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스크랩] 개별 현상들에서 본질적 공통점 찾아야

설경. 2007. 9. 3. 00:02

 

개별 현상들에서 본질적 공통점 찾아야

 

지난 5회간의 특강을 통해 우리는 통합논술의 물음에 답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합논술의 물음이 어떠한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요령 있게 답하는 형식적 측면과 아울러 물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내용적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호부터는 통합 교과형 논술에서 출제될 확률이 높은 논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언어논술-수리논술-과학논술로 각각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언어논술에서 출제 가능한 논제들을 알아본다.

통합논술의 시대에‘족집게’는 더 이상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 최근‘족집게 논술’이란 말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통합논술은 원천적으로 암기된 지식, 준비된 답안을 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가지고 있기에 ‘족집게 강사’가 제공하는 모범답안은 이제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때문에 아직도 족집게 논술에 미련을 갖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있다면 하루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족집게’가 이미 ‘머리 잘린 삼손’의 위력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출제 확률이 높은 논제를 예상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대학에서 논제를 빼내지 않고도, 강사가 신통한 예견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논술 시험에 어떠한 논제가 출제될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논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유의할 만하다.



논술은 교양을 평가한다

대학은 학자, 전문인, 교양인을 양성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입시란 대학의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수학능력시험과 마찬가지로 논술 역시 궁극적으로는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논술은 대학생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일정한 교양 수준을 수험생이 갖추고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수능과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교양이 무엇인가를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흔히 ‘교양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자기가 속한 세계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질서에 관해서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교양은 ‘나(인간)와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의 질서나 관계를 바라보는 안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교양에 대한 정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대학에서 출제했던 논제를 살펴보면 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논술의 논제는 근본적으로 ‘나’와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예전의 논술과 마찬가지로 통합논술에서도 유효하다. 물론 인문계와 자연계 논술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와 외부 세계의 관계를 좀더 구체화하여 통합논술에서 출제될 수 있는 논제들로 발전시켜 보자.



무엇이 어떻게 출제되는가?

1. 나(인간)는 누구인가?

세상의 중심적 가치를 지닌 존재인‘나(인간)’는 누구인가?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인식하는 것은 교양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러한 ‘나(인간)가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진리처럼 배우고 믿어 왔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 인간이 존엄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가치가 한없이 훼손되어 가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수험생이 지니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의 표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여 보자.






통합논술은 서로 다른 영역의 개별적 현상들이 본질적으로는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수험생이 발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별적인 현상들은 하나의 본질적 뿌리로 연결 될 수 있다. 즉 생명을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보는 태도나 외형 중시의 사회적 풍토, 그리고 명품이나 과소비를 통한 자기 과시적 경제 행위,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을 해치는 전쟁 행위 등은 별개의 현상들이지만 모두 인간의 존엄성과 본질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공통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논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소외에서 비롯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상실 문제는 진정한 자기상 혹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전제적 인식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제는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비록 제시문과 물음의 형식은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겠지만 ‘인간 소외’의 테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의 논제임에 틀림없다. 이와 더불어 바람직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의식과 세계관이 정립되어 있는지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인간)는 누구이며 그 가치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 속에서 주변의 현상들이 가지는 본질적 문제점들을 통합적으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외부 세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자기상과 인간상을 인식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세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 역시 어느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 세계란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즉 우주, 자연, 지구, 그리고 내가 속한 가정에서부터 세계에 이르는 크고 작은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질서와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이러한 물음을 무모하게 던질 리 없다. 다만 수험생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적 현상들을 소재로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크게는 세계화, 정보화, 과학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작게는 성형 열풍, 과소비, 가족 해체 등이 우리가 현실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외부 세계의 모습들이다. 이 경우에도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물음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은 결코 지엽적인 현상에 대한 판단을 묻는 시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5년 고려대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다소 황당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 논제가 단순히 수험생이 큰 것을 좋아하는지 작은 것을 좋아하는지의 개인적 기호를 묻는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수험생들은 이 논제에 무척 당황스러워 했다. 이는 논제에 숨겨진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만일 수험생들이 이 논제를 외부 세계의 현상, 다시 말해 거대 조직으로 변모해가는 세계화에 대한 수험생의 안목을 평가하기 위한 것임을 눈치챘다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논제는 다음과 같이 얼마든지 유사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듯 논술은 우리의 외부 세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수험생들의 안목을 묻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우리 주변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가 속한 시대와 공간의 의미도 우선적으로 파악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의 개별적 논제들은 모두 외부 세계의 모습들에 대한 가치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하나의 본질적 물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만일 첫 번째 제시문에서 인간이 악한 존재라는 가정을 설정한다면 덕치보다는 법치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고, 이로써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가 더 우월한 것으로 취급될 것이며 따라서 예술의 교화적 기능 역시 중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논제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이 나와 외부 세계와의 관계와 질서에 대한 안목을 묻는 것이기에 논제는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나’와 우리의 ‘주변 세계’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통합논술의 시대에도 논제를 예측하는 일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것이 과거와 같이 모범 답안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논술 준비의 정확한 방향을 알기 위함이며 나아가 출제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결국 통합논술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출제되는가와 더불어 그것이 어떻게, 왜 출제되었는가를 함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현상들에 감춰진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주어진 제시문을 활용하여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통합논술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연구소 소장]

출처 : 별먹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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