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말 논술 / 1. 논지 파악
유형별 논술교과서 [난이도 = 고2~고3]
■ 기출문제 유형1- 한국외대 2008학년도 정시
< 제시문 > 과 < 자료 1 > ~ < 자료 5 > 에서 공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 자료 1 > ~ < 자료 5 > 에서 부각된 키워드의 특성을 각각 설명하시오.
< 제시문 요지 >
환경은 인간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 그리고 인간은 환경에 수동적 또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은 개인의 이성적 판단이나 주관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
< 자료 1 요지 >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민주정을 채택할 경우, 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무정부 상태에 처할 가능성에 우려한다. 즉, 자유는 아테네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권위라는 판단 기준을 무력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와 노인의 권위가 실추될 수 있다.
-플라톤, < 국가 >
< 자료 2 요지 >
일본의 휴대전화기업인 도코모는 일본 제일의 기업으로서 2000년대 초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 그러나 도코모의 진출은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으로 외국 시장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즉, 시장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판단 기준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 자료 3 요지 >
사랑은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에 따라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이뤄지는 사랑에 대한 판단 기준은 현실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연인 간의 사랑은 당사자들의 판단 기준이 부합돼 상호 관계가 성립된 결과이다.
-루소, < 에밀 >
< 자료 4 요지 >
이명준은 공산군 장교들과 전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명준은 남한이나 북한이 아닌 제3국행을 선택한다. 제3국은 남북한과 다른 중립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군 장교는 중립국 역시 자본주의 사회이므로 남한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다.
-최인훈, < 광장 >
< 자료 5 요지 >
자가용을 소유한 한 가정의 가장이 휴가철에는 평소와 다른 주유소를 선택한다. 평소에는 자신의 합리적 기준에 따르지만, 휴가철엔 자녀가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주유소를 선택한다.
■ 해결 전략
먼저, 각 제시 자료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 제시문 > 은 판단의 기준, < 자료 1 > 은 판단 기준의 소멸, < 자료 2 > 는 판단 기준의 고수, < 자료 3 > 은 판단 기준의 일치, < 자료 4 > 는 판단 기준의 불일치, < 자료 5 > 는 판단 기준의 변화 등이다. 그러므로, 공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는 '판단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 자료1 > ~ < 자료5 > 에서 부각된 키워드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 자료 1 > 은 판단 기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 자료 3 > 과 < 자료 4 > 는 판단 기준이 실제의 상황에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경우에 대한 대조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 자료 2 > 와 < 자료 5 > 는 판단 기준의 적용 방식에 대해 상호 대비되는 사례이다.
■ 자료 검색
루소의 < 에밀 >
루소(Rousseau, Jean-Jacques, 1712~1778) 프랑스의 철학자·교육학자·음악가·음악평론가.
< 에밀 > 은 근대 교육학 고전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 민중은 억압의 주체였고 어린이는 '작은 어른'에 지나지 않았다. 루소는 그러한 생각에서 에밀이라는 고아를 통해 자연의 흐름에 따른다는 교육의 이상론을 추구했다. "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것이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면 모든 것이 악해진다"라고 하는 유명한 서두의 구절에서 보이듯이 사회·가족 등 외적 환경이나 나쁜 습관, 편견의 영향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며, 가능한 한 자유롭고 크게 자라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 보편적으로 행해지던 주입식 지육편중(智育偏重)의 교육을 반대하고 체육·품성 등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중시하며,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줄 것을 주장했다.-브리태니커백과사전
플라톤의 < 국가 >
플라톤(Plato.BC 428/427 그리스 아테네(또는 아이기나)~BC 348/347) 아테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 국가 > 에서 직접 다루는 것은 '올바름(正義 [dikaiosyne])이란 무엇인가?', '올바름은 올바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가?' 같은 윤리적 문제이다. < 국가 > 에서는 '3가지 삶의 방식(역할)', 즉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자, 욕구의 충족을 바라는 자, 현실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는 활동가의 삶을 구별하고 있다. 플라톤은 이러한 삼분법을 적용해 시민을 3계층, 즉 통치자·생산자·군인으로 나눔으로써 올바른 사회의 구조를 규정하려 한다. 플라톤은 이 이상적 형태에서 타락한 것들로서 참주제·과두제·민주제 등을 들고 있다.-브리태니커백과사전
최인훈의 < 광장 >
최인훈(1936~) 함북 회령. 소설가.
1959년 < 자유문학 > 10월호에 <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 < 라울전 > 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1960년 < 가면고 > < 광장 > 등을 발표하면서 작가적 명성을 굳혔다. 4·19혁명 직후에 발표한 < 광장 > 은 당대까지 금기시되었던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파헤친 대표작이며, 작가 자신도 책머리에서 자유당 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에서는 발표가 불가능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경찰서에 드나들면서 '밀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에 구토를 느끼고 월북한다. 그러나 '끝없이 복창만 강요하는' 북한 역시 진정한 광장은 없고 퇴색한 구호와 관료제도만 있을 뿐 그가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인도로 가는 도중 배 위에서 투신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작품은 발표 직후 최대의 문제작으로 평가됨과 동시에 문단에 정치적 허무주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
■ 관점 넓히기
(개인이나 정부 또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기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아래 글은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관한 글인데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패를 거듭하느니 차라리 정권을 내주라'는 비판에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도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라고 답하면서, 간헐적이던 진보논쟁이 진보진영 전반으로 번졌다. 뽑은 말로, 몇 사람의 주장을 들어보자. "민주개혁엔 무능했고 신자유주의엔 유능했다", "낡은 기득권이 양극화를 더 벌렸다", "진보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자"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박정희식 우익민중주의를 고민하자", "왜 강건너 적엔 너그럽고 가까운 이웃엔 날을 세우는가" 하는 비판의 내심을 다그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참여'라는 머릿돌이 말하듯 참여정부는 87년 민주항쟁의 성과와 과제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명백하게 정치적인 정부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과제인 '민주적 경제발전'을 비판의 중심에 올려놓고 비판하면서 그것을 정치로까지 끌어올려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이룩한 민주주의라는 가치까지를 함께 허물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비판이다.
'진보'에 대한 케케묵은 색깔논쟁을 감내해가면서, 성장제일주의 경제의 계급적 불평등성을 없애고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대응작업에 어깨를 걸어야 할 사람들까지 나서서 몰아친다면, 그러잖아도 짐이 버거운 참여정부는 더 가지 못하고 민주주의와 함께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에서 살아난 뒤, 국민이 뽑은 정통성 있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모습을 보수와 수구들에 과시해 보려는 섣부른 오기와 오만, 그리고 숙성 이전의 정책을 함부로 말하는 등의 가벼운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참여정부의 이차적인 과제를 일차적 과제로 끌어올려 가면서까지, 모든 것을 실패로 규정함으로써 수구와 대중을 춤추게 하면서 민주주의까지 함께 위험에 빠뜨리는 비판은 삼가야 할 역사에 대한 성찰과 예의라고 본다.
문득, 근대의 주역 '이성'이 제작해서 잘 써먹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난다. 그리스 신화의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들의 다리를 자르거나 늘려서 자신의 침대에 맞추지 않았던가. 서구의 '근대적 이성'은 인식의 판단 기준을 객관 세계에서 '주체'로 바꿔놓고 규격화·획일화함으로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된다. 진보가 그래서는 안 되잖겠는가.
-심범섭/ 인서점 대표,
< 한겨레 > 2007년 2월25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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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논술교과서 [난이도 = 고2~고3]
■ 기출문제 유형1- 한국외대 2008학년도 정시
< 제시문 > 과 < 자료 1 > ~ < 자료 5 > 에서 공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 자료 1 > ~ < 자료 5 > 에서 부각된 키워드의 특성을 각각 설명하시오.
< 제시문 요지 >
환경은 인간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 그리고 인간은 환경에 수동적 또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은 개인의 이성적 판단이나 주관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민주정을 채택할 경우, 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무정부 상태에 처할 가능성에 우려한다. 즉, 자유는 아테네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권위라는 판단 기준을 무력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와 노인의 권위가 실추될 수 있다.
-플라톤, < 국가 >
< 자료 2 요지 >
일본의 휴대전화기업인 도코모는 일본 제일의 기업으로서 2000년대 초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 그러나 도코모의 진출은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으로 외국 시장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즉, 시장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판단 기준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 자료 3 요지 >
사랑은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에 따라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이뤄지는 사랑에 대한 판단 기준은 현실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연인 간의 사랑은 당사자들의 판단 기준이 부합돼 상호 관계가 성립된 결과이다.
-루소, < 에밀 >
< 자료 4 요지 >
이명준은 공산군 장교들과 전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명준은 남한이나 북한이 아닌 제3국행을 선택한다. 제3국은 남북한과 다른 중립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군 장교는 중립국 역시 자본주의 사회이므로 남한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다.
-최인훈, < 광장 >
< 자료 5 요지 >
자가용을 소유한 한 가정의 가장이 휴가철에는 평소와 다른 주유소를 선택한다. 평소에는 자신의 합리적 기준에 따르지만, 휴가철엔 자녀가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주유소를 선택한다.
■ 해결 전략
먼저, 각 제시 자료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 제시문 > 은 판단의 기준, < 자료 1 > 은 판단 기준의 소멸, < 자료 2 > 는 판단 기준의 고수, < 자료 3 > 은 판단 기준의 일치, < 자료 4 > 는 판단 기준의 불일치, < 자료 5 > 는 판단 기준의 변화 등이다. 그러므로, 공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는 '판단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 자료1 > ~ < 자료5 > 에서 부각된 키워드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 자료 1 > 은 판단 기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 자료 3 > 과 < 자료 4 > 는 판단 기준이 실제의 상황에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경우에 대한 대조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 자료 2 > 와 < 자료 5 > 는 판단 기준의 적용 방식에 대해 상호 대비되는 사례이다.
■ 자료 검색
루소의 < 에밀 >
루소(Rousseau, Jean-Jacques, 1712~1778) 프랑스의 철학자·교육학자·음악가·음악평론가.
< 에밀 > 은 근대 교육학 고전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 민중은 억압의 주체였고 어린이는 '작은 어른'에 지나지 않았다. 루소는 그러한 생각에서 에밀이라는 고아를 통해 자연의 흐름에 따른다는 교육의 이상론을 추구했다. "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것이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면 모든 것이 악해진다"라고 하는 유명한 서두의 구절에서 보이듯이 사회·가족 등 외적 환경이나 나쁜 습관, 편견의 영향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며, 가능한 한 자유롭고 크게 자라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 보편적으로 행해지던 주입식 지육편중(智育偏重)의 교육을 반대하고 체육·품성 등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중시하며,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줄 것을 주장했다.-브리태니커백과사전
플라톤의 < 국가 >
플라톤(Plato.BC 428/427 그리스 아테네(또는 아이기나)~BC 348/347) 아테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 국가 > 에서 직접 다루는 것은 '올바름(正義 [dikaiosyne])이란 무엇인가?', '올바름은 올바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가?' 같은 윤리적 문제이다. < 국가 > 에서는 '3가지 삶의 방식(역할)', 즉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자, 욕구의 충족을 바라는 자, 현실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는 활동가의 삶을 구별하고 있다. 플라톤은 이러한 삼분법을 적용해 시민을 3계층, 즉 통치자·생산자·군인으로 나눔으로써 올바른 사회의 구조를 규정하려 한다. 플라톤은 이 이상적 형태에서 타락한 것들로서 참주제·과두제·민주제 등을 들고 있다.-브리태니커백과사전
최인훈의 < 광장 >
최인훈(1936~) 함북 회령. 소설가.
1959년 < 자유문학 > 10월호에 <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 < 라울전 > 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1960년 < 가면고 > < 광장 > 등을 발표하면서 작가적 명성을 굳혔다. 4·19혁명 직후에 발표한 < 광장 > 은 당대까지 금기시되었던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파헤친 대표작이며, 작가 자신도 책머리에서 자유당 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에서는 발표가 불가능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경찰서에 드나들면서 '밀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에 구토를 느끼고 월북한다. 그러나 '끝없이 복창만 강요하는' 북한 역시 진정한 광장은 없고 퇴색한 구호와 관료제도만 있을 뿐 그가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인도로 가는 도중 배 위에서 투신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작품은 발표 직후 최대의 문제작으로 평가됨과 동시에 문단에 정치적 허무주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
■ 관점 넓히기
(개인이나 정부 또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기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아래 글은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관한 글인데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패를 거듭하느니 차라리 정권을 내주라'는 비판에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도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라고 답하면서, 간헐적이던 진보논쟁이 진보진영 전반으로 번졌다. 뽑은 말로, 몇 사람의 주장을 들어보자. "민주개혁엔 무능했고 신자유주의엔 유능했다", "낡은 기득권이 양극화를 더 벌렸다", "진보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자"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박정희식 우익민중주의를 고민하자", "왜 강건너 적엔 너그럽고 가까운 이웃엔 날을 세우는가" 하는 비판의 내심을 다그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참여'라는 머릿돌이 말하듯 참여정부는 87년 민주항쟁의 성과와 과제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명백하게 정치적인 정부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과제인 '민주적 경제발전'을 비판의 중심에 올려놓고 비판하면서 그것을 정치로까지 끌어올려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이룩한 민주주의라는 가치까지를 함께 허물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비판이다.
'진보'에 대한 케케묵은 색깔논쟁을 감내해가면서, 성장제일주의 경제의 계급적 불평등성을 없애고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대응작업에 어깨를 걸어야 할 사람들까지 나서서 몰아친다면, 그러잖아도 짐이 버거운 참여정부는 더 가지 못하고 민주주의와 함께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에서 살아난 뒤, 국민이 뽑은 정통성 있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모습을 보수와 수구들에 과시해 보려는 섣부른 오기와 오만, 그리고 숙성 이전의 정책을 함부로 말하는 등의 가벼운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참여정부의 이차적인 과제를 일차적 과제로 끌어올려 가면서까지, 모든 것을 실패로 규정함으로써 수구와 대중을 춤추게 하면서 민주주의까지 함께 위험에 빠뜨리는 비판은 삼가야 할 역사에 대한 성찰과 예의라고 본다.
문득, 근대의 주역 '이성'이 제작해서 잘 써먹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난다. 그리스 신화의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들의 다리를 자르거나 늘려서 자신의 침대에 맞추지 않았던가. 서구의 '근대적 이성'은 인식의 판단 기준을 객관 세계에서 '주체'로 바꿔놓고 규격화·획일화함으로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된다. 진보가 그래서는 안 되잖겠는가.
-심범섭/ 인서점 대표,
< 한겨레 > 2007년 2월25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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