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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대비 막판 학습법…선배에게 듣는다

설경. 2008. 8. 11. 17:55

[중앙일보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외고 입시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골인 지점을 코앞에 두고 막판 스퍼트를 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들은 바람 앞의 갈대처럼 주변의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 이럴 때 외고를 갓 합격한 선배의 조언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준다. 장다영(대일외고 1년)양과 염동교(한영외고 1년)군을 만나 막바지 외고대비 학습법에 대해 들어봤다.

“구술면접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눌한 말투에 표현력도 부족하고, 긴장하면 약간 더듬기까지 했던 저에게 말하기 연습은 필수였죠. 거기다 신문 등을 많이 읽어 시사상식도 넓히려고 애썼고요.”
시험 당일 아침까지 신문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장양은 바로 지금이 외고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여름방학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갈수록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죠. 그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보통 중학교의 경우 3학년 2학기가 되면 최상위 성적 학생 몇몇을 제외하고는 공부에서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한다. 이 때문에 2학기 시작 전 부족한 분야의 성적을 올려놓지 못하면 학기 중에 그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름방학 끝 무렵, 외고 준비의 핫(hot) 타임
염군은 “평소 지리과목에 대한 자신이 없었는데 여름방학 때 지리에 관한 책과 문제집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며 “중학교 전 학년 교과서를 쭉 한번 훑어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군은 중3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부터 집중적으로 외고를 준비한 케이스. “사실 중3 여름방학 전까지는 외고를 특별히 염두에 두고 공부하진 않았어요. 그냥 내신을 충실히 다져놓다 보니 외고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선생님도 권하셨고….” 염군은 보통 학생들의 외고 선택 기준이 되는 영어 실력에 내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종(?) 학생들이 그렇듯 듣기 부분이 약했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영어 듣기 실력 향상의 기회로 삼고 외고에 도전해보기로 맘먹었다. 방학 내내 하루 3시간씩 꼬박꼬박 영어듣기 공부를 했다. 주로 CNN 등 미국 뉴스채널을 들으며 받아쓰기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대 성공. 처음부터 한영외고를 마음에 두었던 염군에게 듣기 시험 30문항은 벽이었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듣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꾸준한 받아쓰기 덕분이었다. 한영외고의 영어 장문 듣기 5문항은 외고 지망생들 사이에 악명 높다.

염군은 “워낙 장문이라 중요한 포인트를 적어놓지 않으면 내용을 놓치기 일쑤”라며 “이때 했던 공부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장양 역시 영어 듣기 시험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장양은 당초 경기권 외고에 관심이 있었다. 내심 수학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 수학 문제의 변형인 창의사고력 문제가 출제되는 경기권 외고가 장양에겐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준비가 거듭될수록 만만치 않은 창의 사고력 문제의 난이도 때문에 3학년에 와서 갑자기 서울권 외고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의 실력을 다각도로 따져볼 때 대일외고가 적합했다. “목표 학교를 미리 정하고 그 학교의 전형에 맞게 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장양은 이때부터 60문항이 출제되는 대일외고 영어듣기에 대비했다. “1지문 당 6번씩 들었어요. 시험당일 현장의 잡음이 크고 스피커 시설이 나쁘다는 얘길 듣고 일부러 음질이 많이 떨어지는 테잎을 구해 공부했죠.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 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그 속도에 맞춰 따라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했더니 저도 모르게 듣기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시험에 맞춰 신체 리듬 조절 필요
두 학생 모두 외고 전문학원을 꾸준히 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형일이 다가오면서 학교의 특성에 맞춘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고 판단,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염군은 외고입시 전문 영어학원에서 영어 듣기 시험의 정보를 얻었고, 장양은 다니던 내신 전문학원에서 강사와 함께 구술면접을 준비했다.

시험 한 달 전쯤부터는 시험 당일의 스케줄에 맞춘 신체 리듬 조절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저는 듣기 시험이 시작되는 시간에 왠지 집중력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름방학부터 꾸준히 그 시간에 맞춰 영어 듣는 연습을 했어요. 그랬더니 차츰 요령이 생겨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염군은 워낙 주위가 산만하다는 생각에 혼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움직이는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 앞 독서실에서 주로 공부했고, 핸드폰은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또 컴퓨터도 아예 켜질 않았다.

장양은 한 달 전부터 외고 시험이 끝나는 시간인 5시에 맞춰 낮잠을 2시간 정도 자기 시작했다. 워낙 잠이 많아 오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꿔보려는 의도였다. 낮잠 이후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6시에 기상해 영어 듣기 공부를 했다. 주로 밤에는 영어 독해와 구술면접, 사회 과목을 공부했다.

두 학생 모두 “여름방학이 지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옆에서 웃고 떠드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공부해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흔들린다”며 “외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아마 많이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