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한겨레] 우리말 논술 / 1. 논지 파악

설경. 2008. 6. 10. 20:20
[한겨레]논지 파악해 한 문장으로 재구성
유형별 논술교과서
■ 기출문제 유형2 - 고려대 2008학년도 수시 2

제시문 (2)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3)을 해설하시오.
< 제시문 2 요지 >

현대 사회에는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직업이 늘어나고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자신의 서비스 대상인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연기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형식적인 연기는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최면 상태와 같은 인내와 포용심을 지니게 되길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조절 훈련은 타인을 위해 장기간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거나 억압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육체의 무의식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 제시문 3 >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장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 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

■ 해결전략

먼저, < 제시문 2 > 의 논지를 밝혀야 한다. < 제시문 2 > 에서 가장 두드러진 핵심어는 '감정 노동'이다. 그리고 주제는 '현대인의 감정 노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감정노동이란 고객 만족을 위해 직원들이 개인의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 유형이다. 예를 들면, 유통업이나 유흥업소, 요식업소, 테마공원, 여객기 승무원 등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의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이런 서비스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공적·사적 영역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이런 요지를 토대로 필자가 주장하려는 핵심적인 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감정노동자는 타인의 욕구를 우선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와 어긋난 감정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두 번째, < 제시문 3 > 의 '사무원'이라는 시를 < 제시문 2 > 의 감정 노동의 관점에서 해설하라는 요구이다. 문학 작품은 논리적인 성격의 글에서 나타나는 논증의 구조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논술에서는 문학과 비문학을 떠나서 글의 전개를 '주장+논거'의 논리적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시에서도 이런 원칙은 예외없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시의 표현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면서 시어로 표현된 논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 다음 논술형 문체를 통해 논지의 형태로 제시하면 된다.

< 제시문 3 > 은 김기택의 시 '사무원'이다. 시 속의 사무원은 자신의 욕망은 철저하게 억압하면서 타인의 욕구에 맞춰 한평생을 살아가는 감정 노동자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는 철저하게 무시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노동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손익관리와 자금 수지의 고행을 수행하면서도 상사에게 108배를 올려야 한다. 30년 간 연속되는 격무도 습관이 되어 버렸다. 결국 책상 다리와 자신의 두 다리가 하나가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사무원의 다리와 책상 다리가 동일한 사물로 묘사됨으로써 감정노동자의 비극적인 삶을 표현하고 있다. 30년 간의 생계를 위한 묵묵한 업무 수행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삶을 산다. 이러한 내용을 논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사무원은 감정 노동자로서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 자료검색

감정노동에 속타는 서비스 노동자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특급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이효영(가명·28)씨는 최근 의사로부터 "무슨 일을 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아 받아요?"라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으면 늘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는 이씨. "5년 전 처음 호텔에 입사했을 때는 워낙 다양한 유형의 고개들을 상대하려다 보니 감당하기 힘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죠. 물건값을 못 내겠다고 우기는 손님, 음식을 다 먹고 반값만 내겠다는 손님, 호텔 레스토랑에 와서 소주를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손님,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손님 등 정말 상대하기 힘든 손님들도 많아요."

여러 해 근무하다 보니 이제는 어떤 손님이 와도 크게 당황하지는 않는다는 그이지만, 다짜고짜 반말을 쓰거나 무시하는 말투의 손님들 때문에 적잖이 상처를 받는단다. "호텔 내 헬스클럽 회원들처럼, 호텔을 자주 찾는 손님의 경우 '저 직원 마음에 안 든다.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당 직원은 말로 다 못할 만큼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게 되죠. 실제로 한 직원은 손님들의 성화로 부서를 옮긴 경우도 있어요."

연말연시 및 설날 특수를 맞아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의 감정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호텔과 백화점 등 고객을 접대하는 직업의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에 해당하며, 그외에도 간호사, 교사, 창구업무 종사자, 승무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감정노동자의 공통된 특징은 일을 위해 친절과 웃음을 강요받는다는 점이며, 해가 갈수록 감정노동자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일이나 하는 주제에'라는 말을 들어야 할 때는 정말 울컥하죠." 서울 상계동에 위치한 백화점에서 6년째 의류판매 업무를 하고 있다는 김희숙(가명·27)씨 역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 부주의로 망가진 옷을 들고 와서는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고, 심지어는 계산할 때 돈을 던지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런 무시를 받으며 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죠." 김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장애를 앓고 있었다.

서울 면목동에 위치한 대형할인매장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은영(가명·45)씨는 대인기피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다. "'손님은 왕'이라던가, '고객만족'이라는 말을 워낙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이다보니, 손님들 스스로 '나는 서비스 받으러 온 사람이니, 잘들 모셔라' 하는 인식이 강해요. 그러다 보니 많은 직원들이 아무 잘못 없이 욕설을 들어야 하고, 때로는 손님한테 맞기도 하죠. 저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수없이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 자체가 싫고 피하게 되더라고요. 어쩌다 쉬는 날에도 외출을 안 해요."

이렇듯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작용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 내에 감정노동에 대한 공감대는 낮은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 80년대 초반부터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돼 왔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정진주 박사(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는 "서비스 업종이 다양해지고,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감정노동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며 "대신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 매일노동뉴스 > (2008년 1월24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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