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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규군 국제올림피아드 수학왕 된 비결

설경. 2008. 8. 11. 17:56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 상당수 학생이 ‘어렵다’고 여기는 수학, 그러나 어릴 때부터 ‘숫자’에 흥미를 들인다면 한번쯤 정복해 볼만한 과목이다. 지난달 치러진 제4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임동규(17·수원 영통·경기과학고 2)군은 “수학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어 그 어떤 분야보다 재미있고, 도전가치가 있는 과목”이라고 말한다. 그의 독특한 ‘수학정복기’에 주목하자.

숫자와 친해지기
“다른 아이들을 보면 우선 한글에 관심을 가지잖아요. 그런데 동규는 어릴 때부터 음식점 가격판 앞에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임군의 어머니 최강옥(44·영어교사)씨가 말문을 열었다. 동규군이 숫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두돌이 갓 지났을 때. 자동차 번호판을 볼 때마다 “저 숫자가 뭐냐”며 물었다. 어머니 최씨는 그날 이후 임군과 함께 숫자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네살이 되던 해부터는 10단위 숫자까지 익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일단위 숫자부터 덧셈, 뺄셈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 모두 교사여서 5세 때부터 임군은 인근 이모네 집에서 일과시간의 대부분(오전 7시~오후 6시)을 보내야 했다. 숫자에 관심을 보인 그는 한살 터울의 사촌형이 수학 학습지를 풀면 졸졸 따라다니며 “빨리 풀라”고 재촉했다. 사촌형이 풀고 나면 자신이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 실제 임군은 형이 풀고 난 문제집을 가져다 풀이과정을 지우고 자신이 다시 풀어보았다고 한다. 그는 “내가 아는 숫자를 가지고 더하기·빼기를 하면서 정확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마냥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임군은 음식점 가격판에 쓰인 숫자를 보며, 가족이 먹은 음식값을 계산하는 연습을 했다. 그는 “천단위, 만단위 숫자는 빼고, 앞에 나온 10단위 수를 계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천, 만 단위 수까지 쉽게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아이가 수학에 재능을 보인다는 걸 알아챈 최씨는 임군이 6세 되던 해 초등학교 1학년 문제집을 사와 함께 풀었다. 이미 학습지를 통해 계산을 익힌 덕에 1개월만에 1학년 1학기 내용을 소화해냈다. 초등학교 입학 전 3학년 문제집까지 풀었다는 임군.

최씨는 ‘수학에만 집중하면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할까’ 겁이 나 4학년 초반까지 선행학습을 중단했다. 그때까지 임군은 수학과목에서 두각을 보이지는 않았다. 4학년 여름방학 바로 전, 임군이 어머니에게 “수학학원 보내달라”고 졸랐다. 수소문 끝에 수원의 한 학원에 보냈다.

“웬만큼 머리는 있는 것 같은데, 선행이 안 돼 있어 따라갈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최씨가 학원장으로부터 들은 뼈아픈 충고였다. 이때부터 임군의 수학정복기는 시작된다.

학원에서 갑자기 중1 교과서를 사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몰라 개념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방학동안 하루 6~7시간씩 수학책에 매달렸다. 안 풀리는 문제는 하루, 이틀 풀릴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절대 해답지는 보지 않았다. 그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부터 수학에 빠져들게 된다”며 “해답지를 보는 순간 의욕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안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초등학교 5학년 중반부터는 중학생 선배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고, 6학년 때는 수학경시 경기도대회에서 초등부 은상을 차지했다.

모르는건 그냥 못넘겨
초5~6학년 과정을 그냥 넘어갔는데, 어려움이 없었을까.

임군은 “높은 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더 많이 볼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해당 학년 내용을 모른다고 해도 한단계 높여 심도있게 공부하면 웬만한 저학년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6학년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인 올림피아드 준비를 위해 서울 학원으로 전학(?)을 왔다. 학년 구별없이 수준에 따라 공부를 시키는 학원이었다. 임군은 “수학공부는 ‘학년별로 이것을 배워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학년에 얽매이지 말고, 내용에 치중하면서 현재 배우고 있는 내용을 지금까지 알았던 부분과 연계해 가지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군은 중2 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질문의 힘이다. 중간중간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질문하는 습관을 들였고, 힌트를 얻어 처음부터 다시 풀어봤던 게 KMO 만점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수학은 끊임없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O 최우수상으로 과학고에 합격한 뒤 안일했던 1년동안 비슷한 실력의 친구들이 치고 올라왔다고 한다. 임군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반복학습”이라며 “원리를 이해했다 할지라도 문제를 보면 바로바로 풀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 풀어보는 연습을 하는 게 수학을 잘 하는 큰 비결”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