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평가방식 전환, 교육 내실화냐, 전인교육 포기냐
2009학년부터 중·고등학교의 음악·미술·체육 교과의 평가방식을 전면 바꾸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따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예술·체육 교과 평가기록 방식을 3단계(우수·보통·미흡) 절대평가 및 서술식 기록 등을 골자로 한 ‘체육·예술 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현행 중학교 ‘석차 및 5등급(수·우·미·양·가)’, 고등학교 ‘원점수/평균 및 9등급’평가방식은 완전히 폐지된다.
그러나 예체능 교사, 교육전문가, 시민사회 단체는 평가방식의 전환은 내신제외를 의미하며, 이는 정상적인 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전교조 전국체육교사모임 사무국장인 박정준 교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교육부의 ‘음·미·체 평가결과 기록방식 변환’ 강행을 두고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중학교 박정준 체육교사는 '음미체 교과 평가방식 전환'은 예체능 교육 포기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불투명하고 비공개적인 연구결과 신뢰 못해
우선 교육부는 예체능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200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 전문 연구위원이 2년에 걸쳐 음미체 교과의 평가방식을 분석하고, 4번의 토론회와 공청회, 현장조사 등을 통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평가체제 전환의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해 청와대 최경희 비서관을 비롯한 교육관련 비서관 사이에서 다시 음·미·체 교과의 평가방식 전환이 거론되면서 올 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해왔다. 교육부는 당시 연구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조사과정을 거쳤는지 밝히지 않은 채 6월 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평가방식 전환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박 교사는 “일련의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연구결과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 미리 결과를 설정해 놓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예로 2003년 평가원 조사결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한 개 주를 제외하곤 음·미·체 교과를 내신반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개발원 연구팀은 다수 국가가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13일 내실화 방안 발표에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를 발표·토론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토론회 개최 여부를 잘 알리지도 않고 토론결과가 수합되기 전에 언론사에 내용을 공개했다. 예체능교육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현장 교사와 교육전문가를 배제한 채 의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음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들의 입시부담 늘어나고, 교육과정 파행 부를 것”
▲ 박교사는 예체능 평가가 내신에서 제외되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한편 교육부는 이번 계획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전인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오히려 국·영·수 중심의 입시구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전인교육의 목표는 무력화되리라는 것.
현재 우리나라 교육구조상 대입에서 내신반영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내신평가 자체에서 제외된다면 과연 그 교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중학교 수업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입에서는 고교내신 실질반영률이 5%내외고, 음·미·체 교과는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없다. 그러나 중학교에서 국민 공통교과목인 예술·체육이 내신에 반영 안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
예로 중학교 수업 중 창의적 재량활동시간은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가 아무리 열의를 갖고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이 의욕도 없고 관심도 없다. 체육시간만 해도 “평가에 들어가요?” 눈치를 보며 묻다 열심히 안하는 학생이 많다고 박 교사는 말한다. 그나마 지금은 체육복이나 준비물 등을 안 챙겨오면 수업태도평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약간의 강제성을 띌 수 있지만, 내신에서 제외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예체능 소질자 역차별, 교육 양극화 초래
이와 함께 서술식 기록 또한 부적절하다는 것이 박 교사의 생각이다. 학생들의 수업태도와 실력을 서술기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여건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 “현행 생활기록부에도 교과의 세부특성 및 특기사항란 있지만, 교사 대부분이 못 적고 있다. 보통 1반에 35명씩 5~6반을 가르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수업으로 어떻게 이 많은 학생을 자세히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또한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경제력 여유가 있는 경우 학교에서 예술·체육교육을 받지 못해도 자기가 원하는 시기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수 중산층 자녀는 교육받을 권리도 박탈당하는 것이다. 결국 ‘예체능 교육의 내실화’란 이름으로 포장된 평가방식의 전환은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할 뿐이다.
그는 외국에서는 스포츠, 동아리 활동 경험을 대입에서 인센티브 되고 21세기 리더의 소양으로 장려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도외시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정상적인 예체능 수업을 못 받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굉장히 암울할 것”이라 말했다.
‘평가방식 전환’ 행정 예고 유보, 공청회 요구
▲ "평가방식 전환 반대는 교과이기주의가 아니라 모든 교과의 문제입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평가방식전환 반대는 교과 이기주의가 아니라 학교교육 전반의 문제다라는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입시준비에서 국·영·수 챙기기도 어려운데, 음·미·체가 방해되니 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첫 번째 희생양으로 음·미·체일 뿐, 입시와 관련 없는 교과 제2의 희생이 발생할 것이다”
박 교사는 내신실질반영률을 두고 대학과 교육부 사이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신 1~2등급 동점처리는 내신무력화라고 주장하면서 예체능의 내신 제외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또 “선발적 기능만 앞세우는 교육은 ‘반쪽짜리’교육”이라고 비판하며 “예술적 교육도 다른 주요교과(국·영·수)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체육음악미술 교육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음미체 교육 포기 교육부·청와대 비서관 문책, 체육예술인 100인 선언, 교육부 장관 면담, 공개토론회 등의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특히 7월 3일 교육부 훈령개정 행정예고를 앞두고 시행선포가 결정되는 20여 일의 시간 동안 평가방식 전환의 본질을 알리고 반대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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