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99팔팔 나의 건강學>10년 주기‘건강플랜’…“백살까지 일할 것”

설경. 2007. 10. 12. 23:13

노라 노(79)씨는 한국 최초의 의상 디자이너다. 그는 국내에서 ‘패션’이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지난 1956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개최했다. 67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가수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를 만든 주인공도 바로 그다. 또 그는 70년대 후반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 7번가에서 동양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날렸다.

그래서 그는 ‘패션업계의 신화’다. 그런데 신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노씨는 패션과 더불어 산 자신의 일생을 ‘노라 노, 열정을 디자인하다’(황금나침반)라는 책에 담아 펴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그는 “지금 나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다음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패션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라고 적어 놓았다. ‘팔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대담한 표현이다.

10일 서울 청담동의 쇼룸인 ‘노라 노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쇼룸을 찾은 손님들과 의상에 관해 정담을 나누는 그의 모습에서는 젊은 사람 못잖은 열의와 패기가 넘쳤다. 인터뷰 주제를 의식한 듯 건강에 대한 얘기를 대뜸 꺼냈다.

“부인병 관련 수술을 받은 이후인 50살 넘어서면서부터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흡연량이 하루 담배 2갑이었습니다. 제 작업장에는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했죠. 그래야 맘이 편했으니까요. 그런데 서서히 담배를 줄이고 등산을 시작했어요. 에어로빅도 했고요. 지금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무렵부터 건강을 제대로 챙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지금도 청담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일년에 두번씩 컬렉션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쩐의 전쟁’에 의상을 협찬하기도 했다. 아직도 활발한 ‘현장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그의 외모에선 ‘노년의 허약함’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사람을 압도하는 늘씬한 키에 디자이너다운 세련된 외모가 돋보였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데 집안 내력인 혈압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물론 노인들의 고질병인 무릎에도 전혀 이상이 없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이 건강에 대한 자신으로 이어진 것일까. 그는 농담조로 이런 말도 했다. “샤넬을 능가할 수는 없더라도 아흔 살, 백 살까지 계속 일한다면 적어도 역사상 최장수 디자이너로 기록되진 않을까요?” 말하자면 ‘영원한 현역’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노씨에게 올해 계획을 물었다. “계획 없어요. 찬스가 오면 언제든지 도전한다는 것이죠. 대신 마음과 실력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죠. 어떤 분야건 트렌드의 흐름을 꿰고 있으면 기회의 느낌도 확실히 잡아낼 수 있죠.” 그의 얼굴 피부에 새겨진 주름은 나이를 속일 수 없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 또렷한 눈매는 아직도 ‘젊음의 열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건강비결 - 아침마다 흑미식초 가미한 토마토주스

원로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씨는 50대에 접어들며 10년 주기로 ‘건강플랜’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왔다.

먼저 50대 초반에 세운 계획은 ‘담배 끊기’였다.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경우에는 항공기의 금연좌석에 앉았고, 담배 종류도 궐련에서 파이프로 바꿨다. 그리고 이 무렵 등산과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북한산을 비롯해 서울 근교 산을 모두 섭렵했다. 담배는 60세에 완전히 끊었다. 60대는 ‘피나는 노력’의 시기였다. 노씨는 원래 미식가였다. 특히 치즈, 소시지 등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음식을 삼가고 채소와 생선류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면시간도 4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렸다. 피부관리를 위해서였다. 70대에 들어서며 노씨는 ‘죽기 살기’로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사이클 머신에 올랐다. 그리고 인근 도산공원을 찾아 꾸준히 걷기 운동을 했다. 그리고 아침식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흑미 식초’를 가미한 토마토주스에 계절 과일과 채소만을 먹고 있다.

약력

▲1928년 서울 출생(본명 노명자) ▲경기여고(44년) ▲미국 프랭크왜건테크니컬 컬리지(49년) ▲노라노의 집 개업(50년) ▲프랑스 아카데미 줄리앙 아트스쿨(56년) ▲국내 최초 패션쇼(56년) ▲국내 최초 기성복 패션쇼(66년) ▲㈜예림양행 회장(77년) ▲해외법인 설립. 뉴욕(78년) 홍콩·일본(90년) ▲세계패션그룹 패션대상(2000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