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發制人(선발제인)」 「先手必勝(선수필승)」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든 대학별고사든 가장 최선의 대비방법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제될 문제를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다. 답의 완성도는 언제나 문제의 구조와 성격, 즉 출제의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도 보다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지난 시간에는 논술 주제에 맞춰 모범답안을 암기하는 ‘찍기식’ 논술 대비가 통합논술에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합논술에서 출제될 문제를 예상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번 시간에는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주제와 논제의 발문 형태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몇 해전 해외 토픽에 수 천년 전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동굴 벽의 그림문자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라는 뜻이었다고 하는데, 어느 고대인의 불평이 수 천 년이 흐른 지금도 어디에선가 터져 나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 웃음은 나이 어린 자들의 ‘버릇’을 문제 삼는 나이 든 자들의 지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돼 왔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만일 으레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무례함을 꾸짖기 마련이라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이러한 의문에 도리어 의문을 제기할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이와 같은 의문이 논제로 주어진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젊은이들이 예절을 무시하는 세태를 지적하는 입장과 반대로 이러한 지적이 늘 있어왔음을 상기시키며 다소의 무례함도 젊음의 증거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입장을 대비시켜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경우이다. 여기서 몇 개의 논제가 하나의 문항을 구성하는 통합논술의 출제 방식을 고려한다면,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논제 앞에는 각각의 제시문에 나타난 입장을 비교하라는 논제가 올 수 있으며, 뒤에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서술하라는 논제가 올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논제를 예로 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를 통해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논술에서는 결국 사람과 사회의 관계, 질서, 구조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묻는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상과 본질, 표면과 이면의 의미를 학생이 인식하고 있는지,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언어수리통합형 문항 또는 언어과학통합형 문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수학적·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련의 수학적·과학적 원리들이 사람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양하게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
통합논술 논제의 발문 형태에 익숙해져야
본래 논술은 ‘탈 교과적’인 것이고,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며, ‘문제해결적’인 것이다. 따라서 논술의 내용적 측면은 이전의 논술과 통합논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확실히 통합논술의 출제 방식, 다시 말해서 문항의 구조는 이전의 논술과 차이가 있다. 통합논술에서는 특정 교과영역으로 환원할 수 없는 ‘통합교과적’ 성격의 주제와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여기에 충분한 입시 변별력의 확보, 평가의 공정성 등과 같은 현실적인 요소가 작용하면서 이전의 논술과는 조금 다른 문항의 구조를 보인다.
특히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논제의 형태, 즉 발문의 방식에 있다. 올해 들어 주요 대학들이 실시한 논술 모의고사 문항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한 발문으로 비교적 명확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과거 고전논술에서 하나의 논제로 주어졌을 만한 문제를 몇 개의 논제로 분할해서 각각의 논제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최종적인 결과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각각의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곧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과정이 되는 셈이다. 예를 통해 살펴보자. 다음은 지난 2007학년도 경희대학교 정시 인문계열 논술고사에 출제되었던 논제이다.
[논제] 다음 제시문 (가), (나), (다)는 공통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문 (라), (마), (바)를 참조하여, 각 제시문 (가), (나), (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와 해결방식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현대사회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위의 논제를 분석해보면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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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는 것처럼, 이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문제가 무엇인지와 해결방식의 차이점을 분석할 것.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문제해결의 조건이면서 동시에 단서가 된다. 그런데 이 논제를 통합논술형 논제처럼 다시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논제1] 제시문 (가), (나), (다)에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라.
[논제2] 제시문 (라), (마), (바)를 참고하여, 제시문(가), (나), (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해결 방식의 차이점을 분석하라.
[논제3] 논제1과 논제2를 토대로 현대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라.
첫 번째 논제에서는 제시문들의 관계파악과 독해력을, 두 번째 논제에서는 분석적 사고력을, 세 번째 논제에서는 창의적 발상능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거 ‘논술하라’ 또는 ‘서술하라’고 표현되던 발문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요약하시오’ ‘정당화하시오’ ‘평가하시오’ 등, 최근 자주 등장하거나 출제가 가능한 논제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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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유형은 곧 평가항목과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다양한 발문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논제를 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능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능력이 필요
올해 들어 실시된 2008학년도 대입논술 모의고사 인문계열 문항의 두드러진 특징은 언어영역과 사회영역의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 언어수리통합의 일환으로 통계자료의 해석을 요구하거나 과학적 개념을 사회과학적 현상과 관련 지어 사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일단 계열별 특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다시 말해서 인문계열에서는 언어사회통합 유형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 언어사회통합형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주제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세계화의 물결에 따른 국제적 규제의 확대
세계화를 시대적 대세로 받아들이는 입장과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의 충돌은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국가와 국가간, 이해를 달리하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제이다. 특히 최근 미국을 위시한 경제대국들이 주도하는 무역자유화에 따라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특정 국가가 국제적 규약과 협정을 위반한 경우, 이를 국제적 규제를 가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 이면에는 강대국의 패권의식을 비롯한 복잡한 역학관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계화의 물결에 따른 국제적 규약의 확대에 대해 학생의 이해와 입장을 묻는 것은 통합논술에서 아주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국제금융과 적대적 투자’ ‘국제무역자유화’ ‘국가간 전쟁’ ‘핵무기 확산 금지’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보호’ ‘인권문제’‘민족문제’ 등이 이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다음 사례를 보자.
[논제1] 제시문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문제에 대한 두 제시문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 지 비교하라.
[논제2]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 중 한가지를 택해,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해결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논제3] [논제 1]과 [논제2]의 논의를 근거로, 제시문 (라)와 같은 사안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라.
여기에 최근 국제적 분쟁의 발생 건수 또는 문제해결의 양상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를 제시할 경우, 수치자료를 해석하고 원인을 분석하라는 등의 언어수리통합형 문항도 출제될 수 있다.
2. 정보화 사회의 빛과 그림자
이 주제는 학생들의 피부에 조금 더 와 닿는 주제일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소통의 도구들, 그리고 정보가 곧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학생들도 꽤 익숙해져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정보에 대한 무한한 동경으로 시작된 강박에 가까운 갈증은 또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익명성의 뒤에 숨어 무분별한 악성 댓글들이 난무하는 현상이 그렇고,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는 주어지는 정보에 반응하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는 세태가 그렇고, 정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를 교묘하게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점에서 ‘정보화의 빛’ 이면에는 분명 ‘그림자’가 존재한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도 ‘창작물의 보호’와 ‘자유로운 이용’이라는 두 가지 각도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시사적인 주제가 활용될 경우에는 보통 대안제시형 논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양비론(兩非論) 혹은 양시론(兩是論)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구현가능성이 부족한 엉뚱한 대안을 제시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주어진 자료들을 단서로 활용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시문 속에 나타난 구체적 사안을 예로 들어 논의를 보다 구체화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현대 사회의 합리성 비판
현대 사회에서의 합리성 비판이라는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논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빈출 주제이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이성적 판단의 여지라는 딜레마에 대해 학생의 주관적 견해를 묻는다. 현대 문명이 빚어낸 부정적 생활문화현상을 소재로 한 이런 논제들은 대개 동서고금의 고전이 제시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구체적 현상으로부터 시작해 일반화를 거쳐 포괄적 대안을 제시하는 흐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시문에 나타난 구체적 현상들에 본질적으로 내포된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으며, 일련의 논제의 관계를 통해서 전체적인 논지 전개의 밑그림을 먼저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합리성 비판이라는 주제에서는 ‘인간소외’ ‘물신화’ ‘소유에 대한 맹목적 동경’ ‘무분별한 소비풍조’ ‘외모지상’ ‘자살’ ‘과학기술 맹신’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기정체성’ 등 아주 다양한 사안들이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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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해를, 그 다음이 판단이다!
이 밖에도 훨씬 더 많은 인문사회통합교과적 주제들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학생 스스로의 관심과 비판적 사고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1908~1961)의 말처럼 진정한 인식은 타자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파악하는 것이며,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이해하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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