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사설] 이명박 정부, 드디어 의료민영화 길 트나

설경. 2008. 6. 16. 10:23
[한겨레] 사설

보건복지가족부가 10일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리란 의구심이 높아진 시점에 나온 이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 의료단체들은 의료 민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한다. 복지부는 개정안은 의료 민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를 믿고 의심을 거둘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개정안은 의료법인과 기관들에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터주고 있다. 외국인 환자에 국한한다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고, 의료법인간 합병도 가능하게 했으며, 의료기관에 영리 목적의 부대사업도 허용했다.

설상가상인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에 국내 영리법인의 진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중앙정부와 합의가 이뤄졌다는 현지 공무원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 광양에 이어 전국 곳곳에 조성되는 경제자유지역에도 국내 영리법인이 진출하게 돼 의료 영리화가 기정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미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확대를 저해할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쏟아지기 시작한 마당에 이런 움직임들이 더해지면, 의료의 영리화를 거쳐 의료의 민영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이런 조처들이 의료서비스의 경쟁력과 의료인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500억원 정도인 의료분야의 국제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공적 의료기반을 허물고 영리추구의 봇물을 터놓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국외 환자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그리 간단치 않다. 모범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타이나 인도의 경우, 국내 양질의 의료진이 이런 돈벌이 영역에 집중하느라 국내 환자에 대한 진료는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보장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모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부담되지 않는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는 현재 63%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까지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은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의료서비스의 국제경쟁력 강화만 외치고 있다.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만으로도 지친 국민에게 또 다른 불안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