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가리지 않고 읽는 상식박사 "독서는 공부의 보약"
운동선수들이 지옥훈련을 감내하는 이유는 메달과 같은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2007학년도 대입에서 경희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손명균(20·공주사대부고 졸)씨는 고교시절부터 한의사의 꿈을 착실히 다졌다. '수확한 만큼 거둔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었고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다부진 각오로 책상머리에 앉았다. 그 결과 전국 상위 0.1%의 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다
손씨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지난 2006년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 명예의 전당에 오른 '골든벨 스타'라는 점이다. 이후 고향에서 그를 알아보는 얼굴들이 많아졌고 상식박사가 된 비결을 묻는 질문을 숱하게 받아야 했다.
손씨는 "어린 시절부터 손에서 떼지 않고 읽었던 잡다한 책이 비결"이라고 했다. 시, 소설, 인문, 역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심지어 만화로 된 백과사전 시리즈를 가장 즐겨 읽었을 정도다.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1주일에 2~3권씩은 읽었다.
"공부에 거름을 주는 보약은 독서"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방과후 책을 읽으러 시립도서관에 가느라 사교육 받을 틈이 없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책상에 앉아 있게 되더라"고 했다.
손씨의 '독서 내공'은 고교 때 유감없이 드러났다. 친구들보다 지문 읽는 속도가 빨랐으며 독해력도 좋았다.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운 덕에 지문이 뜻하는 속뜻을 쉽게 파악했다. 덕분에 "언어영역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점수가 항상 잘 나왔다"고 했다.
독해 실력은 외국어 영역으로 '전이'됐다. 해석이 어려운 영어지문도 단어 뜻만 알면 남보다 먼저 요지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외국 한번 나가지 않고도 외국어 영역에 강했던 비결이었다. 그는 "국어 실력이 좋아야 영어도 잘 한다"고 말했다.
■투자한 만큼 점수가 나온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다. 학창시절 하루 5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지방이지만 비평준화 지역 학교여서 웬만한 도시학교 이상으로 교육열도 높았고 자잘한 과제도 많았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정규 수업을 듣고, 오후 7시부터 자정 넘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늘 새벽 1~2시가 됐다. 공부가 잘 되는 날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
손씨는 "밥 먹고 바로 공부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무리하게 촘촘히 짜지 않았다"며 "쉴 때는 쉬고 공부할 때는 조바심을 낼 정도로 집중했고, 시간 안배에도 신경 썼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수능을 몇 달 앞두고 치른 모의고사에서 수학이 20점 가량 떨어져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공부 시간의 절반 이상을 수학에만 할애했다. 수능을 두 달 앞두고 3000개의 수학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은 거의 다 풀었을 정도"였다.
손씨는 "성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대뇌 활동이 크게 저하돼 학습능력이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공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한두 과목을 선택,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부족한 과목이라도 특히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것이다.
어느 시점이 지나자 수학성적이 제 궤도에 올랐다. 자신감이 붙게 되고 문제유형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수학 이외의 과목에 대한 공략에 들어갔다. 과목을 바꿔가며 사흘에 한 권씩 문제집을 갈아 치웠다. "문제 푸는 속도가 더해지면서 실전에서 시간이 부족해 못 푸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유형이 익숙하다 싶으면 좀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 고3 1학기 때에는 일부러 좀 더 어려운 문제를 찾아 스스로를 자극했다. 그는 "대개 고2가 끝나면 수능 모의고사 범위는 다 다룬다"며 "고3 1학기 때에는 문제를 많이 풀면서 그 동안 배웠던 이론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 우물만 파다
고등학교 1학년 말 무렵, 한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손씨는 오직 경희대 한의예과만 생각했다. 수시, 정시 모두 '올인'했다. 장학금 많이 준다는 대학에 귀가 솔깃하거나 다른 학과에 곁눈질 하지 않았다.
그래서 논술이나 면접을 따로 준비하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지원하지 않고 경희대 한의예과라는 오직 한 우물을 판 끝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결과 수능에서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고 언어 영역에선 한 개만 틀렸다. 상위 0.1%에 속하는 성적이었다.
손씨는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본인의 장래희망과는 무관한 학교와 학과를 지원하는 것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큰 손해"라며 "목표를 미리 정해 흔들리지 않고 차근히 준비한다면 분명 누구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운동선수들이 지옥훈련을 감내하는 이유는 메달과 같은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2007학년도 대입에서 경희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손명균(20·공주사대부고 졸)씨는 고교시절부터 한의사의 꿈을 착실히 다졌다. '수확한 만큼 거둔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었고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다부진 각오로 책상머리에 앉았다. 그 결과 전국 상위 0.1%의 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다
↑ 이구희 객원기자
손씨는 "어린 시절부터 손에서 떼지 않고 읽었던 잡다한 책이 비결"이라고 했다. 시, 소설, 인문, 역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심지어 만화로 된 백과사전 시리즈를 가장 즐겨 읽었을 정도다.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1주일에 2~3권씩은 읽었다.
"공부에 거름을 주는 보약은 독서"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방과후 책을 읽으러 시립도서관에 가느라 사교육 받을 틈이 없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책상에 앉아 있게 되더라"고 했다.
손씨의 '독서 내공'은 고교 때 유감없이 드러났다. 친구들보다 지문 읽는 속도가 빨랐으며 독해력도 좋았다.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운 덕에 지문이 뜻하는 속뜻을 쉽게 파악했다. 덕분에 "언어영역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점수가 항상 잘 나왔다"고 했다.
독해 실력은 외국어 영역으로 '전이'됐다. 해석이 어려운 영어지문도 단어 뜻만 알면 남보다 먼저 요지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외국 한번 나가지 않고도 외국어 영역에 강했던 비결이었다. 그는 "국어 실력이 좋아야 영어도 잘 한다"고 말했다.
■투자한 만큼 점수가 나온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다. 학창시절 하루 5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지방이지만 비평준화 지역 학교여서 웬만한 도시학교 이상으로 교육열도 높았고 자잘한 과제도 많았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정규 수업을 듣고, 오후 7시부터 자정 넘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늘 새벽 1~2시가 됐다. 공부가 잘 되는 날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
손씨는 "밥 먹고 바로 공부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무리하게 촘촘히 짜지 않았다"며 "쉴 때는 쉬고 공부할 때는 조바심을 낼 정도로 집중했고, 시간 안배에도 신경 썼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수능을 몇 달 앞두고 치른 모의고사에서 수학이 20점 가량 떨어져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공부 시간의 절반 이상을 수학에만 할애했다. 수능을 두 달 앞두고 3000개의 수학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은 거의 다 풀었을 정도"였다.
손씨는 "성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대뇌 활동이 크게 저하돼 학습능력이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공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한두 과목을 선택,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부족한 과목이라도 특히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것이다.
어느 시점이 지나자 수학성적이 제 궤도에 올랐다. 자신감이 붙게 되고 문제유형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수학 이외의 과목에 대한 공략에 들어갔다. 과목을 바꿔가며 사흘에 한 권씩 문제집을 갈아 치웠다. "문제 푸는 속도가 더해지면서 실전에서 시간이 부족해 못 푸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유형이 익숙하다 싶으면 좀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 고3 1학기 때에는 일부러 좀 더 어려운 문제를 찾아 스스로를 자극했다. 그는 "대개 고2가 끝나면 수능 모의고사 범위는 다 다룬다"며 "고3 1학기 때에는 문제를 많이 풀면서 그 동안 배웠던 이론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 우물만 파다
고등학교 1학년 말 무렵, 한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손씨는 오직 경희대 한의예과만 생각했다. 수시, 정시 모두 '올인'했다. 장학금 많이 준다는 대학에 귀가 솔깃하거나 다른 학과에 곁눈질 하지 않았다.
그래서 논술이나 면접을 따로 준비하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지원하지 않고 경희대 한의예과라는 오직 한 우물을 판 끝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결과 수능에서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고 언어 영역에선 한 개만 틀렸다. 상위 0.1%에 속하는 성적이었다.
손씨는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본인의 장래희망과는 무관한 학교와 학과를 지원하는 것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큰 손해"라며 "목표를 미리 정해 흔들리지 않고 차근히 준비한다면 분명 누구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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