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촛불집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평소처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수만 명의 시민은 지난 13일 밤 여의도 <한국방송> 앞으로 이동해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핵심이었던 촛불집회의 이슈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애초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의 양상이 3주 전 ‘집회 뒤 청와대행 행진’으로 발전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촛불집회의 이런 진화는 자연스럽다. 이미 40일 이상 집회가 이어지는데도 쇠고기 문제에서 거의 진전이 없는데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계속 불거지기 때문이다. 방송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와 정부는 방송을 움켜쥐면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의 기둥인 한국방송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감사원에 이어 검찰까지 나서서 사장 퇴진을 압박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와이티엔> 사장 등에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 시민들은 이런 노골적인 언론장악 기도에 분노한다.
지금 촛불집회 현장과 인터넷에서는 이후 진로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쇠고기 문제 외에 국민 목소리를 무시하고 추진되거나 그럴 우려가 큰 정책들에 어떻게 대응할지다. 언론장악 기도, 교육 시장화, 대운하, 공기업 및 의료 민영화, 물관리 사유화 등이 그것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런 의제들을 집회에서 다루겠다고 한 것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이들 의제 모두 쇠고기 문제 이상으로 국민 생활에 끼칠 영향이 크다. 이들 의제를 다룰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처럼 참가자들의 집단지성이 요구된다.
정부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쇠고기 문제에서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안에서도 국민과 맞선다. 그중 언론장악 기도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촛불이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정부가 정책 전환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열망을 담는 그릇인 촛불집회는 정부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진화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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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평소처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수만 명의 시민은 지난 13일 밤 여의도 <한국방송> 앞으로 이동해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핵심이었던 촛불집회의 이슈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애초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의 양상이 3주 전 ‘집회 뒤 청와대행 행진’으로 발전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촛불집회의 이런 진화는 자연스럽다. 이미 40일 이상 집회가 이어지는데도 쇠고기 문제에서 거의 진전이 없는데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계속 불거지기 때문이다. 방송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와 정부는 방송을 움켜쥐면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의 기둥인 한국방송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감사원에 이어 검찰까지 나서서 사장 퇴진을 압박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와이티엔> 사장 등에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 시민들은 이런 노골적인 언론장악 기도에 분노한다.
지금 촛불집회 현장과 인터넷에서는 이후 진로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쇠고기 문제 외에 국민 목소리를 무시하고 추진되거나 그럴 우려가 큰 정책들에 어떻게 대응할지다. 언론장악 기도, 교육 시장화, 대운하, 공기업 및 의료 민영화, 물관리 사유화 등이 그것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런 의제들을 집회에서 다루겠다고 한 것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이들 의제 모두 쇠고기 문제 이상으로 국민 생활에 끼칠 영향이 크다. 이들 의제를 다룰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처럼 참가자들의 집단지성이 요구된다.
정부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쇠고기 문제에서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안에서도 국민과 맞선다. 그중 언론장악 기도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촛불이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정부가 정책 전환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열망을 담는 그릇인 촛불집회는 정부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진화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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