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직업>학과>점수…성적표가 절대기준 아니다

설경. 2008. 4. 14. 17:58
[한겨레] 대학간 뒤 적성 찾으면 늦어
고1 수학성적에 기대지 말고
직업·학과 정보 먼저 조사를

원칙적으로 고교 1학년 학생들은 1학년 말까지 문과 이과 등 계열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도 학교마다 마지노선은 제각각이다. 대체로 앞당겨질 때가 많다. 계열 선택을 서두르는 학교들은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전에 사전조사를 하기도 한다.

계열 선택과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받은 학부모들은 일단 성적표부터 뚫어지게 본다. 성적이 좋은 계열로 가면 진학이 쉬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적성검사지를 놓고 적성을 참고하거나 희망 직업 등을 고려해 계열을 결정해야 한다는 기준은 성적표에 밀리거나 아예 고려 자체도 안 되는 일이 흔하다. 많은 학부모들이 "일단 대학부터 집어넣고, 적성은 나중에 찾아도 된다"는 대학진학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탓이다.

성적표를 기준으로 계열 결정을 할 때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결정을 어려워한다. 수학도 잘하고 국어와 영어, 사회도 골고루 다 잘하기 때문에 성적표가 계열 결정을 해주지 못한다. 올해 자녀를 과학고에 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최상위권 학생의 학부모들 가운데는 이렇게 성적으로 결정이 나지 않으면 족집게 철학관까지 찾아가 어느 계열이 합격을 보장해 줄지를 묻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무조건 성적표에 기대어 계열을 선택하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학 점수를 기준으로 단순히 계열을 골랐을 때 나중에 한숨이 더욱 커진다. 이과에서 2~3학년 때 배우는 수학 과목의 어려움과 학업 분량은 1학년 때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교 1학년 때의 수학성적이 높고 낮음은, 현상을 해석하는 학생의 수리 능력을 말해주는 정도일 뿐, 대학에서 심화 전공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장담하지는 못한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고교 때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은 일종의 수리적 해석 능력을 말해주는 정도이다. 물리ㆍ화학ㆍ공학ㆍ건축학ㆍ의학 등 이과 계열의 다양한 학과를 통틀어 요구되는 것은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과 과제에 대한 집착력 등이다"고 말했다. 단순 점수가 말해주는 능력만 볼 게 아니라 학생의 잠재 적성과 관심,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대 농생대 정철영 교수(산업인력개발학 전공)는 "'적성과 흥미에 맞는 희망 직업(꿈)→꿈과 관련한 학과→학과에 맞는 성적'을 순서대로 고려해보라고 강조했다. 가령 컴퓨터공학자가 되고 싶다면 컴퓨터공학 분야와 관련한 학과는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성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 학교는 어딘지 등으로 좁혀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성적이 높은 계열부터 고르고,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진학한 다음 무작정 전공하게 된 학과에 따라 자기 직업을 설계하는 지금의 설계 방식과 완전히 '거꾸로'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론 희망하는 직업이 있어도 관련 계열 성적이 높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정 교수는 "고교 1학년이라면 흥미와 노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희망 직업, 즉 꿈부터 찾는 게 정석이지만 문제는 학부모나 아이들이 직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는 점이다. 12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도 대학 지원을 할 때 그 학과가 어떤 직업과 연관이 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또 1만2천여 직업 가운데 의사ㆍ판사ㆍ변호사ㆍ한의사 등만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계열 선택을 할 때도 직업 정보와 특정 직업과 관련한 대학의 학부학과 정보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계열 선택 때 포인트가 돼야 할 직업에 대한 정보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know/)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이랑 연구원은 "무작정 직업 검색부터 하기보다는 적성검사지에 나오는 관련 직업과 학과 목록을 놓고 관련 사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더 알아보면 좋다"고 권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