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풍자하는 정치화가, 민중의 고통 담아내다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신음하는 민중의 증언자, 케테 콜비츠
프롤레타리아 예술의 어머니로 불리는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는 20세기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미술가로 꼽힌다. 케테 콜비츠는 원래 명망 있는 사회주의 귀족 가문출신으로 자유롭고도 혁신적인 집안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공부를 한 그녀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프로이센 예술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됐다. 1891년 의사이자 사회주의자였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콜비츠는 남편과 베를린 빈민가에서 자선병원을 운영하며 직접 눈앞에서 확인한 민중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그려나갔다. 그녀의 작품은 아주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지는 않았지만 '저항예술'로 20세기 전반의 중국과 제3세계 미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단 한 점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는 비싼 유화작품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판화를 택했다. 이전까지는 미술 작품을 향유하는 계층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대다수의 민중들에게 예술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민중들은 자신의 고통과 삶을 표현할 도구를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도 민중들의 착취가 심했던 나라, 독일 에서 콜비츠는 고통 받는 민중들에게 예술의 영역을 열어준 셈이다. 그녀의 판화작품들은 민중의 현실을 대변했다.
1924년, 인플레이션이 절정에 달했을 때 콜비츠는 국제노동자 자조회(自助會)의 부탁으로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를 제작했다. 패망한 독일의 암담한 현실이 아이들의 머루 같은 눈망울에 담겨 있다. 그림 속 어린 아이들의 눈빛과 모습은 당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어린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빈 그릇을 치켜들며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충격적 현실의 모습이다. 콜비츠는 당시의 극심한 경제상황과 비참한 사회 모습을 1923년 1월 어느 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모든 것이 극단화되고 있다. 약탈과 학살이 횡행하고 있다. 북부 독일은 아직 전쟁 중이다. 기아! 빵 한 조각에 1조 14억 원이라니! 조금 있다가 800억 원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케테 콜비츠의 판화
배가 고파 빵을 달라고 떼를 쓰며 달려드는 아이들의 눈길을 보면, 콜비츠가 간단한 선 몇 줄로 복잡한 인간 감정의 극점을 얼마나 순간적으로 잘 포착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 속 아이들의 그 깊은 눈망울 속에 빠져든다. 관객의 시선은 아이들의 눈동자에 머물게 되고, 그 시선은 다시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화면 밖에 있는 보이지 않는 구원자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구원자의 자리에 우리가 서 있기를 갈망한다. 이렇듯 콜비츠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강한 호소력을 가진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일 수도 있는 이런 대상의 응시를 통해 콜비츠는 우리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에는 이념의 갈등, 계급간의 갈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 고통스런 현실 앞에서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저항과 비판과 희망을 표현했다. 비록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지만, 예술은 생각을 전파하고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화가들의 그림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위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때론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미술을 '정치미술'이라고 한다. 정치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미술을 말한다. 정치미술에서 콜비츠의 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민중미술의 어머니, 콜비츠에게 그림은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도구였고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애정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미술의 사회참여는 콜비츠 시대에 와서야 가능한 일이 됐고 콜비츠 이후 민중미술은 그녀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참여미술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갈등 속에서 언제나 민중들 편에서 힘이 돼 주었다. 판화는 전환기의 예술 양식으로 암울한 시대에 제작돼 그 시대의 아픈 환부를 드러낸다고 한다. "판화는 수많은 이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장 민중적인 그림"이라고 한 케테 콜비츠는 그 말처럼 시대의 고통을 도려내듯 칼로 판을 새겨 나가는 것이 아닐까.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건국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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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신음하는 민중의 증언자, 케테 콜비츠
��<도판> 케테 콜피츠, '독이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 1924년, 석판화, 개인소장
��최혜원
그녀는 단 한 점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는 비싼 유화작품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판화를 택했다. 이전까지는 미술 작품을 향유하는 계층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대다수의 민중들에게 예술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민중들은 자신의 고통과 삶을 표현할 도구를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도 민중들의 착취가 심했던 나라, 독일 에서 콜비츠는 고통 받는 민중들에게 예술의 영역을 열어준 셈이다. 그녀의 판화작품들은 민중의 현실을 대변했다.
1924년, 인플레이션이 절정에 달했을 때 콜비츠는 국제노동자 자조회(自助會)의 부탁으로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를 제작했다. 패망한 독일의 암담한 현실이 아이들의 머루 같은 눈망울에 담겨 있다. 그림 속 어린 아이들의 눈빛과 모습은 당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어린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빈 그릇을 치켜들며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충격적 현실의 모습이다. 콜비츠는 당시의 극심한 경제상황과 비참한 사회 모습을 1923년 1월 어느 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모든 것이 극단화되고 있다. 약탈과 학살이 횡행하고 있다. 북부 독일은 아직 전쟁 중이다. 기아! 빵 한 조각에 1조 14억 원이라니! 조금 있다가 800억 원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케테 콜비츠의 판화
배가 고파 빵을 달라고 떼를 쓰며 달려드는 아이들의 눈길을 보면, 콜비츠가 간단한 선 몇 줄로 복잡한 인간 감정의 극점을 얼마나 순간적으로 잘 포착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 속 아이들의 그 깊은 눈망울 속에 빠져든다. 관객의 시선은 아이들의 눈동자에 머물게 되고, 그 시선은 다시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화면 밖에 있는 보이지 않는 구원자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구원자의 자리에 우리가 서 있기를 갈망한다. 이렇듯 콜비츠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강한 호소력을 가진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일 수도 있는 이런 대상의 응시를 통해 콜비츠는 우리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에는 이념의 갈등, 계급간의 갈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 고통스런 현실 앞에서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저항과 비판과 희망을 표현했다. 비록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지만, 예술은 생각을 전파하고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화가들의 그림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위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때론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미술을 '정치미술'이라고 한다. 정치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미술을 말한다. 정치미술에서 콜비츠의 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민중미술의 어머니, 콜비츠에게 그림은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도구였고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애정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미술의 사회참여는 콜비츠 시대에 와서야 가능한 일이 됐고 콜비츠 이후 민중미술은 그녀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참여미술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갈등 속에서 언제나 민중들 편에서 힘이 돼 주었다. 판화는 전환기의 예술 양식으로 암울한 시대에 제작돼 그 시대의 아픈 환부를 드러낸다고 한다. "판화는 수많은 이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장 민중적인 그림"이라고 한 케테 콜비츠는 그 말처럼 시대의 고통을 도려내듯 칼로 판을 새겨 나가는 것이 아닐까.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건국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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