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인들이 대부분이 요절했어. 생활의 굴곡이 심하고,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 때문이지. 그러다보니 술, 담배 많이 하고 결국 몸을 해쳐.” 그러나 김규동(82) 시인은 그처럼 말하면서도 딱히 불편해 보이는 곳이 없었다. 김 시인의 서재에는 파이프담배 향도 은은히 감돌고 있다. 팔순을 넘긴 고령을 감안할 때 이는 건강하다는 증거다.
김 시인은 한국전쟁 후 월남해서 여든을 훌쩍 넘긴 원로시인이다. 휴전선 이북의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의 시편들을 많이 발표했다. 등단 직후인 1948년부터 모더니즘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한국전쟁 이후 김경린, 박인환, 김수영 등과 모더니즘 시운동을 벌였다. 이후 분단현실에 대한 통한과 통일에의 열망을 노래했다. 시집으로는 ‘나비와 광장’‘깨끗한 희망’‘오늘밤 기러기떼는’등을 내놓았다. 현재도 꾸준히 창작활동 중이며 지난해에는 시집 ‘느릅나무에게’로 제21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김 시인은 왜소한 체구를 지녔다. 신장 155㎝에 체중은 35㎏이다. 전형적인 약골 체질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기는 각종 질병의 대부분이 비만한 체중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시인은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비켜서 있을 수 있었다. 혈압이나 당뇨, 퇴행성 관절염같은 전형적인 노인병이 김 시인에게는 없다. 그러나 김 시인에게는 건강과 관련,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스무살때 폐병을 앓았어. 덕분에 일제강점기에 징용은 안끌려갔지만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지. 조금만 무리하면 항상 숨이 차고, 진땀이 나. 그래서 폐병 앓을 당시 의사가 일광욕이 몸에 좋다고해 시작했는데 요즘도 하고 있어. 일광욕 덕분인지 겨울에 추위는 그렇게 많이 타지 않아.” 이번 여름에도 김 시인은 경기 청평의 새터 유원지 일대를 부인 강춘영(79) 여사와 함께 찾아 일광욕을 했다. 막내 아들인 김준(48)씨가 출근하며 새터유원지에 데려다준 후 퇴근길에 다시 들러 모시고 왔다고 한다.
“함경도에서 경성고보 재학 당시 월북시인 김기림씨한테 영어를 배웠어. 그런데 그분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천재시인’ 이상이 폐병으로 고생했다는 얘기였지. 폐병도 문인들의 불규칙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병이지.”
폐병으로 한때 고생했으면서도 김씨도 1950, 1960년대 힘든시절 동료시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폭음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박인환, 김수영 시인들하고 술자리에서 자주 어울렸지. 명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새우젓이나 소금 안주에 깡소주를 들이켰어. 그러니 탈이 안날 리가 없어. 30대 중반에 위궤양이 걸리고, 그때부터 술을 줄였지.” 김씨는 술은 줄였지만 담배는 그 이후로도 끊지 못했다. 최근 니코틴 양이 적다고 해 파이프담배로 바꾸었다.
건강비결
김규동 시인이 말하는 ‘치매와 전립선 질환’ 극복 요령
치매와 전립선질환은 전형적인 노인병이다. 이와 관련 김규동 시인은 나름대로 분명한 처방을 지니고 있다. 일단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독서, 그 중에서도 ‘분석능력과 판단력’을 키워주는 철학서적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권유한다. 책 읽기가 힘들면 주변 지인들과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요즘 쇼펜하우어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또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소변을 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들어 자칫 소변을 오래 참으면 급성 전립선 질환이 발병한다는 것. 더불어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삼가야 하며 시금치나 쑥갓 등 채소를 많이 먹기를 권한다. 또 건전한 성생활도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약력
▲1925년 함북 종성 출생 ▲경성고보(44년) ▲중국 옌볜의대수료(47년) ▲평양대 2년 중퇴(48년) ▲‘예술조선’ 통해 문단데뷔(48년) ▲연합신문 문화부장(51년) ▲한국일보 문화부장(55년) ▲삼중당 주간(58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74년)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89년) ▲상훈·자유문협상(60년)·은관문화훈장(96년)·만해문학상(2006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건강한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절염, 매일 30분 운동이 보약" (0) | 2007.09.28 |
---|---|
칼슘보충제 복용여성, 심장마비 위험 40% 높아 (0) | 2007.09.27 |
뇌졸중 여기가 강한 병원/보건복지부·심평원, 187개 중.대 병원 평가 (0) | 2007.09.21 |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된 라식& 라섹 (0) | 2007.09.20 |
우울증의 해법…..느림의 미학에서 출발 [조선화의 여성 이야기] (0) | 2007.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