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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학교 입학열풍… 왜?

설경. 2008. 5. 24. 11:30
돈을 많이 들이는 데다 편법까지 불사해가며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이유는 '미국식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학교 대부분은 한 학급 학생 수가 20명 안팎이며 모든 수업이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수업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 외에 자유시간이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늦어도 오후 3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계절별로 30~40개의 방과후 활동이 자율적으로 실시되는 등 한국 학교들에 비해 여유롭다는 것.

실제로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는 "외고에서 미국 대학을 보내려면 새벽까지 잠을 못 자며 공부하지만 외국인학교에서는 취미활동을 해가면서도 아이비리그 입학이 가능해 외국인학교에 넣었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대학에는 정원외 모집에 응시할 수도 있다.

또 외국인학교는 그동안 학력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학력이 인정되면, 국내 고교와 동일하게 대학입시에 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아직 개교도 하지 않은 송도국제학교 등의 입학을 위해 인터넷카페 등 모임을 조직해 정보를 교환하는 학부모도 많다.

경기도 소재 한 외국인학교 9학년(우리나라 고1 과정에 해당)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는 "외국 명문대학에 보내기 쉽다고 해서 이 학교에 넣었다"고 말했다. "6학년 때까지는 서울 강남의 프랑스인 학교에 보냈지만 아무래도 영어 구사능력을 키우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전학시켰다. 1년 학비는 1800만원가량 들지만 사교육비가 거의 안 들기 때문에 전체 학비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국인학교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사교육비가 안 들어 더 낫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들은 사교육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외국인학교 학부모는 "국제학교에 보내면 사교육을 안 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외국 대학에 보내려면 방과후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악기 레슨도 받아야 하고 대입을 앞두고는 사설 유학학원 영어에세이반도 보낸다. 또 수학은 일반 한국 학교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에 수학 과외를 하는 학생도 많다."

정작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자녀를 국제학교에 들여보내려 해도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아 외국인 교육 환경이 비교적 잘 조성된 싱가포르ㆍ일본 등지에 가족을 보내고 왔다갔다 하며 '외국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국제학교의 한국인 학생들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해 가면서 입학을 하고도 방과 후에는 학원가를 전전하는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조기유학 붐이 일며 외국으로 나갔던 아이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외국인학교행을 택해 외국인학교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외국인학교 서열화'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많이 보내는 학교가 외국인학교 중에서도 '명문'이라는 학부모들의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A유학원 관계자는 "지금부터 대기하면 9월 학기부터 좋은 외국인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며 "새로 생겨 인지도가 높지 않은 외국인학교에 일단 다니다가 좀 더 좋은 곳으로 전학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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