 했다.

유학생활을 통해 세계를 보면서 시장경제의 중요성과 기본을 제대로 배웠다.

좌우를 다 안을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한다.

영·호남 사이의 지역적 골이 여전히 깊은 상황에서 지역색이 없는 내가 통합의 적임자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다.

주한 미국 대사 앞에서 친북좌파를 이야기한 이 후보와 같은 인식으로는 다가오는 한반도 통일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경제의 핵심 공약을 꼽는다면.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다.

R&D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려서 임기 동안 100조원을 투자하겠다.

또 30만명의 청년에게 해외 기업 인턴의 경험을 주고,저소득층 초,중,고등학생 10만명에게도 해외연수 기회를 줄 것이다.

이를 통해 1만명의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의 연대얘기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문 후보가 (경선에) 참여했으면 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도상의 제약이기 때문에 어떨지 모르지만 참여할 길이 있다면 언제라도 좋다고 생각하고,또 다른 길이 있다면 열어놓고 생각하겠다."

―국회로 넘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은.

"정치적 차원이 아닌 국가 이익이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을 납득시키고 심도 있는 토의가 병행되어야 겠지만 되도록 빨리 비준이 돼야 한다."

글 노경목 기자/사진 김정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

 

 

손학규후보 부인 이윤영씨는 한살 연상 약사


고비때마다 조언 … 조용한 내조

손학규 후보의 부인 이윤영씨(61)는 '조용한 내조자'로 통한다.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지지만 앞에 나서지 않고 그림자 보필을 하기 때문이다.

손 후보가 지난 3월 한나라당 탈당에 앞서 비장한 심정으로 강원도 산사를 찾았을 때도 이씨는 함께 있었다.

민심대장정과 지방 방문 등 일부 일정에도 동행했다.

물론 항상 언론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손 후보의 정치적 지위 때문에 특별한 주목을 받는 것이 싫어서다.

영화감독일을 하는 둘째딸이 최근 '아버지가 손학규라는 게 알려져 예기치 않은 주목을 받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씨는 손 후보와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알게 됐고 7년간 열애 끝에 1974년 결혼했다.

이씨가 한 살 많은 연상연하 커플이다.

이대 약대를 졸업한 이씨는 손 후보가 노동운동을 할 때 서울 수유리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가계를 전담하다시피했다.

당시 지인들이 손 후보를 '셔터맨'이라고 부른 배경이다.

이씨는 70년대 손 후보가 도주 생활을 하던 시절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로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씨는 "사회운동 과정에서 받은 남편의 첫 월급과 첫째 아이를 업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 위협을 받은 게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