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명화로 보는 논술]예술의 조건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

설경. 2008. 2. 17. 13:31



라스코 동굴벽화, 황소들의 방, 기원전 1만5000년경, 프랑스, 암벽화.
[명화로 보는 논술] 라스코 동굴벽화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 인류 역사의 새벽에 해당하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뛰어난 예술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그보다 1만 년 전, 석기시대에 살았던 크로마뇽인은 더욱 훌륭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동굴벽화'를 제작함으로써 예술사의 서막을 열었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일로 여겨진다.

이 선사시대의 예술은 19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에 걸쳐있는 프랑코 칸타브리아 지방은 세계 선사예술의 보고이다. 그곳에는 라스코(Lascaux), 알타미라(Altamira), 니오(Niaux) 동굴 등 지금부터 1만 수천 년 전에 그려진 장엄하고 아름다운 벽화가 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에게 벽화가 그려진 동굴은 일종의 성역이었다. 그리고 이 벽화는 수렵생활과 관련돼 있다. 고고학적인 발굴 조사에 따르면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용동물과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말, 소, 사슴 등이 주로 벽화에 등장하지만, 이 시기 사람들의 주요 식용동물은 순록이었다. 왜일까? 본래 크로마뇽인의 주요 수렵 대상은 소였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기후의 변화에 따라 수렵 대상이 순록으로 바뀐 것이다. 또 거친 들소보다는 순록이 사냥하기에 편했다. 그러나 그림의 주제(수렵 대상)는 라스코 동굴벽화가 그려지기 2만 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것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철칙이었다. 수렵의 대상이 순록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림까지 순록으로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 예술이다

궁금한 점은 이 동굴 벽화를 무엇 때문에 그렸는가, 처음부터 예술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서 그린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연 이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는 종교인가, 마술인가, 예술인가? 학자들은 이 그림이 동굴 속에 살고 있었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존 체험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바깥세계에 대한 의식을 이러한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즉 동굴 안에 가장 많이 그려진 들소는 이들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체험을 기록한 이 동굴벽화는 흔히 미술의 원초적인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미술사 책의 서두로 나오는 이 동굴벽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로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예술은 정신적인 본질인 '미(美)'와 표현 방법인 '술(術)'의 결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기서는 '미'에 대한 탐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단순히 기록을 위해 모사 차원의 그림을 그렸거나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확인하는 표시의 수단으로 그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을 볼 때 '술(術)'에 대한 의지는 있었던 듯 하다. 원시인들이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동굴 벽에 동굴벽화를 그리는 행위는 초보적인 예술충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굴벽화에는 모사, 모방, 기록, 전달을 하기 위한 선사시대 사람들의 실천적인 노력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로 보기는 힘든 것은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의 조건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는 모든 의미에서 일종의 인간 생활 영역의 기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독자적인 예술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미흡함이 있다. 예술이란 창조적인 미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신과 물리적인 조건이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을 정의하는데 최우선 조건인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등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단과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노력이야 말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이다. 예술은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었고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예술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예술 활동은 인간의 강력한 의사소통에서 출발했다. 선사시대로부터 문자를 가지지 않았을 때에 인간은 이미지를 통해 상호간에 의사를 소통했다. 동굴벽화나 흙으로 만들어진 물건과 뼈에 새겨진 조각들에 보이는 이미지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인간의 생각, 감정, 지각 등이 표현된 것이다. 인간은 예술 활동을 통해 생(生)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예술 활동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다"는 말처럼 인간의 끊임없는 예술 활동이 우리에게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건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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