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한국에 살아보니]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설경. 2007. 9. 3. 01:20
〈데이비드 킴 크랙 / 한신대 전임강사〉

지난 7월 모국인 캐나다 방문은 한국에서의 내 삶에 있어 큰 영감을 주었다. 이번 이야기는 캐나다에서 있었던 나만의 시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에서 숨쉬었던 맑은 공기에 대한 것으로,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을 얘기하려고 한다.

이야기는 올 봄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네 동생이 캐나다 북부, 미시나비강으로 카누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너도 함께 가겠니?” 카누 여행은 캐나다 중부에서 한국인들의 등산과 같다. 서울 사람들은 도시의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산을 찾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휴식을 취한다. 마찬가지로 캐나다인들의 휴식에는 카누여행이 제격이다. 자연을 더 제대로 만끽하고 싶을 때 야생이 살아있는 캐나다 북쪽으로 가곤 한다.

내 동생이 가고 싶어 하는 미시나비강으로의 여행은 특별한 점이 있다. 오대호 중 제일 큰 호수인 슈피리어호에서 시작되는 미시나비강은 제임스만까지 흘러간다. 정말 크고 길며 아름답다. 캐나다 대표적인 원주민 부족인 오지브와족과 크리족에 있어 이 강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 강은 이들 부족과 초기 유럽 방문자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강이었다. 전설 속의 뱃사공들은 초기 부족들과 모피 교환을 하고 난 후에 캐나다를 건국할 후기 유럽인들과 미시나비강 위아래를 여행했다고 한다. 아버지, 남동생, 그리고 내게 있어 이번 2주간의 야생 속 카누 여행은 우리의 역사,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우리 삼부자는 가이드와 함께 바람을 따라, 이따금은 위협적인 강물살을 따라 캐나다의 야생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갔다. 이윽고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북녘의 숲 속 세계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늑대들의 발자취를 느끼며 잠이 들었고, 머리 위로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들과 물속을 가르는 물고기들을 보며 야생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숨이 탁 트이면서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최고로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가 나의 폐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지금껏 내가 경험했던 세계 곳곳, 특히 한국에서의 삶이 눈 앞을 스치며 분명하게 비교가 되었다. 한신대 옆 경기도 화성의 우리집 바로 옆 길가의 먼지와 자동차 매연들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는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 코에 까만 먼지들이 가득했다. 지난 겨울, 수원 화성에 갔을 때는 황사먼지와 스모그 때문에 폐가 꽉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공기가 진짜 우리 모두 마셔야 할 공기야.” 나는 미시나비강에서 혼잣말을 했다. “정말 깨끗하고 좋아. 왜 사람들 모두가 이런 공기를 즐길 수 없을까? 왜 가족들이, 한국에서 이와 똑같은 공기를 맡을 순 없는 걸까?”

미시나비강은 생명을 지닌 모든 피조물이 얼마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주었다. 만약 여러분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올 가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쉴 수 있는 깊은 산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