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漢字 배우기 열풍… 왜?"

설경. 2007. 9. 19. 00:33

[동아일보]

도덕+인성교육 ‘일석이조’… 일부기업선 입사때 가산점

《‘父母呼我(부모호아)어시든 唯而趨進(유이추진)하고

(부모님께서 나를 부르시거든 빨리 대답하고 달려 나가고)….’

초등학교 2학년 김현서(9) 양이 사자소학(四字小學)을 읽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한자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그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이다.

김 양은 6세 때부터 한자를 배웠다.

“하늘 천(天), 따 지(地)” 하며 기초 한자부터 배웠는데 요즘에는

사자소학을 어렵지 않게 배우고 있다. 》

사자소학은 옛날에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자의 기초 교과서이다.

초중고교생 사이에 한자 자격시험이 인기다.

삼성 금호아시아나 SK그룹 등 일부 기업은 공인된 한자급수자격증 소지자에게 입사할 때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한문이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제2외국어 영역으로 포함됐고,

대학들은 수시 입학의 특기자전형에 한자급수자격증을 반영하고 있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한자 배우기 바람과 각종 자격시험의 종류, 대비법을 알아본다.

▼어디서 시험보나▼

급수시험 공인단체 6개… 年150만 명 응시 중 50%가 어린이

1991년 한국어문회 주최로 제1회 한자급수시험이 시행된 뒤 6개의 공인된 단체가 한자급수와 관련된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응시자는 현재 연간 약 15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8월에 실시된 한국한자교육진흥회의 32회 급수시험에는 8만여 명이 응시했다. 국가공인자격증이 주어지지 않는 4급 이하 교양급수시험에서는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가 70%를 차지했다. 한자자격시험 대비 학습지 회원 중 미취학아동부터 초중생이 모두 13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초등생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자 학습이 주는 장점 때문에 배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뿐 아니라 생활 예절로 이어지는 한자공부의 특징이 한자 배우기 바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자의 경우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 친구와의 우정, 스승 섬기기, 바람직한 대인관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단어 위주에서 문장이나 책으로 공부가 심화될수록 자연스럽게 도덕교육과 인성교육이 이뤄진다.

▼어떻게 준비하나▼

사범서 8급까지 10여 등급… 기초 1800자 소화하면 3급 가능

한자자격시험은 한국어문회, 한자교육진흥회, 한국한자한문능력개발원, 대한검정회, 한국외국어평가원, 한국평생교육평가원 등 6개 단체가 연간 3∼5회 실시하고 있다.

급수 기준은 단체마다 조금 다르지만 최고 수준인 사범 등급에서 8급까지 10여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상위 4∼6개가 국가 자격으로 인정되는 공인 등급이고, 나머지는 교양 등급이다.

등급마다 익혀야 하는 한자 수가 달라진다.

한국어문회가 주최하는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은 1급의 경우 국한문혼용 고전을 불편 없이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험에 출제되는 읽기배정한자는 3500자, 한자의 음훈(音訓)뿐 아니라 정확히 쓸 수 있어야 하는 쓰기배정한자는 2005자로 정하고 있다.

한자교육진흥회 ‘한자자격시험’은 읽기배정한자와 쓰기 배정 한자 외에 교과서실용한자어도 정해 두고 있다.

한자자격시험은 시행 단체마다 급수에 따른 배정한자가 조금씩 다르다.

교양 급수에서는 대부분의 단체가 현행 한문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기준으로 시험을 출제한다.

하지만 공인 등급에서는 단체마다 출제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 경향을 파악한 뒤 단체에 맞는 학습을 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 각 단체의 시험에 맞는 수험서를 구입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도 배정한자 및 각종 시험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

장원교육 안효빈 연구팀장은 “대략 1800자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각종 급수시험의 3급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접하게 되는 한자어를 자주 직역하면서 한자를 생활화해야 기본기가 튼튼한 한자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