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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참 이상한 총선

설경. 2008. 3. 25. 12:29
(서울=연합뉴스) 제18대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이틀 간의 등록이 끝나면 27일부터 13일 동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이맘때가 되면 각종 변수가 대개 정리되면서 총선 정국의 큰 이슈를 가지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져 왔고 유권자들의 표심도 상당 부분 굳어졌을 시점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여야 간 이슈.구도 대결은 부각되지 않고 각 정당 내부의 갈등과 혈투만이 표출되고 있다. 정책은 간데없고 파동만 난무하다. 후보 등록이 임박해서야 지역구가 정해진 곳이 상당수에 이르고 일부는 후보 등록 당일까지도 선수를 정하지 못했다. 유권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이해관계만 따진 결과다.

집권 여당의 권력 다툼은 이 시점까지 어느 하나 정리된 것 없이 총선 후 더 큰 싸움판을 예고한 채 대충 봉합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당 안팎의 거센 불출마 요구에도 불구하고 `고(go)'를 선언했다. 이 부의장 공백시의 정무적 진공상태에 대한 우려가 당장의 공천 책임론을 눌렀다. 동반 불출마 얘기가 나왔던 이재오 의원 역시 출마를 결정했다. 친이(親李)계 출마자 55명이 집단 서명을 통해 `이 부의장이 출마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던 의사 표명은 하루 만에 유야무야됐다. 당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사가 자기 계파 일부 의원의 무소속 출마나 자신의 이름을 딴 제3신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소속 정당의 지원 유세조차 거부하는 것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런 모양새로 총선에 뛰어들게 된 한나라당이 과연 목표치인 과반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총선 후에는 어떤 양상으로 분열과 분화의 길을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공천 초반 `박재승의 난'으로 선명성 경쟁을 주도했던 민주당도 계파 갈등, 공천심의위원회와 지도부의 힘겨루기 속에 후보 등록 당일까지 공천 논의를 계속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부정.비리 전력에 걸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결국 당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해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그중에는 당 사무총장으로 선거 준비를 책임져 왔던 인사도 포함돼 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양당의 지역구 공천이 그토록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24일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 역시 무원칙과 계파 나눠먹기, 당내 통합보다는 특정 계파 배제의 색깔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곳곳에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 간 나눠먹기 흔적이 역력하고 한때 당내 최다 지분을 갖고 있던 정동영계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오른 최문순 전 MBC 사장의 경우는 MBC 내부에서조차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나마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비해 소외계층과 직능대표성을 고려한 것이 눈에 띄지만 당선 안정권에 `친이'계가 대거 포진하면서 결국 논공행상 공천이라는 비판과 함께 또 다른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결국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집권 여당의 권력 다툼과 주요 정당의 무원칙 공천, 최소한의 여유도 주지 않은 `임박 공천'은 정치에 대한 염증만 확산시킬 뿐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관련 조사에서 4.9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50% 초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참 이상한 총선'에 대한 국민의 첫 반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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