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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신당주자 릴레이 인터뷰] 정동영 후보 "호남은 결국 호남주자 선택

설경. 2007. 9. 12. 00:45
정동영 후보

지난 주말 전남 여수에서 열린 '여수엑스포를 위한 체육협의회' 체육대회장에서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예비경선에서 1위인 손학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쳐 본경선에서 '역전'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는 "호남 민심은 (호남 주자인) 정동영을 선택할 것"이라며 "본경선에서의 승자는 결국 정동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유권자들이 전략적으로 호남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2002년과 2007년은 상황이 다르다.

여권이 단결돼 있었던 2002년에는 영남 유권자들의 단합을 막기 위해 호남이 전략적으로 호남 주자를 배제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영남 출신인 이명박 후보를 내세웠다.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범여권 지지자를 한 데 모으는 게 우선 시급하다. 호남 민심이 범여권을 단결시킬 수 있는 (호남 주자인) 정동영을 선택할 것이다."

―본경선은 접전을 벌인 예선전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예선에서 모두들 차이가 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별 차이가 없었고,선거인단 조사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일관된 정치 행보와 정통성,추진력에서 손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정책과 비전이 제대로 알려지면 무난히 승리하리라 믿는다."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중(中)통령'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개성 동영''21세기 한반도 평화경제의 설계자'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5년 9·19 합의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틀을 마련하고,6자회담 재개를 이끌었다. 특히 9·19 합의서는 차기 대통령이 실천해야 할 일종의 위탁 문서다. 설계도를 그린 사람이 잘 실천하지 않겠나. 개성공단 1개만 만들어도 25조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남한에 1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제2의 개성공단을 10개 만들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을 만든 추진력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국민의 폭발적 공감을 얻을 것이다."

―개성공단 건설에 노력한 건 인정하지만 너무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설계도상에만 머물던 개성공단을 실제 공장으로 만든 게 정동영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설계도에만 그쳤을 것이다. 미국 상무부의 전략물자수출통제규정(EAR) 때문에 개성공단 건설에 필요한 부품과 자재 등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미국에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 해결했다. 나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개성공단은 지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행정경험에선 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에 비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도 장관 한 번 하지 않고 국정 전반을 아울렀고,노무현 대통령도 짧은 해양수산부 장관 경험이 전부다. 나는 집권 여당의 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고 통일부 장관도 역임했다."

―친노 후보들은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씩이나 지낸 정 후보의 조기 탈당을 비판한다.

"열린우리당 탈당은 어떻게 평화개혁세력이 다시 힘을 합쳐 한나라당과 싸울 힘과 전선을 재정비하느냐의 문제였다. '대통합이 안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를 던지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먼저 나서서 헌신하고 봉사하면서 대통합에 큰 기여를 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친노 후보들)은 대통합 과정에서 무엇을 했나. 지금 모두 구조선에 와 있지 않나."

―예비경선에서 참여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거 이해찬 후보 캠프에 참여하면서 '노(盧)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통령은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 옳다. 대통령 측근들도 대선 중립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는데 그 때 참여정부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순수단체를 왜 비판하느냐고 하더니 특정 후보 지지 결의로 가고 있지 않느냐. 본경선과 대선이 잡음 없이 되려면 그런 소지들을 없애야 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전형적 `외유내강`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씨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52)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의 아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민씨는 보이지 않게 뒤에서 뒷바라지하는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고비에 처하면 항상 민씨가 함께했다.

정 후보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민씨와 지방의 산이나 강으로 떠난다.

'태극기를 휘날리며''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를 관람하는 자리에도 꼭 아내를 동반한다.

 

민씨와 정 후보의 러브스토리는 정치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정 후보는 숙명여대 음대에 다니던 민씨에게 반해 개나리 한 다발을 들고 기숙사 앞에서 "민혜경 나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사건으로 정 후보에겐 '개나리 아저씨'란 별명이 붙었다.

민씨의 부모님으로부터 "기자라서 사윗감 삼기 어렵다"는 답을 듣자 방송국에 사표를 쓰고 설악산으로 민씨를 '납치'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 사근동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때 민씨는 집에다 피아노 학원을 차리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20여년간 엄격하고 깐깐한 시어머니 수발은 물론 3명의 시동생까지 거둬 결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