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대운하 건설’과 민주주의

설경. 2008. 1. 15. 19:36
이명박정부의 등장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언제나 그렇듯 변화에는 이를 반기는 측과 이에 저항하는 측이 생기게 마련이다. 근대 민주주의 정치는 선거에 의한 정권의 교체를 전제하기 때문에 변화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를 인용했듯이 앞으로 5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 용인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장주의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또 교육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권을 잡은 세력의 가치관과 국민의 지지에 의해서 결정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 이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에 관한 문제는 이런 논리로 해결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자연환경은 인간들만의 문제도 아니며, 나아가 현세대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장이라도 이를 실천에 옮길 태세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대운하 계획은 참신하다. 이명박 당선인의 모든 정책과 비전이 물질적 가치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실용주의에 기초하고 있고, 대운하는 이를 가장 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자 목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의 정책과 달리 대운하 계획은 자연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당선인의 공약이기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든지 당선인의 의지나 단순 다수 국민의 지지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예컨대 병력 규모 감축이나 대학입시 자율화와 같은 문제는 이를 수용하고 용인하는 현 세대가 책임질 문제이지만 대운하는 후세대에도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세대의 의지가 정당화의 전부일 수는 없다.

대운하를 찬성하는 쪽은 당선인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공을 들어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역설한다. 많은 반대자가 있었지만 ‘설득을 통해서’ 마침내 전 세계적인 칭송을 받게끔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은 ‘과거 세대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원래대로 돌이켰다는 점에서 대운하 건설의 부당성의 근거가 될지언정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한 걸음 물러나 ‘과거에는 청계천의 복개가 불가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복원의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대운하 건설의 정당화 근거가 될 수 없다. 청계천 복개와 복원 구간은 불과 수 ㎞에 불과하지만 대운하는 수백 ㎞에 달하기 때문에, 만약 대운하가 후세대에 청계천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경우 청계천 복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운하 찬성 측은 이 사업을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연결짓는다. 경부고속도로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되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잘한 일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것처럼, 대운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만약 대운하 건설을 하지 않는다면 50년 후의 세대들에게 지금 세대들이 ‘당신들은 그 때 무얼 했느냐’고 힐난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운하는 트럭 한 대 마련해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와 다르다.

대운하 계획과 관련하여 많은 설왕설래가 있지만 당선인 측은 위 두가지를 들어 국민을 설득하려고 한다. 분명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은 사람 사이의 대화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운하는 자연과의 대화도 필요하고, 역사와도 대화가 필요한 사업이다. 자연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자연의 법칙 또는 그에 대한 해석으로 드러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첨예한 의견 대립이 존재한다. 역사와의 대화는 현재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대운하 계획이 구체성을 띠어 가는 것은 당선인의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한 개인의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결정해서도 안 되며, 그에 의해 후세대가 무한 부담을 지는 상황이 벌어져서도 안될 것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1. 민주정치에서 변화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논의하라.

2. 청계천 복원과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비교 논평해보라.

3. 자연과 미래 세대와의 대화 측면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을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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