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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과연 돈 버는 방법이 정해져 있을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처럼 돈 있는 사람만 계속 돈을 버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방법도 있단 말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내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하면 돈을 못 벌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돈이 들어온다."
'문화기획가'라는 직함을 걸고도 '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다'고 객기를 부리던 철없는 내게 친구가 건네준 이 충고는 그 후로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다.
기획가가 예술가와 다른 것은 작업실에 처박혀 혼자만 원하는 '작업'에 몰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가라고 하면서 남이 보고 싶고 즐기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안테나를 바짝 세우지 않으면 '헛발질'을 하게 된다. 친구의 말을 들은 이후 나는 '남'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획을 해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홍익대 앞 클럽데이, 엄마들의 교복 파티, 그리고 서울 월드 DJ페스티벌 등 이른바 '대박'이라고 하는 '상품'들은 모두 남들이 무엇을 원하나 고민하다 나온 결과들이었다.
예술가와 기획가, 이 둘 중 무엇이 좋고 나쁜지 가를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가 되려면 스스로 '예술가'인지 '기획가'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획가라고 자청하면서 남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류재현 '상상공장' 대표·문화기획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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