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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은 지금] 조지타운 대학교

설경. 2008. 5. 8. 14:19
혹독한 보고서 작성과 졸업논문 도서관서 마시던 엄청난 양의 커피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D.C에도 봄이 찾아왔다. 보통 3월 중하순이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4월말이 돼서야 날씨가 푸근해졌다. 이번 주말은 올해 들어 가장 날씨가 좋았다. 좋은 날씨인지 나쁜 날씨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학교 정문 앞 잔디밭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나와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가롭게 보낼 때 나는 주말 내내 꿋꿋하게 도서관 1층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도서관이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학기말 30장짜리 전공 세미나 수업 보고서를 썼다. 학기말이 다다르면 써내야 할 보고서가 넘쳐난다. 그래도 졸업논문은 올해 말까지 쓰기로 이미 학과장과 지도교수에게 양해를 구한 상태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학부 재학기간 동안 끊임없이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과제로 준다. 물론 학교, 학과 전공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조지타운 월시 스쿨(Georgetown Edmund A Walsh School)은 특히나 글쓰기에 큰 비중을 둔다.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의 기억이 난다. 입학하자마자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시켜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학교에 적응하랴, 친구들 사귀랴, 수업진도 따라가랴… 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힘들었다.

내가 다녔던 민사고 재학 당시 영작 숙제, 영어 독후감, AP 대비 에세이 쓰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우며 준비를 많이 해서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대학 수업은 고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입생 때는 '언제쯤이면 이런 글쓰기 과제에 익숙해질까? 얼마나 더 쓰면 보고서 과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까?'라는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처음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주제 잡는 것도 어렵고,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힘들어 정해진 장수를(고작해야 7장에서 10장 정도였지만) 채우기가 막막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지난 4년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서인지 두려움은 없어졌다. 매 학기 많게는 몇 백장씩 보고서를 써내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나 보다. 가끔 다른 나라 언어로 과제를 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내 자신을 보고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두려워하는 보고서가 하나 있긴 하다. 바로 'Turnitin.com'으로 제출하는 보고서다. 'Turnitin.com'은 불과 몇 년 전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로 '표절'을 막기 위한 사이트다. 미국 대학에서 표절을 했다가는 정말이지 그것으로 대학생활이 끝날 수 있다. 그만큼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turnitin.com'에 페이퍼를 제출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 표절 확인을 받게 된다. 그래서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은 하이라이트(highlight)가 되고, 어느 참고자료에 나오는 문장인지, 얼마나 원문과 일치하는 지를 퍼센트로 일일이 나타낸다. 그러니 이것을 쓸 때는 괜히 긴장되고 걱정이 된다.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쓰다 보니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뜬 눈으로 밤을 새기 위해 도서관 커피숍에서 파는 일명 '각성제 커피(영어로 awakening이라고 부르는데, 에스프레소 4잔에 블랙 커피 1잔 섞은 커피를 말한다)'와 에너지 드링크를 정말 많이 마셔댔다. 내가 이 음료를 주문할 때면 종업원들이 여러 번 "진짜 괜찮겠냐"고 물어봐 창피당한 적도 있다. 이제야 좀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번 주까지 써야 하는 50장의 보고서를 쓰고 나면 보고서에서 해방된다. 몇 달 후 졸업을 하면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나를 귀찮게 했던 보고서 생각이 많이 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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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조지타운 대학교 월시 스쿨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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