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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은 지금] 미국 그린넬대학

설경. 2008. 6. 19. 10:58
봉사활동 자진하는 학교 분위기 베푸는 삶에 대해 배우죠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그린넬대 캠퍼스에 비가 내린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니 지난달 말에 열렸던 졸업식이 생각난다. 그때도 이렇게 비가 왔다. 졸업식장에서 나는 운 좋게도 저명한 철학자이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인 주디스 버틀러의 졸업 축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현대 세계에서 세계 시민의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곧 새로운 삶을 시작할 졸업생들에게 활발한 사회적 참여와 세계에 대한 깨어있는 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녀의 연설을 들으며 나는 지난 2년간 우리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렸다. 치열한 교육 환경 속에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읽고, 쓰고, 토론했던 경험은 때론 좌절감을 안겨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을 발전하게끔 만드는 채찍질 역할을 한 것 같다.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 모인 1500여 명의 학생과 교수님들과의 만남은 내게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줬다.

내가 이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가슴 깊이 남는 것은 바로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는 학교의 설립정신이다. 강의실 안팎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여러 경험을 하라고 종용할 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서 터득한 것을 항상 다수를 위해 쓰라고 주문한다. 학교는 늘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와 혜택 받지 못한 자들을 마음에 품으라고 강조한다.

이런 학교 분위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기 중 시간을 쪼개 근처 병원과 형무소 등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방학이면 미국 전역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많은 학생들이 인권 운동과 공중 보건에 관심을 표하며, 졸업생들 중에는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나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 등의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사람도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학교나 지역사회, 그리고 비영리단체 등에 기부하거나 신문에 글을 기고함으로써 주변 이들의 사회적 참여를 도모하기도 한다.

내가 받은 교육을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에게 베푸는 데 쓰라는 학교의 가르침은 지난 2년간 내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일차원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보다 도전적인 과제를 줬다. 졸업 후 어느 곳에서 어떠한 삶을 살든지 간에 그린넬이 내게 준 가르침은 항상 내 안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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