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원,국제중

국제중 ‘추첨선발’ 사교육 불지른다

설경. 2008. 8. 12. 14:25
[한겨레] 서울시교육청 최종 전형서…영어 구술면접도 폐지

시민단체 "합격기대감 키워 되레 폭증할 것" 비난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개교를 추진 중인 국제중 두 곳의 최종 전형에 '추첨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추첨 선발 방식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구색맞추기라는 지적과 함께 이런 전형안이 오히려 사교육비 폭증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제중 전환 인가를 신청한 서울 영훈중·대원중과 서울시교육청 쪽의 말을 종합하면, 2009학년도 국제중 입학 전형으로 1단계에선 학교장 추천서와 경시대회 수상실적으로, 2단계에선 생활기록부를 통해 정원의 3배수 정도를 추린 뒤 최종 단계인 3단계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추첨제는 국제중 입시를 위해 초등학생들이 경쟁적으로 학원에 다니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취지에서 청심국제중 등에서 시행하는 영어 구술면접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원중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국제중 선발전형에 추첨 방식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 이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며 "논의를 마무리짓는 대로 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형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첨제 도입이 '사교육 시장 과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과 함께 이런 방안이 되레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는 1단계 전형부터 이미 정상적인 초등교육 과정만을 이수해서는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추첨제 도입은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 대처"라고 비판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이미 국제중 입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최종단계 3배수 추첨 방식은 학부모들에게 '최종 합격에 대한 가능성'이 큰 것처럼 느끼도록 해 되레 사교육 폭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중은 국제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 학교로 국어·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연간 학비도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1000여만원에 이른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006년에도 국제중 신설을 추진했지만 교과부의 반대와 여론의 비판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4일 검토중인 국제중 입학 전형안을 포함한 국제중 설립 계획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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