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통 엄마 별난 엄마 /
일상에 젖어 그동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연한 봄이다.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보기 좋게 돋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집 앞 산자락엔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울긋불긋 제 모양새를 뽐내기에 바쁘다.
정신없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던 아이들도 빠져나간 아침 시간, 설거지를 하면서 멀리 갈 것 없이 앞산으로라도 꽃구경 갈까 생각하는 순간 나만의 행복한 상상을 깨뜨리는 반갑잖은 전화벨이 울린다. 물기가 뚝뚝 흐르는 고무장갑을 벗으며 가까스로 수화기를 집어 드니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지난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아이 친구 엄마인데, 목소리가 완전히 풀이 죽어 있다. 조심스레 까닭을 물으니, 다가오는 5월1일부터 8일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실시되는 효도방학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어린이날이다, 석가탄신일이다 해서 5월에는 3일 연이어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2주 연속으로 들어 있다. 보나마나 이 기간에는 다들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행가는 집들이 많을 테니 차라리 아이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효도방학이라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전업주부나 국가공휴일 꼬박꼬박 지키는 큰 회사에나 다녀야 효도방학이 반갑지, 작은 중소기업 다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학교에도 가지 않는 어린 아이를 며칠씩이나 집에 혼자 두고 일하러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서 알뜰살뜰 챙겨주지 못해 안쓰러운데, 남들 다 놀러가는 연휴기간에 아이 혼자 집에 두고 출근할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단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유괴니 성추행이니 뒤숭숭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마음이 더욱 불안해 효도방학이 결코 효도방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연일 흉흉한 사건·사고 소식이 들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봐줄 사람 하나 없는 집안에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를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 마음이 어떨까? 다른 집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간다는데 덩그러니 집안에 혼자 남겨져 쓸쓸해할 아이 심정은 어떨까?
한 달에 두 번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을 만들 때에도 사전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더니, 이번 5월에 실시될 효도방학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실시하는 만큼 미리 어느 정도 대책 마련을 해뒀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임명남/ <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야무진 교육법 > 저자
일상에 젖어 그동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연한 봄이다.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보기 좋게 돋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집 앞 산자락엔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울긋불긋 제 모양새를 뽐내기에 바쁘다.
어린이날이다, 석가탄신일이다 해서 5월에는 3일 연이어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2주 연속으로 들어 있다. 보나마나 이 기간에는 다들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행가는 집들이 많을 테니 차라리 아이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효도방학이라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전업주부나 국가공휴일 꼬박꼬박 지키는 큰 회사에나 다녀야 효도방학이 반갑지, 작은 중소기업 다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학교에도 가지 않는 어린 아이를 며칠씩이나 집에 혼자 두고 일하러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서 알뜰살뜰 챙겨주지 못해 안쓰러운데, 남들 다 놀러가는 연휴기간에 아이 혼자 집에 두고 출근할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단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유괴니 성추행이니 뒤숭숭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마음이 더욱 불안해 효도방학이 결코 효도방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연일 흉흉한 사건·사고 소식이 들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봐줄 사람 하나 없는 집안에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를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 마음이 어떨까? 다른 집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간다는데 덩그러니 집안에 혼자 남겨져 쓸쓸해할 아이 심정은 어떨까?
한 달에 두 번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을 만들 때에도 사전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더니, 이번 5월에 실시될 효도방학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실시하는 만큼 미리 어느 정도 대책 마련을 해뒀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임명남/ <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야무진 교육법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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