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식민지 근대화론이냐, 식민지 수탈론이냐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근대화의 씨앗 이식받은 시기?
내재적 발전 박탈-철저한 수탈?
일제강점기 36년, 어떻게 봐야 하나
역사학자들은 광복 이후 이른바 '식민사관 극복'을 첫째가는 임무로 생각했다. 식민사관은 '정체성론'이라 불린다. 이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서구 국가들은 세계사의 발전 단계에 따라 발전을 해 온 반면, 조선의 경우에는 중세 봉건사회에도 이르지 못한 채 고대사회의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순식간에 근대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민사관의 논리를 극복하고자 제기된 것이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이다. 내재적 발전론은 조선 후기에 농업 생산력이 증대하면서 경영형 부농이 나타나고, 상업이 발전하면서 독점적 대상인인 도고들이 활약하는 등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변화가 작지만 분명히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일제의 식민통치가 조선사회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수탈정책으로 인해 조선사회의 발전이 심각하게 방해받았다는 '식민지 수탈론'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 후반 역사학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들고 나와 '식민지 수탈론'이나 '내재적 발전론'을 모두 비판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자본주의적 발전이란 단순히 상업의 활성화가 아닌 공업화(industrialization)가 핵심이며 이러한 공업화는 세계사적으로 오로지 서구에서만 자생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재적 발전론'은 지나친 과장이거나 허구이며, 한반도에서 최초의 근대화는 사실상 일제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펴는 학자들은 '근대화(moderni-zation)'라는 단어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에 의해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일제 통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근대 사회의 징표가 일제강점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식민지 시대가 '수탈론'에서 강조하듯이 단순히 억압과 핍박, 수탈의 시간이었던 것만 아니라 경제사적 의미에서는 근대를 경험할 수 있던 시기였다고 말한다. 식민지 초기에 일제는 조선을 근대적 관료국가로 변화시킴으로써 '위로부터의 산업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토지조사사업의 실시를 통해 근대적 소유관계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동안 교육제도나 재정·금융 제도, 교통·통신 시설과 같은 각종 사회간접자본도 적극적으로 육성돼 식민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수탈론을 펴는 학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이 공업화의 실적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자본주의의 외형적인 성장을 부정한다. 그 근거로 식민지 통치 기간 추정 국내총생산액 550억여 엔(円) 가운데 81.2%가 고스란히 일제로 유출되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 일제가 다양한 근대적 제도를 도입한 것은 조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선을 일본에 영구 병합시켜 더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음을 강조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근대화론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근대화론은 어쨌든 일제의 그러한 조치들을 통해 식민지에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일제강점기에 행해졌던 억압과 착취를 강조하고 이에 저항했던 다양한 민족 독립 운동을 자세하게 다루는 등 수탈론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신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기존 근현대사 교과서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며 새로운 대안 교과서를 발간했는데, 이 교과서는 근대화론의 관점에서 일제 식민 통치는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하게 해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된 시기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심화학습:
본문을 참고해 일제강점기에 대한 여러 관점을 파악하여 보고, 그것들의 한계와 문제점에 관해 토론해 보자.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식민지 근대화론이냐, 식민지 수탈론이냐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근대화의 씨앗 이식받은 시기?
내재적 발전 박탈-철저한 수탈?
일제강점기 36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러한 식민사관의 논리를 극복하고자 제기된 것이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이다. 내재적 발전론은 조선 후기에 농업 생산력이 증대하면서 경영형 부농이 나타나고, 상업이 발전하면서 독점적 대상인인 도고들이 활약하는 등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변화가 작지만 분명히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일제의 식민통치가 조선사회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수탈정책으로 인해 조선사회의 발전이 심각하게 방해받았다는 '식민지 수탈론'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 후반 역사학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들고 나와 '식민지 수탈론'이나 '내재적 발전론'을 모두 비판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자본주의적 발전이란 단순히 상업의 활성화가 아닌 공업화(industrialization)가 핵심이며 이러한 공업화는 세계사적으로 오로지 서구에서만 자생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재적 발전론'은 지나친 과장이거나 허구이며, 한반도에서 최초의 근대화는 사실상 일제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펴는 학자들은 '근대화(moderni-zation)'라는 단어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에 의해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일제 통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근대 사회의 징표가 일제강점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식민지 시대가 '수탈론'에서 강조하듯이 단순히 억압과 핍박, 수탈의 시간이었던 것만 아니라 경제사적 의미에서는 근대를 경험할 수 있던 시기였다고 말한다. 식민지 초기에 일제는 조선을 근대적 관료국가로 변화시킴으로써 '위로부터의 산업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토지조사사업의 실시를 통해 근대적 소유관계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동안 교육제도나 재정·금융 제도, 교통·통신 시설과 같은 각종 사회간접자본도 적극적으로 육성돼 식민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수탈론을 펴는 학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이 공업화의 실적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자본주의의 외형적인 성장을 부정한다. 그 근거로 식민지 통치 기간 추정 국내총생산액 550억여 엔(円) 가운데 81.2%가 고스란히 일제로 유출되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 일제가 다양한 근대적 제도를 도입한 것은 조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선을 일본에 영구 병합시켜 더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음을 강조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근대화론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근대화론은 어쨌든 일제의 그러한 조치들을 통해 식민지에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일제강점기에 행해졌던 억압과 착취를 강조하고 이에 저항했던 다양한 민족 독립 운동을 자세하게 다루는 등 수탈론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신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기존 근현대사 교과서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며 새로운 대안 교과서를 발간했는데, 이 교과서는 근대화론의 관점에서 일제 식민 통치는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하게 해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된 시기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심화학습:
본문을 참고해 일제강점기에 대한 여러 관점을 파악하여 보고, 그것들의 한계와 문제점에 관해 토론해 보자.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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