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GDP라는 말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계산에 따르면 2005년 국내총생산(GDP)이 807조원이고, 그해 불법 집회·시위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손실 비용이 12조원이라 하니, 이는 GDP의 1.5%다. 이에 따를 경우 불법만 없어도 즉 준법만 잘해도 GDP가 1% 성장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진단은 일단 수긍이 간다고 하겠다. 대통령은 떼법이니 정서법이니 하는 용어를 써 가며 우리 국민의 준법의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말인즉 막대한 손실 비용을 초래하는 불법 집회와 시위가 횡행한 까닭이 불법적인 억지나 정서적인 호소가 널리 공감을 얻은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법과 준법의식의 강조에 대해 원론적으로 수긍하면서도 무언가 뒤엉켜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심산이 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법치주의는 본래 약자의 입장에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절대 군주의 전제적인 권력에 대한 귀족의 권익 옹호 수단으로 등장했고, 민주주의의 이념이 보편화되고부터는 사회적 엘리트들에 대한 인민의 권익 보호 수단으로 확대된 것이다. 민주주의 이념의 확대와 짝을 같이한 것이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를 가장 잘 통제 또는 조절할 것인가를 본질로 하고 있다. 이기적인 본성과 이에 기반한 기성 질서를 전제로 한 자유주의와 '모든' 사람의 평등성을 강조한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갈등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타협에 이르게 되었고 그 결과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이다.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인간의 탐욕은 물론 이기심마저 부정하려고 한 인민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를 누르고 세계적인 조류가 되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이런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사회적 강자를 인정하면서도 약자를 배려하는 법치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치주의가 형식적으로 기능할 때 그 부작용은 너무 크다. 전근대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옮아오는 시기에 법치주의라는 원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혜택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근대화된 오늘날에 그것은 형식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본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배려하는 법치주의의 이념이 변질되고 있다. 법이 형식 논리적으로만 해석되고 집행되는가 하면, 실정법 자체가 법치주의의 이념을 배반하고 마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법이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다. 특히 강도·살인과 같이 파렴치 범죄가 아닌 다수가 모여 자신의 생존권 자체를 걸고 의사를 표출하는 행위를 형식 논리적으로 좁게 해석하여 불법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의 법치주의 이념과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KDI의 공신력을 믿고 싶지만, 민주주의 원리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행위들을 그런 식으로 계량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무언가 불합리한 구석이 있어서 그것을 고쳐보자고 한 행동을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고, 이런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행동으로 불합리한 구석이 개선되었을 때 추후에 거둘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산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모든 시위와 집회가 한 가지로 재단될 수는 없지만, 그런 통계는 국민 전체의 사고 판단에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고,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오도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사회적 약자보다 강자에게 철두철미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래 이념이다. 그렇다고 약자의 범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 범법이 사회적으로 횡행할 때 지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사회적 원인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이다. 지도계층 내지는 사회적 강자들의 준법의식이 모든 사람의 준법의식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준법의 강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아이러니다.
1 준법 GDP가 무엇인지 말하고 이에 대해 논평해보라.
2 법치주의의 이념에 대해 논의해보라.
3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의 문제점을 논의해보라.
〈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법치주의는 본래 약자의 입장에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절대 군주의 전제적인 권력에 대한 귀족의 권익 옹호 수단으로 등장했고, 민주주의의 이념이 보편화되고부터는 사회적 엘리트들에 대한 인민의 권익 보호 수단으로 확대된 것이다. 민주주의 이념의 확대와 짝을 같이한 것이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를 가장 잘 통제 또는 조절할 것인가를 본질로 하고 있다. 이기적인 본성과 이에 기반한 기성 질서를 전제로 한 자유주의와 '모든' 사람의 평등성을 강조한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갈등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타협에 이르게 되었고 그 결과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이다.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인간의 탐욕은 물론 이기심마저 부정하려고 한 인민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를 누르고 세계적인 조류가 되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이런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사회적 강자를 인정하면서도 약자를 배려하는 법치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치주의가 형식적으로 기능할 때 그 부작용은 너무 크다. 전근대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옮아오는 시기에 법치주의라는 원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혜택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근대화된 오늘날에 그것은 형식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본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배려하는 법치주의의 이념이 변질되고 있다. 법이 형식 논리적으로만 해석되고 집행되는가 하면, 실정법 자체가 법치주의의 이념을 배반하고 마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법이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다. 특히 강도·살인과 같이 파렴치 범죄가 아닌 다수가 모여 자신의 생존권 자체를 걸고 의사를 표출하는 행위를 형식 논리적으로 좁게 해석하여 불법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의 법치주의 이념과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KDI의 공신력을 믿고 싶지만, 민주주의 원리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행위들을 그런 식으로 계량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무언가 불합리한 구석이 있어서 그것을 고쳐보자고 한 행동을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고, 이런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행동으로 불합리한 구석이 개선되었을 때 추후에 거둘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산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모든 시위와 집회가 한 가지로 재단될 수는 없지만, 그런 통계는 국민 전체의 사고 판단에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고,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오도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사회적 약자보다 강자에게 철두철미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래 이념이다. 그렇다고 약자의 범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 범법이 사회적으로 횡행할 때 지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사회적 원인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이다. 지도계층 내지는 사회적 강자들의 준법의식이 모든 사람의 준법의식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준법의 강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아이러니다.
1 준법 GDP가 무엇인지 말하고 이에 대해 논평해보라.
2 법치주의의 이념에 대해 논의해보라.
3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의 문제점을 논의해보라.
〈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논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주의 시사 키워드 사이코패스(Psychopath) (0) | 2008.03.27 |
---|---|
실전논술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역사적 인물 찾아보자 (0) | 2008.03.27 |
[교과서 뒤집어읽기]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0) | 2008.03.24 |
[논술 뛰어넘기]시험 요령-족보만으로 통할까요 (0) | 2008.03.24 |
[토론해 봅시다]인간의 기질은 타고날까… (0) | 2008.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