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 어린이는 사회의 희생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착취와 성폭력, 인신매매, HIV와 에이즈에 가장 쉽게 노출돼 있는 피해자 집단은 누구일까? 흔히 인류의 '미래'라 부르지만, 정작 그들의 입장에선 '현재'로 존재하는 집단, 바로 어린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The Kid)'는 감독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 영화이자 20세기 초 영국 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영화가 나온 시기는 1921년으로 아동 인권 선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1924)이 발표되기 3년 전이다.
영화 속 주인공, 키드(재키 쿠건 분)는 낳자마자 버려진다. 아침 산책에 나선 찰리(찰리 채플린 분)는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자신이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훌쩍 자란 아이는 양아버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아이의 돌팔매질 솜씨가 늘수록 유리 갈아 끼우는 일은 많아지고, 완벽한 분업으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한다. 영화에서는 2인조 작업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지만 6살 어린 나이에도 밥벌이를 해야 했던 당시 어린이들의 고달픈 현실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아이를 버린 여인은 뮤직홀의 '성공한 스타'가 된다. 틈틈이 달동네로 나가 자선 활동을 벌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이 버린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선물만 건넨다. 선물을 자랑하던 아이는 불량소년에게 선물을 뺏기고, 아이들 시비는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 찰리 부자는 여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아이는 병이 난다. 여인은 아이에게 의사까지 불러주는 친절을 베풀고 공연장으로 떠난다.
그런데 왕진 나온 의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아이의 증상과 치료가 아니다. 삐걱거리는 의자와 먼지 가득한 실내, 무능력해 보이는 보호자 모습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찰리가 편지를 보이며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자 즉각 보호시설(보육원)에 넘기려 경찰차를 부른다. 왜일까? 당시 영국에선 고아만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수용,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끼니를 제공하고 장시간 무임금 노동을 시키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강제로 아이를 태워 떠나는 트럭을 추격하던 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붕에서 뛰어내려 아이를 되찾는다. 찰리 부자는 여인숙에 묵게 되고, 이 때 신문에서 아이를 찾는 현상금 광고를 발견한 여인숙 주인은 찰리가 잠든 사이 아이를 경찰서에 넘긴다. 결국 아이는 엄마를 만나고 찰리는 경찰에 이끌려 낯선 집에 도착한다. 반갑게 찰리를 맞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어색해하는 찰리의 뒷모습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던 때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미흡했던 산업 혁명 초기, 여자와 어린 아이는 값싼 임금으로 16~18시간 가까이 장시간 노동을 하며 무제한적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의 희생양이 됐다.
아이가 고아원으로 끌려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은 영국의 시대 상황은 물론 찰리 채플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것이다. 채플린은 1889년 런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뮤직홀에서 일하던 부모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연기와 노래를 배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어머니도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처지여서 1895년 보육원에 보내졌다. 채플린은 결국 보육원을 뛰쳐나와 호텔 심부름꾼, 이발사 조수, 공장 직공 등을 전전하며 자랐다. 이런 아픈 경험이 희비극 '키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①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어린이 납치, 유괴, 실종, 성범죄는 어린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는 더욱 특별한 존재로 대접 받고 소비 주체로 떠받들어지면서 '엔젤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사회 현상들의 상관관계를 어린이 인권과 관련해 생각해보자.
② 영화 '키드'는 찰리 채플린의 첫 번째 장편 무성 영화로 희비극(喜悲劇)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영화다. 희비극이 무엇인지 정의해보고, 채플린의 영화 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 '이 영화 함께 볼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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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착취와 성폭력, 인신매매, HIV와 에이즈에 가장 쉽게 노출돼 있는 피해자 집단은 누구일까? 흔히 인류의 '미래'라 부르지만, 정작 그들의 입장에선 '현재'로 존재하는 집단, 바로 어린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The Kid)'는 감독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 영화이자 20세기 초 영국 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영화가 나온 시기는 1921년으로 아동 인권 선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1924)이 발표되기 3년 전이다.
↑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
↑ 영화 '키드'의 한 장면
어느덧 세월이 흘러 훌쩍 자란 아이는 양아버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아이의 돌팔매질 솜씨가 늘수록 유리 갈아 끼우는 일은 많아지고, 완벽한 분업으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한다. 영화에서는 2인조 작업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지만 6살 어린 나이에도 밥벌이를 해야 했던 당시 어린이들의 고달픈 현실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아이를 버린 여인은 뮤직홀의 '성공한 스타'가 된다. 틈틈이 달동네로 나가 자선 활동을 벌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이 버린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선물만 건넨다. 선물을 자랑하던 아이는 불량소년에게 선물을 뺏기고, 아이들 시비는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 찰리 부자는 여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아이는 병이 난다. 여인은 아이에게 의사까지 불러주는 친절을 베풀고 공연장으로 떠난다.
그런데 왕진 나온 의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아이의 증상과 치료가 아니다. 삐걱거리는 의자와 먼지 가득한 실내, 무능력해 보이는 보호자 모습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찰리가 편지를 보이며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자 즉각 보호시설(보육원)에 넘기려 경찰차를 부른다. 왜일까? 당시 영국에선 고아만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수용,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끼니를 제공하고 장시간 무임금 노동을 시키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강제로 아이를 태워 떠나는 트럭을 추격하던 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붕에서 뛰어내려 아이를 되찾는다. 찰리 부자는 여인숙에 묵게 되고, 이 때 신문에서 아이를 찾는 현상금 광고를 발견한 여인숙 주인은 찰리가 잠든 사이 아이를 경찰서에 넘긴다. 결국 아이는 엄마를 만나고 찰리는 경찰에 이끌려 낯선 집에 도착한다. 반갑게 찰리를 맞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어색해하는 찰리의 뒷모습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던 때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미흡했던 산업 혁명 초기, 여자와 어린 아이는 값싼 임금으로 16~18시간 가까이 장시간 노동을 하며 무제한적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의 희생양이 됐다.
아이가 고아원으로 끌려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은 영국의 시대 상황은 물론 찰리 채플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것이다. 채플린은 1889년 런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뮤직홀에서 일하던 부모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연기와 노래를 배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어머니도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처지여서 1895년 보육원에 보내졌다. 채플린은 결국 보육원을 뛰쳐나와 호텔 심부름꾼, 이발사 조수, 공장 직공 등을 전전하며 자랐다. 이런 아픈 경험이 희비극 '키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①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어린이 납치, 유괴, 실종, 성범죄는 어린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는 더욱 특별한 존재로 대접 받고 소비 주체로 떠받들어지면서 '엔젤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사회 현상들의 상관관계를 어린이 인권과 관련해 생각해보자.
② 영화 '키드'는 찰리 채플린의 첫 번째 장편 무성 영화로 희비극(喜悲劇)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영화다. 희비극이 무엇인지 정의해보고, 채플린의 영화 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 '이 영화 함께 볼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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