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경지식넓히기 공자가 제시한 인(仁)의 철학은 자신을 수양하는 데에는 극기(克己)의 의미로, 부모에게는 효(孝), 형제 간에는 제(悌),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충(忠), 남을 배려하는 서(恕), 이웃 간에는 신(信)의 형태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는 그것은 예(禮)의 형태로 완성된다. 또 맹자가 의리나 정의의 의미로 주장한 의(義) 역시 인(仁)의 다른 이름이다. 효(孝)가 인(仁)의 개인적 실천이라면 서(恕)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실천을 위한 마음가짐이다. 모든 사람과 사물을 나와 같이 대하는 자세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뒤로 하고 예를 회복(克己復禮)하기 위한 정도(正道)이면서 동시에 지름길이다. 우리의 대동사회(大同社會)와 서양의 민주주의는 닮은 듯하면서도 그 사고의 생성 과정은 사뭇 다르다.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근간에는 자유주의가 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려는 개인적 욕망의 발현이다. 즉 개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념이다. 그런데 공자의 대동사회에서 관심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다. 나의 역할과 직분에 충실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정명(正名)이 그러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우선 배려하는 서(恕)가 그러하다. ‘예기’에서 전하는 대동사회는 서로 간의 신뢰와 친목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자의 부모, 자식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처한 상황에 맞게 배려하는 사회이다. 재화를 사사로이 독점하지 않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해서 모략과 절도와 폭력이 없는 사회, 대동사회가 완성된다. 대동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내 안에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한다. |
<문제>
1. 공자는 <논어>에서 ‘溫故而知新이면 可以爲師矣’라고 하였다. 그 본질적 의미를 <가>를 통해 4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2. <라>에서 말하는 ‘네거티비즘적 사고’에 <나>의 사상이 끼친 영향을 찾고, ‘네거티비즘적 건축’의 의의를 <다>와 <라>를 통해 10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제시문>
<가>
子曰 麻冕 禮也 今也純 儉 吾從衆 拜下禮也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논어(論語)’
삼실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이다. 지금은 명주실로 관을 만들어 쓰는데 그것은 검소하기 때문에 따를 것이다. 신하가 임금에게 절을 할 때에는 당 아래에서 하는 것이 예이다. 지금은 당 위에 올라가서 절을 하는데 그것은 교만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당 아래에서 절을 할 것이다.
<나>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論語)’
자공이 물었다. “한 마디의 말로 평생토록 실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논어(論語)’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워 주고 자기가 이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다른 사람을 이르게 해준다. 가까운 것을 취해 남에게 비유한다면 그것이 바로 인의 올바른 방향이다.
<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어 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맡겨 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 ‘청구영언’
<라>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대체로 이미 다른 생명체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생명체가 전혀 서식하지 않는 공간을 개척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아주 예외의 경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목적을 위해서 새로운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계획은 대개의 경우 다른 어떤 생명체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행위가 되고 만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의 공간은 무제한으로 우리 인간을 위해 마련된 것처럼 착각해 왔다.
이것은 마치 유럽에서 북아메리카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그 넓은 땅을 하느님이 자기들에게 준비해 준 것처럼 착각하고 그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과 다름없는 행위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우리 인간이 계속 자연의 공간을 침범해 나가다가는 가까운 장래에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받아서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의식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한 네거티비즘적인 사고가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간 이용에서 네거티비즘이 문제시되어야 하는 또 한 가지 측면은 인간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하나의 공간을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제한해 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그 제한된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대도시 안의 빈민촌은 그 자체가 제한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상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행동의 제한을 받는다. 그러한 특수 공간을 만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그 공간 밖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빈민촌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바깥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못 나오는 사람들은 있으나 바깥 공간에서 빈민촌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어떠한 공간 설계든 그것으로 인해서 그 공간에서 추방당하거나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근, ‘건축과 동양정신’, 고등국어 (하)
<예시답안>
1. 현대인들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것은 낡은 것이어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내려온 것 중에는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것도 있다.
<가>는 삼실로 만들던 관을 명주실로 만들어 검소하게 사용하는 것은 허례를 버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따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당 위에 올라서서 절을 하는 태도는 교만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옛 법도를 따르겠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공자가 말한 온고지신의 뜻이 명확해진다. 즉 온고지신이란 옛 것을 익히되 과거를 무조건적으로 답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연암의 법고창신(法古創新)과 같이 현재의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전통을 익혀서 새로운 시대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확산적 사고의 발현이다.
2. 네거티비즘(negativism)이란 소극적인 사고와 태도를 의미한다. 공자는 늘 내가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배려하였다. 이는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이 행여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지 미리 살피고 삼가는 태도이다. 다른 사람을 나처럼 똑같이 귀하게 여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고 내가 나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내세우기를 강조한다. 그 생각이 바로 서(恕)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21세기 정보화 시대는 그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바쁘고 벅차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을 뿐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영역이나 혹은 자연을 마음대로 침범하고 훼손해 왔다.
더 넓고 더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내 욕심을 채우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인류가 평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일부를 빼앗겨 왔다. 더불어 일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간을 독점하는 사이,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이제 그 훼손의 역사를 되돌아볼 시점이 온 것이다.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남에게 혹은 자연 환경에 어떤 불편함과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라>에서 말하는 네거티비즘적 사고이며 네거티비즘적 건축이다.
그런 의미에서 십 년을 열심히 일하고도 그저 세 칸짜리 초가에 만족하며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둘러두고 보겠다는 <다>의 태도는 네거티비즘적 건축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자연과의 조화,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이다.
공자는 나를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을 사랑하라 일렀다. 네거티비즘적 건축이란 공자의 뜻을 온고지신하는 건축이다. 물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건축이 아니다. 3차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누구에게나 넓게 느껴지는 그런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도록 서(恕)로써 살피고 지어내는 건축이다.
-어휘다지기-
충서(忠恕): 충(忠)은 내 마음(心)의 중심(中)의 의미로 내 마음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恕)란 내 마음(心)과 같이(如) 한다는 의미로 다른 사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 고전 펼치기 子貢曰 我不欲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 子曰 賜也 非爾所及也 -‘논어(論語)’ 자공이 말하였다. “남이 나에게 좋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므로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너는 아직 미치지 못하였다.” 공자의 ‘논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하고 평범한 몇 마디 언어의 집합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 유일한 상징적 체계이며,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 봐도 도달하기 쉽지 않은 외경(畏敬)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행동한다. 그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그러나 공자는 늘 나 아닌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것을 역설하였다. 그것이 인(仁)을 행하는 목적이고 또 인격의 완성이며 군자가 되는 길이다. 나와 부모의 관계에서 부모를 먼저 생각하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와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자의 사상이 곧 인(仁), 너그러움과 사랑, 배려와 관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적인 철학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몸소 익힌 제자 자공(子貢)도 미치기 어려웠던 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가지 않겠는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더 절실해지는 것이 내 마음과 같이 모든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다. 내 이상과 욕망을 펼치기 전에 한 걸음만 물러서서 타인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생각하자. 타인의 입장을 배려해보는 시간, 공자가 말한 군자의 길이 바로 그 곳에 있다. -관련 기출문제- 2001 가톨릭대 정시, 경희대 2003 수시, 경희대 2004 수시, 2004 숙명여대 정시, 경희대 2006 수시 〈박현정|대화중학교 교사〉 |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메모 :
'논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理知논술/고전여행]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0) | 2007.09.03 |
---|---|
[스크랩] "[理知논술/이슈&이슈]‘쩐의 전쟁’ 속 인문학의 역할" (0) | 2007.09.03 |
[스크랩] [대입논술 가이드]헌정질서 위협의 원인 (0) | 2007.09.03 |
[스크랩] [한석원의 수리논술] 서울대 정시모집 자연계 논술 (0) | 2007.09.03 |
[스크랩] 개별 현상들에서 본질적 공통점 찾아야 (0) | 2007.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