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실전논술
이번 주 새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단하 천연 선사(738~824)는 유력(遊歷, 돌아다님) 중 어느 추운 겨울날 낙양 혜림사에 도착했습니다.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의 추운 날씨였습니다. 그는 절 문에 들어서자마자 바랑을 등에 짊어진 채 대웅전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대웅전에 모신 불상은 목불이었습니다. 그는 다짜고짜 대웅전의 목불을 마당으로 끌어내더니 도끼로 패 불을 피워놓고 언 몸을 녹였습니다. 이를 본 주지가 놀라 달려와서는 흥분한 어조로 부들부들 떨면서 힐난했습니다. "아니, 부처를 쪼개서 불을 피우다니! 이 무슨 망발이오." 단하스님은 태연스럽게 목불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주장자로 뒤적이면서 대꾸했습니다. "사리가 얼마나 나왔는지 찾고 있는 중이오." 주지가 더욱 펄펄 뛰면서 큰 소리로 나무랐습니다. "이 사람, 정말 미쳤군.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인가?" 주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단하스님이 주지를 힐난했습니다. "그래? 사리가 없다면 부처가 아니지. 아직 몸이 덜 녹았으니 나머지 목불들도 들어내다가 불태워버립시다."
(-이은윤, '화두 이야기' )
[나]
우리는 천주교박해를 생각하면 기껏해야 용산 한강변 새남터(沙南基)나 절두산(切頭山) 성지에 흘린 피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의 경우 키리시탄(크리스찬) 박해는 햇수로도 꼭 300년을 앞서는 것이요, 그 박해의 잔혹함도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역사지만 우리보다 그 개화의 스케일이나 체험의 깊이가 차원을 달리한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할 것이다.
도쿠가와 정권은 우선 '테라우케쇼오몬(寺請言正文)'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요즈음 '주민등록증' 같은 것인데, 햐쿠쇼오(百姓)·초오닌(町人)·부시(武士)의 구별이 없이 전국민이 모두 어느 한 절간에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절간을 관공서화시키고 중앙정보부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일본불교를 완전히 타락시키고 생명력을 빼앗아버렸지만 그 근본이유는 기독교도들을 색출해내기 위한 목적에 있었다.
'후미에'란 무엇인가? 이것은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설치되었던 것인데, 일반 백성들이 출입을 하는 남대문과 같은 성문 바닥에 예수의 십자가상이나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동판에 양각한 것을 깔아 놓은 것을 말한다. 주민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면 내버려두고, 밟지 않고 비켜가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후미에'로 인해 목숨을 잃은 자, 1614년에서 1635년까지의 통계로 28만에 이른다. 이러한 잔혹한 박해는 결국 키리시탄의 시마하라(島原)·아마쿠사시마(天草島)의 반란에까지 이르지만 일본의 기독교인은 에도(江戶)의 출발과 더불어 결국 멸종에 이르고 만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하도 밟고 다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성모마리아 예수상의 후미에가 그 피비린내 나는 함성을 외면한 채 박물관 여기저기에 걸려있다.
(-김용옥,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 )
[다]
거기를 떠나 저희 회당에 들어가시니 한편 손 마른 사람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예수를 송사하려 하여 물어 가로되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으면 붙잡아 내지 않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고 이에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손을 내밀라 하시니 저가 내밀매 다른 손과 같이 회복되어 성하더라.
(-성경, '마태복음' )
[라]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두 아들이다. 아버지가 아우인 숙제를 왕위에 세우고자 했지만, 아버지가 죽게 되자 숙제는 백이에게 양보하려 했다. 그러나 백이는 '네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아버지의 명이다' 하고는 달아나 버렸다. 숙제 또한 왕위에 서지 않고 달아나니 고죽국 사람들은 그 가운데 아들을 왕으로 세웠다.
그 후에 백이숙제가 주문왕의 명성을 듣고 그에게 귀의하려 했으나 그들이 주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왕이 죽고 그의 아들 무왕이 왕위에 오른 뒤였다. 무왕은 혁명을 일으켜 은나라 주왕을 치려 했고 백이와 숙제는 무왕 앞에 다가가 말을 잡아당기며 간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장사도 지내지 않고 이에 전쟁을 일으키니 가히 효라 할 수 있습니까?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니 가히 어질다 할 수 있습니까?"
좌우에서 그들을 죽이고자 하였는데 태공이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어진 사람들이다' 하고 도와서 그들을 돌아가게 했다.
이후 무왕이 은을 멸하고 주를 세우니 천하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우러러 보았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 숨어서 고사리를 캐서 그 것을 먹다가 굶어서 죽기에 이르렀다.
(-사마천, '사기' )
논제 1. 제시문의 ㉠∼㉣ 중 서로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인물끼리 짝짓고, 그렇게 짝지은 이유를 제시문에 근거해서 서술하시오(300자 내외).
논제 2. 논제 1에서 자신이 분류한 가치관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반대 가치관의 한계점을 평가하시오 (600자 내외).
3월 13일자 '소득과 행복지수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학생글
[논제1]
마이샤하티 마을 여성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간단하다. 가축을 보유하고 자기 소득이 있고 자녀의 수가 많으면 그들은 행복하다. ①이처럼 인도의 노숙자들도 최소한의 욕구만 충족된다면 행복한 것이다. 또한 인구 500만 중 30만이 빈곤층이라는 사실은 그들을 비교에서 자유롭게 한다. ②캘리포니아의 노숙자들이 비교적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들의 삶과 사회의 풍족함이 극도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230자)
[논제2]
한국
은 국내총생산 12위, 국민총소득 29위로 실질 소득의 측면에서 보면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에 반해 삶의 만족도, 건강상태, 교육여건 등 비물질적 측면에서 매긴 행복 순위는 102위로 실질 소득의 순위와 큰 격차를 보인다. ③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현재의 한국사회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발달만을 중요시하는 풍조이다.
80년대의 경제개발시대의 풍조, 즉 경제의 발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는 신념은 현재까지 만연하다. ④대통령 후보에게 도덕적인 결함이 있더라도 경제 살리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후보 지지를 했던 이번 대선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 ⑤경제적 양극화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은 하류층에서 중류층으로, 중류층에서 상류층으로 경제적인 수직 상승만 있으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에 대한 편중된 관심은 자연히 비물질적인지만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발전을 지연시켰다. 따라서 한국 국민들은 경제수준은 비슷한 선진국에 비해 다소 완벽하지 못한 사회 보장 제도 등을 보면서 비교를 한다. ⑥계속되는 선진국과의 비교는 행복의 기준의 수를 늘려 캘커타의 극빈층이나 마이샤하티의 여인들처럼 쉽게 행복해 질 수 없는 것이다. (629자)
(안소희 학생 글 )
총평 및 첨삭지도
이번 논제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학생의 논리적 견해를 파악하기 위해 출제됐다. 이를 위해 제시문 간의 관계와 도표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항 구성과 추론 전개를 위한 논제 구성이 이뤄졌다. 제시문 속에 인과추론을 위한 구체적 자료가 제시돼 있는만큼, 얼마나 선택적이고 초점화된 읽기를 할 수 있는가와 객관적인 분석력과 종합적 이해력이 있는지가 평가의 중점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제시문과 도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각 제시문간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념어나 추상어를 사용해, 글을 압축하고 간결하게 전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특히 논제1에서 200자 분량을 거의 지키지 못했다.
안소희 학생은 이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초점화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줬다. 또 논제2에서는 매우 우수한 논증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였다. 안소희 학생의 글은 체적 구성과 논리는 유지한 채, 세부적인 표현을 다듬는다면 매우 우수한 글이 될 것이다.
① 제시문 ㈏에 드러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후, 이를 근거로 인도 노숙자들이 삶에 만족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앞의 내용들이 제시문 ㈏의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논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 근거 형태를 뛰고 있다. 우수한 추론 전개다.
② 캘리포니아의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한 추론이다. 문장이 다소 긴데, 의미를 살리면서 개념어를 사용해 표현하자. →"이에 비해 캘리포니아의 노숙자들은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많이 복지혜택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③ 앞에서 전개한 내용과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표현을 바꾸자. →"이는 경제적 발달만을 중시한 풍조 때문이다."
④ 논제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회 의식이 살아있다. 최근의 이슈나 사회적 문제를 정확히 활용하고 있다.
⑤ 매우 우수한 논증이다.
⑥ 글 전체의 논의 전개에 비해 아쉬운 문장이다.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로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논의의 전개상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문장은 학생이 전개해온 논의를 결말짓는 의미가 살아나야 한다. → "결국 계속 선진국하고만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국의 행복 지수는 경제력과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다."
조동기국어논술학원 국어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고교생 실전논술 연재를 마칩니다. 학생글에 대한 첨삭지도와 당첨자 발표는 맛있는공부 홈페이지(study.chosun.com) 고교생 실전논술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협찬: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www.1gyosi.com )
[장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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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새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단하 천연 선사(738~824)는 유력(遊歷, 돌아다님) 중 어느 추운 겨울날 낙양 혜림사에 도착했습니다.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의 추운 날씨였습니다. 그는 절 문에 들어서자마자 바랑을 등에 짊어진 채 대웅전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대웅전에 모신 불상은 목불이었습니다. 그는 다짜고짜 대웅전의 목불을 마당으로 끌어내더니 도끼로 패 불을 피워놓고 언 몸을 녹였습니다. 이를 본 주지가 놀라 달려와서는 흥분한 어조로 부들부들 떨면서 힐난했습니다. "아니, 부처를 쪼개서 불을 피우다니! 이 무슨 망발이오." 단하스님은 태연스럽게 목불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주장자로 뒤적이면서 대꾸했습니다. "사리가 얼마나 나왔는지 찾고 있는 중이오." 주지가 더욱 펄펄 뛰면서 큰 소리로 나무랐습니다. "이 사람, 정말 미쳤군.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인가?" 주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단하스님이 주지를 힐난했습니다. "그래? 사리가 없다면 부처가 아니지. 아직 몸이 덜 녹았으니 나머지 목불들도 들어내다가 불태워버립시다."
(-이은윤, '화두 이야기' )
[나]
우리는 천주교박해를 생각하면 기껏해야 용산 한강변 새남터(沙南基)나 절두산(切頭山) 성지에 흘린 피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의 경우 키리시탄(크리스찬) 박해는 햇수로도 꼭 300년을 앞서는 것이요, 그 박해의 잔혹함도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역사지만 우리보다 그 개화의 스케일이나 체험의 깊이가 차원을 달리한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할 것이다.
도쿠가와 정권은 우선 '테라우케쇼오몬(寺請言正文)'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요즈음 '주민등록증' 같은 것인데, 햐쿠쇼오(百姓)·초오닌(町人)·부시(武士)의 구별이 없이 전국민이 모두 어느 한 절간에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절간을 관공서화시키고 중앙정보부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일본불교를 완전히 타락시키고 생명력을 빼앗아버렸지만 그 근본이유는 기독교도들을 색출해내기 위한 목적에 있었다.
'후미에'란 무엇인가? 이것은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설치되었던 것인데, 일반 백성들이 출입을 하는 남대문과 같은 성문 바닥에 예수의 십자가상이나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동판에 양각한 것을 깔아 놓은 것을 말한다. 주민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면 내버려두고, 밟지 않고 비켜가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후미에'로 인해 목숨을 잃은 자, 1614년에서 1635년까지의 통계로 28만에 이른다. 이러한 잔혹한 박해는 결국 키리시탄의 시마하라(島原)·아마쿠사시마(天草島)의 반란에까지 이르지만 일본의 기독교인은 에도(江戶)의 출발과 더불어 결국 멸종에 이르고 만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하도 밟고 다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성모마리아 예수상의 후미에가 그 피비린내 나는 함성을 외면한 채 박물관 여기저기에 걸려있다.
(-김용옥,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 )
[다]
거기를 떠나 저희 회당에 들어가시니 한편 손 마른 사람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예수를 송사하려 하여 물어 가로되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으면 붙잡아 내지 않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고 이에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손을 내밀라 하시니 저가 내밀매 다른 손과 같이 회복되어 성하더라.
(-성경, '마태복음' )
[라]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두 아들이다. 아버지가 아우인 숙제를 왕위에 세우고자 했지만, 아버지가 죽게 되자 숙제는 백이에게 양보하려 했다. 그러나 백이는 '네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아버지의 명이다' 하고는 달아나 버렸다. 숙제 또한 왕위에 서지 않고 달아나니 고죽국 사람들은 그 가운데 아들을 왕으로 세웠다.
그 후에 백이숙제가 주문왕의 명성을 듣고 그에게 귀의하려 했으나 그들이 주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왕이 죽고 그의 아들 무왕이 왕위에 오른 뒤였다. 무왕은 혁명을 일으켜 은나라 주왕을 치려 했고 백이와 숙제는 무왕 앞에 다가가 말을 잡아당기며 간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장사도 지내지 않고 이에 전쟁을 일으키니 가히 효라 할 수 있습니까?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니 가히 어질다 할 수 있습니까?"
좌우에서 그들을 죽이고자 하였는데 태공이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어진 사람들이다' 하고 도와서 그들을 돌아가게 했다.
이후 무왕이 은을 멸하고 주를 세우니 천하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우러러 보았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 숨어서 고사리를 캐서 그 것을 먹다가 굶어서 죽기에 이르렀다.
(-사마천, '사기' )
논제 1. 제시문의 ㉠∼㉣ 중 서로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인물끼리 짝짓고, 그렇게 짝지은 이유를 제시문에 근거해서 서술하시오(300자 내외).
논제 2. 논제 1에서 자신이 분류한 가치관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반대 가치관의 한계점을 평가하시오 (600자 내외).
3월 13일자 '소득과 행복지수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학생글
[논제1]
마이샤하티 마을 여성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간단하다. 가축을 보유하고 자기 소득이 있고 자녀의 수가 많으면 그들은 행복하다. ①이처럼 인도의 노숙자들도 최소한의 욕구만 충족된다면 행복한 것이다. 또한 인구 500만 중 30만이 빈곤층이라는 사실은 그들을 비교에서 자유롭게 한다. ②캘리포니아의 노숙자들이 비교적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들의 삶과 사회의 풍족함이 극도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230자)
[논제2]
한국
은 국내총생산 12위, 국민총소득 29위로 실질 소득의 측면에서 보면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에 반해 삶의 만족도, 건강상태, 교육여건 등 비물질적 측면에서 매긴 행복 순위는 102위로 실질 소득의 순위와 큰 격차를 보인다. ③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현재의 한국사회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발달만을 중요시하는 풍조이다.
80년대의 경제개발시대의 풍조, 즉 경제의 발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는 신념은 현재까지 만연하다. ④대통령 후보에게 도덕적인 결함이 있더라도 경제 살리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후보 지지를 했던 이번 대선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 ⑤경제적 양극화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은 하류층에서 중류층으로, 중류층에서 상류층으로 경제적인 수직 상승만 있으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에 대한 편중된 관심은 자연히 비물질적인지만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발전을 지연시켰다. 따라서 한국 국민들은 경제수준은 비슷한 선진국에 비해 다소 완벽하지 못한 사회 보장 제도 등을 보면서 비교를 한다. ⑥계속되는 선진국과의 비교는 행복의 기준의 수를 늘려 캘커타의 극빈층이나 마이샤하티의 여인들처럼 쉽게 행복해 질 수 없는 것이다. (629자)
(안소희 학생 글 )
총평 및 첨삭지도
이번 논제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학생의 논리적 견해를 파악하기 위해 출제됐다. 이를 위해 제시문 간의 관계와 도표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항 구성과 추론 전개를 위한 논제 구성이 이뤄졌다. 제시문 속에 인과추론을 위한 구체적 자료가 제시돼 있는만큼, 얼마나 선택적이고 초점화된 읽기를 할 수 있는가와 객관적인 분석력과 종합적 이해력이 있는지가 평가의 중점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제시문과 도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각 제시문간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념어나 추상어를 사용해, 글을 압축하고 간결하게 전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특히 논제1에서 200자 분량을 거의 지키지 못했다.
안소희 학생은 이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초점화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줬다. 또 논제2에서는 매우 우수한 논증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였다. 안소희 학생의 글은 체적 구성과 논리는 유지한 채, 세부적인 표현을 다듬는다면 매우 우수한 글이 될 것이다.
① 제시문 ㈏에 드러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후, 이를 근거로 인도 노숙자들이 삶에 만족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앞의 내용들이 제시문 ㈏의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논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 근거 형태를 뛰고 있다. 우수한 추론 전개다.
② 캘리포니아의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한 추론이다. 문장이 다소 긴데, 의미를 살리면서 개념어를 사용해 표현하자. →"이에 비해 캘리포니아의 노숙자들은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많이 복지혜택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③ 앞에서 전개한 내용과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표현을 바꾸자. →"이는 경제적 발달만을 중시한 풍조 때문이다."
④ 논제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회 의식이 살아있다. 최근의 이슈나 사회적 문제를 정확히 활용하고 있다.
⑤ 매우 우수한 논증이다.
⑥ 글 전체의 논의 전개에 비해 아쉬운 문장이다.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로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논의의 전개상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문장은 학생이 전개해온 논의를 결말짓는 의미가 살아나야 한다. → "결국 계속 선진국하고만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국의 행복 지수는 경제력과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다."
조동기국어논술학원 국어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고교생 실전논술 연재를 마칩니다. 학생글에 대한 첨삭지도와 당첨자 발표는 맛있는공부 홈페이지(study.chosun.com) 고교생 실전논술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협찬: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www.1gyosi.com )
[장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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