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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배우다 <上> 능력 따른 맞춤 교육 그곳엔‘교육 낙오자’없다

설경. 2008. 8. 21. 20:56


[중앙일보 김한별] 싱가포르 교육 하면 흔히 2개 국어(영어-공용어, 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모국어)를 가르치는 것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교육 강소국(强小國)’의 저력은 따로 있었다. 조기에 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해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능력별 교육, 그리고 대학 진학 못지않게 기술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실용 교육이다.

◇철저한 능력별 교육=지난해 말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조기 유학한 라딘마스 초등학교 5학년 박모군은 오전 7시30분에 등교해 오후 3시 집에 돌아온다. 1~2시간 숙제를 하고 부족한 공부를 하다 보면 자정이 다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 박군은 “졸업시험을 치르는 6학년이 되면 새벽 1~2시까지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에 몰두한다. 시험이 많고 학사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도 과락 제도가 있다. 성적이 저조하거나 결석이 많으면 유급된다. 졸업시험(PSLE)도 있다. 이 성적에 따라 진학할 중학교가 달라지고, 4년짜리 속성과정과 5년짜리 일반과정이 갈린다. 사실상의 우열반이다. 중·고등학교 졸업시험 경쟁은 더 치열하다. 초등학교 졸업시험 통과율이 98%인 반면 중·고등학교는 각각 29%, 23%밖에 되지 않는다.

◇학교·교사도 경쟁=학생 못지않게 학교·교사도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특성화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규 과목 외에 자신만의 틈새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학교를 골라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암벽등반·로봇공학 등의 분야에서 초등학교 7곳, 중학교 9곳이 선정됐다. 이들 학교는 각각 15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1000만원)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그 밖에도 교육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라딘마스 초등학교의 마성통 교감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음악교육을 제안해 지원금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프로젝트만 잘 만들면 한 학교가 동시에 3~4 종류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업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연말 보너스는 모두가 똑같이 받지만, 매년 3월에 받는 성과급 보너스는 전년도 실적에 따라 월급의 100%까지 달라진다. 매년 6월 교장이 평가를 한다. 결과에 따라 진급도 큰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 학교마다 평교사보다 젊은 교장·교감이 수두룩한 이유다.

◇실용적인 기술교육=경쟁을 강조하지만 엘리트 교육만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할 사람’을 엄격히 가려내는 대신 ‘일할 사람’을 위한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소수의 우수 학생에만 치우친 교육이 아니냐는 질문에 존 그레고리 콘세이카오 싱가포르관광청 교육서비스 국장은 “능력에 따라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게 왜 차별 교육이냐”며 “기술교육원에 가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기술교육원(ITE)은 중학교 기술반(4년 과정) 졸업생들에게 취업 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하지만 시설 규모는 웬만한 전문대학 수준이다. 싱가포르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 홍모씨는 “호텔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캠퍼스 내에 특급호텔 객실을 그대로 옮겨 놓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중학교 졸업생의 약 60%가 이런 기술교육원과 기술전문학교(폴리테크닉)로 진학한다. 흔히 말하는 “싱가포르 남자의 절반은 엔지니어”란 말은 이 같은 실용적인 기술 교육에서 나왔다.

싱가포르=김한별 기자
▶김한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r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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